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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제천 분의 초대로 영월에 라운딩 가는데 이동 중에 벌써 땀이 나도록 덥다. 티업이 한 시간 정도 남으면 대개 건조한 이야기로 긴장된 마음을 추스른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아직 못한 에이지 슈터(자기 나이대로 타수를 치는 것)를 여러 번 한 고수 친구가 싱글 골퍼의 매너를 조언했더랬다. 골프장에 허겁지겁 나와서는 절대 실력발휘를 못하며, 퍼팅 연습에 골프장 그린이 최고이니 라운딩 경우 연습 그린에서 퍼팅으로 거리감을 조율하고 스윙 등으로 충분히 몸을 푼 뒤에 필드에 나서야 한다. 전반 후 쉬는 시간에도 그늘 집에 가느니 퍼팅 연습이 좋다는 거다.

그 말대로 연습 그린에서 라인을 그리며 이마의 땀이 눈에 들어갈 만큼 퍼팅 연습을 한 뒤에 드라이버 레인지에 가서 몸이 더워질 정도로 스윙 연습도 마치고 드디어 1번 홀에 섰다. 첫 홀에서 긴장하지 않는 골퍼는 없다. 공이 똑바로 잘 나갈지 집 밖으로 나가 무참하게 될지 연습 정도에 따라 불안하거나 부담감으로 티 박스에 서게 된다. 티샷준비를 하고 서 있는데 캐디가 옆에 와서는 나지막하게 '노력형이시군요'라 한다. 챙 넓은 모자에 온 얼굴을 싸매어 오직 눈만 빼꼼한데 보니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여 필시 50줄에 들어선 아줌마일 게다. 아무리 경험 많고 연륜이 깊은 캐디일지라도 처음 보는 사람을 어찌 한눈에 간파한단 말인가. 불현 듯 교감 때에 모 강사가 주최하는 모임에서 강남 M보험사의 지점장이 수인사를 나누고 금방 천주교 신자이시군요라 한다. 음 묵주반지를 끼고 있으니 그야 당연한 건데, 10여분 지나 나의 혈액형을 정확히 짚어 놀랐던 일이 떠올랐다. 사람 살피기야 선생도 만만치 않은데 놀라는 나에게 척 보면 안다는 이 캐디를 보니 임자 제대로 만났다. 덕분에 첫 홀에 좌우 OB로 볼 3개 잃어버리는 최악의 불상사를 시작으로 9홀 동안 와이파이로 공을 날리곤 주변 경관 살필 겨를도 없이 공 찾느라 덤불 속만 헤맸다. 오죽하면 캐디가 로스트 볼 10개 들이 한 봉을 주며 여기 처음 오면 대부분 볼 많이 잃어버린다고 다독였을까. 이렇게 한두 개도 아닌 봉지채로 볼을 주는 희한한 캐디도 처음이다. 나도 사람 잘 기억하기로 소문이 났고 자타공인으로 사람의 특징을 잘 짚어내는 편인데 강적이다.

지인지감(知人之鑑)은 대단한 능력이요, 인사가 만사라고 사람의 능력을 살펴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수 있으면 아주 훌륭한 관리자인데 진행과 응대가 보통이 아니다. 알고 보니 그 골프장에서 제일 실력과 친절한 사람이라 부러 모신 캐디란다. 그래도 그렇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노력형을 간파 당한 나는 또 뭐람. 아니! 전반 홀을 마치고 카트에 앉았는데 연습 그린장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러면 라운딩 채비를 하던 캐디는 퍼팅과 스윙연습으로 한 시간 여 보낸 나를 보고 인사차 가볍게 던진 말이었고, 처음 보는 여인에게 속을 들켰다 여겨 당황한 나는 멘탈만 흔들린 거였다.

덕분에 전반 홀은 발전을 위한 노력을 어떻게 했던가! 인생 여정을 살피는 기회였다. 송충이가 기어가는 잔디밭을 고개 숙이고 골똘히 걸었고 부지기수로 공을 날렸고, 사람은 속이 깊어야 하는데 하며 자성한 시간이었다. 노력이야 어디 나만 했겠는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관리에 노력을 들이며 사는 건데 놀란 나머지 너무 신중하게 받아들였다. 옛 선인들이 소학(小學)으로 예를 갖추고 하루를 경재잠으로 시작하여 제수염족으로 마침도 노력이요 지독한 자기 수양이니 고금을 막론하고 노력은 기본이라.

라운딩을 마치고 퇴근하려는 직원에게 캐디 평가표를 부러 달란 뒤에 각 항목별 최고점인 5점에 'best of best Course manager'라고 써서 김 캐디에게 보답하였다. 천상 노력은 계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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