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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퇴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무탈히 퇴임한 것만도 다행인데 그간 더 바쁘게 살았으니 고마운 일이다.

 3년 전에 맏사위가 퇴임 기념 선물을 해드리겠단다. 골퍼들의 로망인 부쉬넬 거리측정기 신상이 좋으련만 그걸 어찌 말하누. 그래도 재차 묻는 폼이 딸애의 채근 때문인가 본데 정작 요긴한 물건이 없다. 가만히 살피니 퇴임 후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마음 공부와 시간 운영 두 가지이다. 우선 종횡으로 달리던 마음을 중용으로 견지해야겠고, 이제는 널널하게 다가올 시간을 잘 운용해야 하겠다. 시간 관리에도 필요하고 이따금 있는 강의 때 지금 가진 손목시계가 적어서 바늘이 잘 안 보이던 기억에 숫자판 큰 자동 손목시계면 좋겠다고 하였다. 결혼 선물로 받은 SEIKO 시계를 군대에서 잃어버렸던 아쉬움이 저간에 깔려 있었나. 그러면서 시계는 내가 잘 쓰다가 자네에게 돌려줄 거라는 단서를 달았다. 선물을 빌린 듯 잘 사용하다 되돌려 줄 생각이며 내가 이 시계를 과연 얼마 동안 차고 있을지 의구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새 시계는 자동인데 숫자판도 클뿐더러 두께도 전 것보다 3배는 더 두툼하다. 그리 조심하는데도 어쩜 다른 물건에 잘 부딪히는지 마치 헬스로 상체를 키웠더니 모서리마다 어깨가 부딪치던 것 같이 어색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시계임에도 이따금씩 휴대폰을 참조해 분침을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는 거다. 이거야 나는 사위에게 시계를 빌리고, 시계는 휴대폰에게 시각을 빌린 모양새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시간을 최선으로 운용하려는 다짐과 함께 묵직한 시계를 찬다. 현직 때는 동료들이 감탄할 정도로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했는데 동시에 두세 가지 일을 하는 대신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메인 시간을 잘 써야 한다. 그런데 40여 년을 자투리 시간만 확보한 버릇인지 정작 본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시계보다 더 무겁다.

 퇴임하자마자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에서 지도위원으로 선비교육을 하며 겸하여 도산서원 재유사 望記를 받은 것은 그 중에 유의미한 일이다. 재유사는 서원의 행정을 담당하지만 요즘은 별유사가 주로 하므로 매월 초하루 보름에 서원에 入齋하여 밤늦도록 퇴계 관련 서적으로 그룹 공부를 하고 다음 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성독한 뒤에 상덕사에 들어가 알묘를 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6개월의 임기를 戊戌 秋享으로 마친 뒤에 기회 있을 때마다 입재해 선생의 향취를 느끼는 것은 학위논문 통과 후 심사위원에게 일생 선비로 처하겠다고 했던 다짐을 견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다.

 예전에 선비들은 숙흥야매잠을 외우며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닭이 울 때 일어나 생각을 정리하고 독서하며 허명정일(虛明靜一마음을 텅 비운 뒤에 밝고 고요히 하나로 함)로 배운 것을 체득하며 늦게 잠자리에 들어 원기를 보충하듯 나의 일상도 선비를 좇고자 노력한다. 퇴임 즈음에 뇌리를 눌렀던 마음가짐과 시간 운용에 대한 답이 퇴계 공부로 해결된 느낌이라 다행이다.

 요즘은 일상이 단순해졌다. 아침에 東窓의 찬란한 햇살을 쐬며 차를 마시고, 오전은 독서와 대금 잡기, 그리고 골프 연습 등으로 운동을 하고는 보살사로 두어 시간 숲 명상 산행을 오전에 읽은 내용을 숲길에 풀고 오면 하루가 저문다. 저녁에는 음악과 함께 두어 시간 차를 마시며 오늘을 정리하는데 하루가 짧아 다시 잡으려던 국궁은 천상 70이후로 미뤄야겠다. 그때 43파운드 활을 당길 弓力은 될지 모르지만 시계와 함께 잘만 살면 집궁이 가능하렸다. 이런 생활이 퇴계 선생 시 중의 白首歸來試考槃(백수로 돌아와서 한가로이 지내리)에 부합하면 좋겠다.

 아내랑 차를 마시며 우리도 85세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해 보리라 다짐을 하고는 걷기와 자전거 타기로 다리 근력을 돋우고 있다. 우리가 건강해야 자식들이 편하겠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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