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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6.07 16:07:19
  • 최종수정2020.06.07 17:56:51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n번방 사건으로 언론이 뜨겁더니 사안 자체가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 구속된 사람의 얼굴 등 신상이 드러났다. 피의자 신상공개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8조의2, 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따라 해당 기준을 충족할 경우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다.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자는 여론으로 2010년 4월에 해당 규정이 신설됐다. 얼굴과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의 명예 체감도가 신상 털기보다도 더 무서우니 사형 다음으로 가혹한 형벌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신체발부는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내 몸의 모든 것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라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 배웠기에 참수형을 더 끔찍이 받아들였다. 서양과 일본처럼 군사문화가 기반인 나라에서는 참수보다 교살을 치욕으로 여겼다 하니 동서양 문화 인식에서 명예의 존중 정도가 이렇게 달리 나타난다.

처형 중의 하나인 팽형 관련 사례가 초한지에 여러 차례 나온다. 유방과 항우는 의형제를 맺었지만 천하를 두고 싸우는 처지가 된다. 광무산 전투에서 항우가 유방의 아버지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뒤 당장 항복을 하지 않으면 네 애비를 팽살할 것이라고 어르자 유방은 껄껄 웃으며 내 아버지가 그대 아버일진대 정히나 그리하려거든 나에게 국물이나 한 그릇 나누라 대꾸한다. 전 싸움에서 항우에게 패한 뒤 추격이 급하자 같이 타고 있던 두 아들을 수레 아래로 세 번이나 밀어 냈던 사람임에도 배포가 큰 아들 덕에 그 아비 패공은 형을 면했다.

유방의 참모이자 세객으로 제후들을 설득하여 끌어들이는 외교 활동으로 여러 차례 큰 공을 세운 이기 역생(酈生)은 팽형으로 최후를 마쳤다. 제왕(齊王)을 한에 복속하도록 설득하고자 머물다가, 그의 공을 시기한 한신이 제를 침공하는 바람에 속았다고 여긴 제왕 전광이 분노한 나머지 삶아 죽이라 명하였다. 이때 역이기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제왕을 어지러이 욕하였다고 한다.

중국은 이렇듯 군주의 분노 정도에 따라 팽형이 시행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금횡령, 뇌물수수를 저지른 탐관오리에게 팽형이 구형된다. 그런데 양상이 중국과는 다르다. 형이 결정되면 우포도청 앞 혜정교에서 정확(鼎鑊)이라 하는 가마솥의 물을 미지근하게 끓인 뒤에 수형 죄인이 솥에 들어가 몸만 적시고 나온다. 가마솥에서 나온 죄인은 죽은 것처럼 상여에 실려 집으로 가는데, 온 집안사람들도 죽어 돌아온 사람처럼 통곡으로 맞이한다. 죄인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흰옷을 입은 채 집안에 감금당하는데 친척들과 벗도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여 발길을 끊어버린다. 어쩌다 길을 가다 만나는 사람들도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집에서도 이름을 부르지 못하며 밥도 상식(上食)처럼 넣어준다. 팽형을 선고 받을 경우 죄인에게는 형을 그대로 받거나 자결을 하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자결을 하면 그래도 복권은 가능하지만 형을 받는다 하면 후일 억울함이 밝혀져도 복권이 안 된다. 우리나라의 팽형은 명예의 영원한 죽음이 되는 셈이요, 그만큼 조선 시대는 이름과 명예를 존중하는 사회였다.

조주빈과 갓갓의 신상이 언론에 드러남에 조선의 팽형제가 연상되어 살펴보았다. 외양이 양순해 보이는 때문에 이들의 표리부동한 생활 자세가 더욱 경악스럽다. 전도양양한 사람의 신상을 공개할 정도의 죄질도 문제려니와 젊은이들의 인성이 나빠지는 것은 커다란 사회고민이요 우리의 숙제다. 사람은 자기의 이름을 보전하는데 막중한 책임을 가져야 하며, 삼척동자라도 알 일을 끝까지 아니요와 모르쇠로 발뺌하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은 건강하지 않다. 건전한 사회는 명예를 중시하는 만큼 우리 사회도 더욱 건강해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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