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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작년까지만 해도 바닥에 앉는 것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의자에 앉는 게 바닥보다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신을 벗고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구부려야 앉게 되는 과정에서, 허리와 등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니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서다. 이젠 집에서도 만남의 장소에서도 필수적 도구가 되었으니 의자는 내게 신체적 한계에 따른 불편을 해소해 주는 고마운 사물 중 하나가 되었다.

의자는 인간에게 숙명적 사물이자 피할 수 없는 필연적 도구라 할 수 있다. 타당한 과학적 이유가 있다. 의자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네발 동물에서 분리되는 방향으로 진화함으로써 반쯤은 '선'채, 허공에 엉덩이를 걸쳐 앉는 인간만의 특성을 직접 반영한 도구이다. 따라서 의자의 본질은 땅으로부터 수직 방향으로 허리를 세우고 있는 인간 신체구조 자체에서 나온 순수 자연주의적 발상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그것은 인간이 무언가를 만들어서 문명의 외향을 갖추는 최초의 기제였을 것이다.

자연주의적 발상에 의한 사물인 만큼 의자는 인간과 함께 있어 왔다. 물론 실용적 목적보다 존엄과 위엄의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일부 남아있다지만 수천 년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의자는 단지 의자일 뿐인가. 우선 인간의 특성을 규정하는 여러 학명의 뜻을 살펴봐야 한다. 흔히 인간을 지혜를 가졌느니 언어를 가졌느니 유희를 즐길 줄 아느니, 연장을 만들어서 사용할 줄 안 다거나 요즘은 경제 동물이라고 규정한다. 정치적 의미에 쏠려 있는 느낌이 없지 않다. 왜냐면 흔히 사람들이 동물적인 차원과는 구분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신체적 간과가 있기 때문이다. 호모에렉투스 즉 '두 발로 서서 걷는 인간'이라는 점을 뒤에 둔 느낌이 있다.

두 발로 서서 걷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지혜를 갖고 무언가 연장을 만들 수 있으며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특성을 규정하는 일에 제일 위에 있어야 할 요건이다. 두 발로 서서 걸으며 생의 여정을 가는 것이다. 의자는 그 여정에서 만나는 사물이다. 그들의 신체 중앙에 척추라는 뼈대가 있어 걷거나 몸을 세우고 눕히고 구부릴 수 있다는 특성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혹자는 이런 특성이 있어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병이 디스크나 치질이라는 얘기도 한다. 역으로 호모에렉투스가 아니었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사물 역시 의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네 개의 다리를 숨김없이 드러내놓은 의자는 어쩐지 관능적으로 보인다. 이 관능적인 다리 위 공중에 수평으로 떠 있는 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의 엉덩이는 의자의 다리와 연결된다. 다른 누군가의 엉덩이에 자신의 다리를 이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사물들이 많았던가. 때로, 앉아 있음이 지루할 때쯤 두 개의 다리가 네 개의 다리와 얽히기도 한다. 이때 의자의 관능은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삶의 에너지를 끌어 올리고 종내는 새로운 중심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중심은 지향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까 의자에 '앉는다는' 건 신체적 단순한 행동뿐 아니라 사회적 위치에 앉는다는 중의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지만 이점은 과감히 우리가 지향해 가야 할 부분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돌아간다는 건 신체의 멸이며 정신의 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자야말로 직립의 기술을 습득한 인간이 최초의 출발지를 찾아가는 여정에 놓인 사물이다. 의자에 사회적 위치의 의미를 둔다고 해서 그게 무슨 대수인가. 우리 스스로 '두 발로 서서 걷는 인간임 보다 정신적 우위에 인간'이라며 오만했던 걸 돌아봐야 한다. 그런 뜻에서 의자는 서다와 눕다 사이, 걷다와 기다 사이에서 인간의 오만한 이성을 대지에 가까운 것으로 가져가는 사물이라 생각한다면 한층 겸허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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