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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나에겐 가슴이 아픈 조카가 있다. 조카의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지능은 초등학교 육학년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조카는 누구를 미워한다거나 시기하거나 질투할 줄 모른다. 뇌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화를 낼 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묻는 말에 단 답으로 대답하면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침묵의 늪 속에 갇혀 산 세월이 얼마던가. 나이가 서른두 살이 됐지만 정신적인 약점으로 장가들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다문화가족 정착도우미 케어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중국여성이 고향에 사는 동생뻘 되는 아가씨를 나에게 소개했다. 그쪽에서 조카의 상태를 알면서도 시집오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유리가 우리 가족이 된지 사년이 흘렀고 지난해엔 국적도 취득하고 예쁜 딸도 낳았다.

어느 별에서부터 이어져온 인연인가. 아니, 창세전부터 하나님의 섭리로 정해진 짝이었는가 보다. 그러기에 이억 만리서 각각 태어났지만 다가와 마침내 부부 연을 맺었지 싶다. 유리는 제 남편의 부족한 점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사랑은 사람을 치료한다. 아내가 생기면서 조카 지능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짧은 대답 외엔 언어구사를 전혀 하지 않던 조카의 말수가 늘고 어법도 다양하게 구사한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조카에게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 있다. 본인은 아내와 아기가 있는 가장이라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 지극히 정상인의 사고로 대답해서 우리는 놀랐다. 유리에게 조카와 잘 살아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더니 "고모, 가족이잖아요. 가족은 사랑하는 거잖아요," 라고 대답하여 가슴이 뭉클했다.

사랑은 회복시킨다. 유리가 가족이 된 후 한 가정이 회복됐다. 유리 시아버지인 나의오라버니는 육군 장교 출신으로 문학을 좋아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첫아들을 낳으면 육군 장성으로 키우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아들이 지능발달장애라는 늪 속에 갇혀버리자 현실을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허약하게 무너져서 평생 술독에 빠져 살았다. 전역 후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알코올에서 벗어나지 못해 집안 식구들의 뭉근한 근심거리였다. 멋진 제복을 입고 구르몽의 '시'를 낭독하던 오라버니 모습은 어디로 가고 망가져가는 낯선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상했다. 그런데 요즘 손녀와 사랑에 빠졌는데 담배도 끊고 술도 끊으려고 노력중이다.

유리가 사랑으로 한 가정을 살렸다면 예수님십자가 사랑은 온 인류가 살길을 열어 놓으셨다. 그 사랑을 믿기만 하면 죄 용서함을 받고 구원받는다. 성경에선 수많은 언어들이 있지만 그중 제일은 사랑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성인들이 줄기차게 가르쳐온 주제는 궁극적으로 사랑인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말처럼 어여쁜 말이 있을까. 천만번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라고 노래하는 사랑, 모든 인간관계의 종결이 되는 사랑, 사랑은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회복시켜 앞으로 나가게 한다. 하나님이 지상에 내리신 최고의 선물은 사랑이다. 사람이 사랑이 될 순 없을까. 조용히 내리는 눈처럼 사랑으로 누군가의 가슴에 가만히 스며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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