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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표

수필가

소문은 대개 진실을 왜곡시킨다. 종종 왜곡 정도에 그치지 않고 진실과 전혀 다른 허구를 조작하기도 한다. 나를 둘러싼 몇 가지 소문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나에 관한 소문 중 전혀 진실이 아닌 소문이 많은데, 그중 하나를 보자면 내가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다.

나는 2006년부터 교회 찬양대원으로 활동했다. 찬양대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교회 내에서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난다. 충북도청에서는 도청 공무원 합창단을 이끌고 '전국 공무원 음악대전'에 출전해서 은상을 받았다. 충주시청에서는 시청 공무원 합창단과 '충주시민을 위한 음악제'를 열면서, 부시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특별순서로 'Panis Angellicus'를 불렀다. 이런 계기로 충북도청과 충주시청 내에서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결정적인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내가 부른 노래를 녹음한 CD를 만들어 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 일이었다. 이 일로 인해 내가 노래를 잘한다는 소문은 우리 교회와 공무원 사회를 벗어나 일약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퍼졌다.

나는 국민학교 4학년 때 음치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남 앞에서는 노래를 절대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창피해서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아예 병적으로 기피하였다. 이러면서 점점 심한 음치가 되어 갔다. 그럴수록 내 속에서는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욱 강렬해져 갔다. 어찌어찌하여 정식으로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고, 찬양대원이 되었다. 드디어 '남 앞에서 혼자 노래 부르기'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당장 혼자서는 죽어도 못하겠으니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합창부터 해보자는 거였다. 충북도청 합창단도 충주시청 합창단도 그런 이유였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합창단 활동을 그렇게 오랫동안 했음에도 여전히 음치다. 그래서 합창을 시작한 그때처럼 지금도 합창곡 한 곡을 받으면 백 번 이상 혼자서 연습한다. 한 음씩 한 음씩 외우고 또 외운다. 그래야만 겨우 남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노래를 배울 때는 목표가 있었다. 목표라기보다는 희망 사항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바로 '남 앞에서 혼자 노래 부르기'였다. 막연하나마 퇴직 전 독창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세월에 치이며 살다 보니 그 생각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퇴직을 앞둔 어느 날, 번개처럼 번쩍 옛날 그 생각이 떠올랐다. 아! 독창회를 하고 싶었는데…. 이미 독창회를 하기엔 준비 시간도 부족하고 실력도 되지 않는데, 어쩌나…. 선택한 대안이 내가 부른 노래를 녹음한 CD를 만드는 거였다. 이 CD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실력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히 먼 정도가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다. 한 곡을 만들기 위해서 열 번 이상씩 불렀다. 그중에서 잘된 부분들만 오려 붙였다. 높낮이가 틀린 음은 올리거나 내려서 맞췄다. 이렇게 순전히 기계의 힘으로 한 장의 CD가 만들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노래 잘하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관광버스 타고 놀러 갈 때면 내 노래를 들어보자고 성화다. 내가 음치라는 사실을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사람들은 도통 내 말을 믿지 않는다. 더 나아가 소문이 쫙 났는데 거짓말하지 말라고 나무라기까지 한다. 그 쫙 난 소문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소문, 소문, 소문으로 세상이 끝없이 시끄럽다. 사람마다 세상을 떠도는 그 많은 소문 중 자기 입맛에 맞는 소문만 골라서 듣는다. 그리고 그게 진실이라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주장한다. 그러다가 싸운다. 잘 모르는 사람과도 싸우고 잘 아는 사람과도 싸운다. 친구 간에도 싸우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싸운다. 진실과 거리가 먼 소문을 믿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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