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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13 14:38:44
  • 최종수정2024.02.13 14:38:44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민형배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또 한 건을 올렸다. 빛나는 의정 활동이 아니라 이번 역시 막말드립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막말과 욕설로 그의 전문성을 충분히 어필했으니 자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 셈이다.

민형배 의원은 설맞이 연탄봉사 중 얼굴에 연탄가루가 묻은 한동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쇼'가 아니냐며 비아냥거렸다. 검은 탄가루를 '양손으로 볼에 묻히고 콧등에도 한 점 찍은 듯 인공의 흔적이 있다'란 지적에 동조자들은 터진 봇물처럼 욕설을 쏟았다.

한 지상파 방송사는 '연탄 봉사에 연탄 화장은 필수'라는 자극적 자막의 뉴스영상을 올려 욕에 힘을 보탰다. 연탄봉사까지 정치적 쇼를 위한 장식으로 이용했다는 민형배의 조롱으로 명절 덕담대신 욕바가지를 덮어 쓴 한위원장은 느닷없이 뺨을 맞은 꼴이 됐다.

연탄가루가 얼굴에 묻게 된 경위가 영상으로 남아있지만 일단 욕부터 하고보는 사람에게 진실여부는 전혀 중요치 않은 듯하다. 이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쌍욕을 잘해야 국회의원이 되나

욕의 유형을 4가지로 정리한 '욕의 교육인간학적 기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의하면, 욕은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쌍욕, 비아냥거림과 조소의 방귀욕, 비유와 유희를 즐기는 익살욕, 나무람과 채찍을 담은 채찍욕으로 나뉜다고 한다.

사회 지도자층의 사탕발림보다 백 배 나은 게 민중의 시원한 욕이라는 말이 있지만, 순수한 민중보다 소위 사회 지도자층인 의원나리들께서 험한 욕설을 여과 없이 내뱉고 있으니 무슨 경우인가 싶다. 언어의 유희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재치 넘친 익살욕이나 흐린 정신줄을 잡게 하는 채찍욕이라면 박수라도 보내겠는데 입만 벌리면 원색적인 쌍욕에 낯 뜨거운 방귀욕 타령이다.

방귀욕 쯤은 욕으로 치지 않는 민형배 의원이 거침없이 애정 하는 욕으로 영어 이니셜을 가져다 써 유명해진 쌍욕이 GSGGD다.

민형배가 욕설로 자주 논란이 되다보니 민형배의 전용 욕처럼 알고 있는 이가 제법 되지만 GSGG를 처음 입에 올린 사람은 더불어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다.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자 김승원은 개인 SNS에 박병석 국회의장을 직함 없이 박병석이라 칭하고 '역사에 남을 GSGG'라는 욕을 붙였다. 척 봐도 '개XX(Gae-Sae-GGi)'인 원색적 욕설이다.

***욕하는 정치인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이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인물이 민형배다. 그는 이 쌍욕을 소중히 갈무리했다가 국민의 힘 김웅 의원을 공격하는데 써 먹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에 관여한 바 없다는 김웅 의원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비판한 최강욱 전 열린 민주당 대표의 게시글 댓글로 GSGG에 D를 첨가한 'GSGGD'를 올린 것이다.

작년 3월에는 더불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칼럼을 공유한 트위터 유저들을 향해 "개XX들 많네"라는 답글을 달아 도리어 트위터 이용자들로부터 욕을 먹기도 했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막말도 처음이 아니다. 법무장관 한동훈을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 칭한 송영길을 지원한답시고 '어이없는 XX, 정치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XX들'이란 욕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험한 욕을 비겁하게 XX로 감춘 작태가 더 거슬린다.

새끼란 단어는 제 자식에 대한 애칭이외엔 명백한 욕이다. 더욱이 동물의 이름 뒤에 새끼를 붙여 사람에게 쓴다면 쌍욕 중의 쌍욕이 된다. 개 같은 새끼라는 욕도 참을 수 없지만 다짜고짜 개새끼라 한다면 부모님까지 싸잡는 욕이겠다.

안타까운 것은 욕받이로 쓰이는 동물로 개가 쓰인다는 점이다. 개 짖는 소리보다 입이 거친 어떤 인간들이 개새끼라는 욕으로 개를 모욕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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