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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쪽'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 풀이다. 인디고를 지니고 있는 잎을 남빛 염료로 이용했는데, 청색계통의 옷감을 염색할 때는 모두 쪽을 썼다. 염색 횟수에 따라 쪽빛은 감(紺)색, 남(藍)색, 청(靑)색, 표(縹)색 등으로 나뉜다. 가장 짙 푸른색이 감색이다.

쪽빛염색법은 쪽잎을 갈아 물에 담가서 얼음으로 온도를 낮춘 뒤 천을 넣어 푸른색으로 물들이는 염색법이다. 쪽을 짓찧어 물에 담가 놓으면 푸른 물이 우러난다. 이렇게 우러난 푸른색이 원래 쪽빛보다 한층 더 푸르니 신비로운 현상이다.

그래서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이란 말이 생겼다. "쪽 풀에서 우러난 푸른색이 본래 쪽빛보다 푸르다"라는 뜻이다. 이를 줄여 청출어람이라고 하는데, 간략하게 출람(出藍)이라고도 한다.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荀子)는 쪽보다 더 푸른 쪽물을 이렇게 비유했다.

푸른색은 쪽 풀에서 나왔으나 쪽 풀보다 더 푸르고(靑出於藍而靑於藍)

얼음은 물이 얼어서 만들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

본래 쪽 풀에서 나온 푸른빛이 쪽 풀색보다 푸르다는 말인 '청출어람'은 그러므로 배우는 것을 멈춰선 안 된다(學不可以已)라는 간곡한 당부가 더해져 스승보다 더 나은 제자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이렇게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를 '출람지재(出藍之才)'라 칭찬한다.

청출어람과 비슷한 성어가 후생가외(後生可畏)다. 자신보다 뒤에 태어난 사람을 두려워할 만하다는 이 말은 젊고 학문에 대한 의지가 강한 후배가 곧 선배를 능가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두렵게 생각하고 뒤처지지 않도록 정진하라는 경계일 것이다.

스승과 제자만이 아닌 부모와 자식 간에도 청출어람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청출어람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과 그의 부친 한승원 작가다.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한승원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소설가다. 연이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등을 발표했다.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갯비나리'로 '현대문학상'을, 2006년에는 '원효'로 '제9회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한 문단의 거목이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한강작가가 어떤 딸이냐는 질문에 '효도를 많이 한 딸'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이라며 승어부(勝於父)라는 말로 딸을 칭찬했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일을 하는 경우 자식은 부모의 평균치를 뛰어 넘기도 힘이 드는데 부모를 뛰어넘은 훌륭한 자식이 자신의 딸인 한강작가라는 흐뭇한 칭찬이다. '아비를 뛰어넘은 승어부(勝於父)의 효도'를 했다는 아버지의 자랑대로 한강은 최고의 효녀가 됐다.

아버지와 자식이 함께 작가로 이름을 떨친 사례가 간혹 있긴 하다. 대표적인 작가가 프랑스 유명작가인 아버지 '알렉상드르 뒤마'와 아들 '알렉상드르 뒤마'다. 아버지는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을 발표하여 큰돈과 명예를 얻었다.

방탕했던 아버지 뒤마는 40명이 넘는 여성편력으로 4명의 자식을 두었다. 그중 한 아이가 뒤마인데, 부자를 구별하기 위해 아버지를 대 뒤마, 아들을 소 뒤마로 칭한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소 뒤마는 소설가, 극작가로 살았다.

소 뒤마가 24살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 '춘희'는 비극적 사랑과 상류사회의 이중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음 해 춘희는 희곡으로 만들어져 연극 무대에 올랐고, 7년 뒤인 1853년에는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 제작해 더욱 유명해 졌다.

'춘희'의 대 성공으로 이름을 떨쳤으나 소 뒤마는 아버지 대 뒤마의 명성에 한참 뒤쳐진 작가였다. 승어부(勝於父)는커녕 비슷한 반열에도 이르지 못한. 그러나 춘희의 성공은 아버지 뒤마에겐 큰 기쁨이었던가 보다. 아들이 화류계 여성과 사랑에 빠지자 의절했던 아버지는 그 경험을 옮긴 '춘희'가 크게 인기를 얻자 아들과 슬그머니 화해했다.

온 국민이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가장 가슴이 벅찬 사람은 아버지 한승원 작가일 것이다. 청출어람의 기쁨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복이 아니다. 더욱이 출람지재가 자식인 복을 어찌 쉽게 누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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