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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2.27 14:34:20
  • 최종수정2022.02.27 14:34:20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한 가지 일에 작심 매진하는 모습으로 한나라 동중서의 下帷三年, 다산 정약용의 踝骨三穿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공자의 韋編三絶이 있는데 手掌三穿도 더해야겠다.

고교 동기들과의 골프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나 동반자로 운동을 하는데 이 친구 실력이 가히 골신 지경이다. 운동 후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물으니 에이지 슈터도 이미 이뤘고 일반 아마추어는 평생 한 손가락에 들 이글을 2001년도 한 해에 무려 34번이나 했다. 2008년에 중국 골프대회에 참가해서는 아마추어 시니어가 8언더를 몰아쳐서 4언더파로 대회 우승한 프로를 무색하게 하여 지역 언론에 난리를 내기도 했다. 골프라는 운동이 원래 한두 달 연습해서 될 일도 아니요 할수록 어려워 곳곳에 연습장이 즐비하고 티칭 프로들의 일거리가 되거늘 연습을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했다.

다른 운동처럼 골프에서 하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여 매일 아침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로 하체 근력을 키웠고, 백스윙을 왼쪽 어깨가 아래턱에 닿도록 교본대로 열심히 했더니 턱 아래에 딱지가 생기더라나. 통상 골프 장갑은 왼손에 끼는데 어찌나 끈기 있게 클럽을 휘둘렀는지 사흘이면 장갑이 뚫어졌다. 오죽하면 지독한 연습 때문에 손바닥에 구멍까지 여러 번 났다고 하니 이른바 수장삼천이다. 골프 연습으로 손가락에 굳은살 박인 사람은 많이 봤지만, 손바닥까지 구멍을 낸 사람은 처음 봤다.

골프에 대해 가진 생각을 한 단어로 표현하랬더니 '골프는 나다'라고 명쾌한 답이 나오기에 연유를 물었다. 고등학교 때 연대장으로 교련 사열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에 3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소위로 임관한 것은 동기생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모든 군인이 선망하는 국방대학원에 입학 통지를 받고는 아내를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뛸 만큼 감격에 겨워했다고. 국방대학원의 과목으로 골프를 처음 접하여 배운지 며칠 만에 불려 나가는 통에 7번 아이언 하나로 필드를 걸었어도 해볼 만하더란다. 집념 어린 연습 결과 일취월장으로 실력이 늘어 하급 군인임에도 장군은 물론 정 재계 인사들과 동반할 기회가 생겨 앞날이 탄탄할 줄 알았단다. 보국할 목적으로 국정원의 '흑검성'이 되어 북한 주요 기밀을 수집하면서 김정일을 만날 정도로 김영삼, 노무현 정권에서는 뛰어난 정보요원으로 인정을 받았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하루아침에 이중 스파이로 누명을 씌워 감옥에 집어넣더란다. 놀란 이 친구 부인은 지금도 길가 표지판에서 '흑'자만 보이면 가슴을 벌렁벌렁하며 살고 있다.

일반 재소자와 달리 공안 사범은 축구 배구 농구 등은 언감생심이요 건물 사이의 좁은 통로에서 바람만 쐬게 했다. 생각다 못해 철봉을 걸어달라 하여 근력을 유지하고자 했고, 스쿼트 등 운동을 했는데도 형기 만료하고 나올 땐 아내의 어깨에 의지해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다리 근육이 풀려 있더란다. 예전 실력의 70% 회복이 목표였는데 더 성실히 훈련하여 거의 회복했다니 집념이 놀랍다. 한정된 지면에 이 친구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모두 옮길 수는 없거니와 대신 그 삶의 편린이 '공작'이라는 영화로 상영되었고, 유튜브에 '국가에 버림받은 레전드 정보요원 박채서' 등 여러 편이 소개되고 있다.

정보기관의 사업은 국가 고위 관계자의 이익에 따라 달리 평가됨을 영화에서 봤거늘 실제로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사람이 가까운 친구일 줄이야. 북한에 몰래 들어가는데 해외 출장 가는 줄 알고 손 흔들어 배웅하는 부인의 얼굴을 살아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절박감으로 봐야만 했단 말에, 독방 6년을 무던히 견뎌내서 그런지 이따금 면벽 수련 십 년 禪僧의 표정을 보여 아련하다.

결과보다 과정을 제일 중시해야 하는 골프장의 화장실에 '인생은 한방이다.'라는 말이 걸려있어 웃음이 나온다. 채서 친구의 치열한 삶을 보면서 '인생은 손바닥에 구멍이 날 정도의 피 나는 수련의 결과'라 해야 옳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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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