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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31 23:59:36
  • 최종수정2023.05.31 23:59:36

홍성란

수필가

전시장 입구에 노숙자가 누워있는가 하면 말(馬)의 시체가 허공에 매달려 있다. 낯설고 어둡고 음울하다. 그런가 하면 고흐의 '구두'를 연상케 하는 낡은 부츠속에 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 죽음 같은 어둠과 살아있는 생명. 헌데 천정 높은 곳에 소설 '양철북'을 연상케 하는 한 소년이 양철북을 두드리고 있다. 이게 뭐지? 사방을 둘러봐도 어리둥절이다. 여기저기에 박제된 비둘기들, 교황이, 히틀러가 등장하고 냉장고 속에 어머니가 웅크리고 있다.

2023 올해 가장 뜨거운 전시란다. 현존하는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의 주제는 'WE'이다. 리움 미술관은 카텔란의 작품에 대해 "무례하고 뻔뻔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우리 인식의 근간을 순식간에 뒤엎어 버렸다"고 소개한다. 정말 그랬다. 카텔란이 누구인지 몰랐던 사람들은 1억500만 원 짜리 바나나를 전시했다면 엥? 바나나가 무슨 작품이 되며 왜 그렇게 비싸라며 어이없음과 의아함을 표출할 것이다. 카텔란의 작품은 그렇게 어이없고 기발하며 생뚱맞은 발상으로 다가왔다. 별 성의 없이 벽에다 공업용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 놓은 게 작품이라니 어이가 없다. 일반적인 일반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불편한 진실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 바나나는 카텔란의 세계로 초대하는 강력유인제인지도 모른다. 엉뚱한 것, 짓 등을 통해 고정 관념을 깨는 현장 예술. 20세기 미술의 랜드마크이자 화두라고 하는 '샘'을 연상케 한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은 변기를 전시해 놓고 샘이라 이름을 붙였다. 변기라니 그것은 사건이었다. 예술은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다움의 영역이 따로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상식을 뒤엎어 버리는 사건이었다. 카텔란도 무모하리만치 엉뚱했다. 그 역시 실제로 황금103㎏로 변기를 만들어 전시해서 용변까지 보게 했던 엉뚱한 발상의 작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의 작품 중에서 그나마 편히 본 것이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이었다. 그는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에게 각인된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척 애틋하다. 카텔란은 자신의 발바닥을 찍어 노동에 지친 발바닥으로 아버지를 형상화했다. 아버지로서 살아온 사람들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그의 중심의 힘임을 느끼게 한다. 어머니 역시 투박하고 거친 손의 기도하는 손이다. 또 냉장고 속에 어머니 형상을 설치했다. 이 연장선에서 낡은 부츠 속 흙 속에서 생명을 키워내는 싱싱한 고추와 가난한 부모의 공통점은 사랑과 강인한 생명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부모라는 것, 살아야 한다는 것, 누구이건 우리의 삶을 버티게 해주는 생의 줄기일게다. 그걸 작가는 기발한 발상을 통해 존재에 대한 의미를 관람자에게 던지고 있는 듯 느껴졌다.

부츠 속 생명력에 감동하고 나니 운석을 맞고 쓰러져 있는 교황의 '아홉 번째 시간'이 다시 보인다. 어찌하여 운석은 감히 교황을 쓰러뜨렸을까. 우연히 교황이 맞은 것인데 신성모독의 논란을 말하지만 그 사건이 교황에게는 불운일까. 아님 깨달음일까. 카텔란의 의도는 무엇일까. 또 무릎 꿇은 히틀러의 작품도 그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과연 히틀러는 자신의 범죄를 뉘우치고 있는가. 하필 현대에서 히틀러를 불러온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무리 지위와 힘이 있다해도 시간은 공평하다. 그들도 우리 속의 누군가에 불과한 것 아닌가.

마우리치 카텔란(Maurizo Cattelan)에게서 설치 미술을 알게 되었고 바라보는 관점과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다만 일반인이 예술을 읽는 방식은 작가의 방식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작가가 생각하는 우리와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의미는 풀어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삶이 그렇듯, 아름다움 또한 또 다른 영역이 아니란 걸 다시 생각하게 한다. 'WE' 우리 모두 인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걸 카텔란은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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