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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요즘에는 종종 집의 문기둥이나 가구 모서리를 살짝 부딪치기도 하고, 걷다가 발걸음이 한쪽으로 쏠리는 때도 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않던 일인데 잘 있는 나무 등걸에 어깨를 부딪치기도 하고, 발걸음 비틀할 때가 있어 산을 걸을 때는 스틱을 하나라도 갖고 가야 안심이 되며 산길에 스틱이 있음을 감사히 여길 때가 많다.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여기면서도 이제 서서히 균형 감각이 무디어 가기 때문이라 여기면 허전해진다. 같이 라운딩하던 선배가 나이 70만 넘어 봐라 그렇게 비거리가 나오느냐며 경험상 70이 분수령임을 확신으로 단정하는데 과연 그럴는지 모르겠다. 균형 감각이 무디어 가고 근력이 빠져가는 나이인지라 선배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 인정하기 싫지만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는 않는다.

여느 때처럼 아침에 나서서 산록길을 걷는데 앞에 가는 사람의 어깨가 왼쪽은 올라갔고 오른쪽은 심하게 내려가서 몸의 밸런스도 맞지 않고 더불어 자세도 좋지 않아 걸음걸이까지 시원찮다. 그런데 그 뒤에 따라 걷는 나이 든 어떤 사람은 가슴이 뒤로 쳐지고 아랫배가 앞으로 나온 품새라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면서도 열심히 걷고 있다. 둘 다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평소 자세를 잘못 잡아 급기야 밸런스가 무너졌고 몸도 저리 비뚤어진 듯하다. 내부의 문제가 밖으로 나올 지경이라면 사연이 오래되었을 터이고 외상으로 저리되었을지도 모르니 그간 여러 가지로 고생이 심했겠다. 두 사람을 보면서 좌우와 전후가 균형을 맞추어야 온전한 모양이 되며 왼 걸음이 나간 뒤에는 오른 걸음이 그만큼 나가 주어야만 바르게 앞으로 나갈 수 있음을 본다.

사람의 건강에서도 오장 육부가 서로 도와주면 상생이요, 도움이 안 되면 상극이 되고 정도가 지나치면 實이라 하고 모자라면 虛가 된다 하는데 모두 아픈 경우가 되니 이 역시 밸런스를 잃어 나타나는 문제이다.

사람과 자연에 있어 균형 즉 밸런스는 아주 중요하다. 공부하면 휴식을 취해야 하고, 낮에 일하면 밤에 잠을 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선비들은 방을 藏修의 공간으로 하여 공부하는 곳으로 마련하였고 마루는 遊息의 장소로서 휴식하는 공간으로 하여 균형을 유지하였다. 더불어 집을 공부의 공간으로 하였다면 정자는 휴식의 장소로 하여 역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선비들의 일과 지침서 격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침마다 외워 하루를 시작했던 숙흥야매잠에서도 '독서하고 남은 시간에는 자연에 몸을 맡겨 마음이 헤엄치듯 편안히 하고, 정신을 느긋하게 펴서 본성과 감정을 편안하게 쉬게 하라' 하여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이리 보면 나아감(進)에 물러남(退)이 있고 올라감(高)에 내려감(底)이 있으며, 음이 있으면 양이 있음도 역시 밸런스로구나. 천지와 좌우 그리고 장단 등 균형 아닌 것이 없다. 나무도 잎이 무성하면 뿌리로 지탱을 해야 하고, 왼쪽 가지가 실하면 오른쪽 가지도 그만큼 튼튼해야 줄기를 올곧게 유지하여 태풍이 와도 모진 바람을 이겨 낼 수 있다.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갖추는 것은 건강 유지와 함께 삶의 처신 문제로 다가온다. 이를 잘 정리한 것이 경재잠(敬齋箴)이다. '움직일 때나 좌정할 때나 어기지 말고 겉과 속을 서로 바르게 하라. 잠시라도 틈이 있게 되면 삿된 욕망이 만 가지로 일어나서…. 털끝만큼 어긋남이 있으면 하늘과 땅이 뒤바뀌게 되니 삼강이 무너지고 구법이 역시 뒤섞이게 되느니라' 하며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함을 경계하고 있다.

밸런스와 조화를 강조하는 우주 안에서 소우주인 인간도 본성과 감정의 밸런스를 기본으로 윤집궐중(允執闕中)에 도달하고자 노력하여 역시 잊지도 않고 조장하지도 않으면 이윽고 공부하는 사람들의 소망인 居敬에 접근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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