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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8.15 14:20:42
  • 최종수정2024.08.15 14:20:42

홍성란

수필가

하얀 점들이 무수히 찍혀 있어서 눈(雪)인 줄 알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이다. 산속에 매화가 만개한 것이다. 6월에 매화를 보다니. 꽃향기가 온통 산을 덮었다. 꽃이 피니 긴 강에 접한 산과 언덕마다 듬성듬성 자라난 녹색 이끼들이 봄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꽃 못지않게 시선을 잡아끄는 게 있다. 은은한 향기 속에 자리한 작은 서옥(書屋)이다. 이 작은 집 안에 주인과 산객(山客)이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지난 6월, 간송 미술관 재개관 전시에 나온 김영(1837-1917))의 부춘산 매화서옥도(富春山 梅花書屋圖)의 정경이다. 이 그림은 청나라 때 매벽으로 유명한 오승량(1766-1834)이라는 사람이 부춘산에 매화 30만 그루를 얻어 심었다는 데서 모티프를 둔 것으로 작가가 이를 무척 부러워했다고 전한다. 아마도 이 그림은 평소 작가가 그리는 이상향 세계라고 짐작된다. 그렇다면 그는 수많은 꽃 중에서도 왜 매화를 사랑했으며 선비와 서옥(書屋)을 한 공간에 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19세기 조선의 화가와 선비들은 매화를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 매화를 즐겨 그리고 짧은 시도 적어 넣었다. 그중에서도 '매화'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림이 조희룡(1789- 1859)과 전기(1825-1854)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다. 이 또한 산속에 매화를 흰 눈처럼 묘사했고 둥근 창 또는 네모 창 안에 책을 읽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그렸다. 그 외 오달제의 묵매, 조지원의 묵매도, 김홍도가 말년에 본인의 모습을 그린 노매도(老梅圖)도 있고 산매를 그린 오경석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린 매화가 다 같은 매화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미가 다른 것도 있고 그냥 아름다움만 묘사한 것도 있다. 모든 예술이 미(美)만 추구하는 게 아니기에 그렇다.

흔히 알고 있듯 매화의 꽃말은 고결함, 지조, 절개 등이다. 이는 겨울에도 꽃을 피워내는 강인한 생명력과 고결한 품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선비들은 매화의 꽃말처럼 세속에 휩쓸리지 않는 지조 있는 삶을 지표로 살고 싶어 했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이 글과 그림에 나타나 있다. 그중에서도 병자호란 때 마지막까지 선비의 기개를 잃지 않았던 오달제(1609-1637)의 '묵매'나 설매도를 보면 확연하다. 그것은 그의 그림에서 지사의 결연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고 이는 마치 매화가 겨울을 견뎌 꽃을 피워내듯 그가 남긴 향기가 세상이 분분할수록 더 생각나는 이유 일 게다. 자신의 원칙적인 생각을 결연하게 세웠고 지켰던 분들이다. 아니 그 정신을 잃지 않으려 무한한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정한 선비의 삶이란 그럴듯한 말 대신 신념과 결기가 제일의 덕목일 테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막대기를 떠올려 본다. 막대기는 물결 따라 바람 따라 순순히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그건 자신을 시류에 맡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지막 막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세상이 혼탁할수록 어려워도 끝까지 자신의 의지와 철학을 고수하며 인내하는 사람이 그립다. 거짓말이 진짜처럼 횡행하는 세상, 시류와 손을 잡고 떠내려가는 사람들의 불편한 얼굴들.

봄이면, 매일 오르는 산에 어김없이 작고 흰 매화꽃이 핀다. 그러던 어느 날 꽃이 진다. 여름이 짙을수록 꽃 진 자리에 푸름이 무성하다. 분명한 것은 어김없이 꽃이 진다 해도 나무는 제 이름을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향기는 제 이름을 버리지 않는 나무에서만이 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워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이뤄지고, 그윽한 향기 또한 스스로를 경계하는 데서 은은하게 품어져 나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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