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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1.12 15:56:18
  • 최종수정2020.01.12 15:56:18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퇴계선생의 소망은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치열히 공부하시며 3,000여수의 시를 남겼는데 한시를 지식인들은 즐기겠으나 일반 대중들이 노래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당시 유행하던 한림별곡과 육가 등의 노래가 문제 있음을 살폈던 선생은 아래와 같이 언문으로 도산십이곡 지은 이유를 밝히셨다.

'이 가사를 지은 것은 무엇인가. 세상에 노래가 많으나 온유돈후한 노래가 적음을 애석하게 여겨 노래로 부르려면 시속말로 적어야 하니, 아이들로 하여금 조석으로 익혀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고 뛰게 한다면 비루한 마음을 씻어 버리고, 감발하여 마음이 화락해져서 노래하는 자와 듣는 자가 서로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가사가 노래 곡조에 들어가면 음절에 화합할지를 스스로 믿지 못하매 당분간 한 부를 써서 상자 안에 넣어두고 때때로 꺼내어 스스로 반성해 보고 또 훗날에 열람해 보는 자의 취사선택을 기다릴 뿐이다. 도산노인 쓰다.'(도산십이곡발 중)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지도위원들에게 부여된 금년 1차 연찬회 과제는 도산십이곡 숙지 완창이다. 지도위원들은 대부분 교장이요, 공무원 출신이므로 각종 연수와 자격시험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분들이다. 이제는 암기 실력이 예전 같지 않음에도 이렇게 많은 12곡을 어떻게 외우느냐, 이런 것을 왜 하느냐는 불평도 없이 묵묵히 암기에 돌입하였다. 유튜브를 들어 곡을 익히고, 빼곡히 가사 적은 종이를 주머니 속에나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외우고, 방안 곳곳이며 침대 머리맡까지 악보를 두어 눈 갈 때마다 살피는 등 아이디어 백출이다. 선비교육으로 모이면 가사 다 외웠는가· 확인이 인사이고 강사대기실에서는 당연히 도산십이곡 노래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온다. 8개 지부가 각기 모여 사전 노래 연습도 한 뒤에 2020년 1월 2일에 드디어 상금까지 걸린 제창대회가 열렸다. 화음까지는 여력이 없어 합창이라기보다 떼창이라도 역시 과거 이력에 걸맞게 다들 잘 외워 오셨다. 유치원 어린이 같이 긴장되고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오른 노인들의 모습이 재미있으며, 간혹 악보를 손에 든 팀도 있고 태극문양 부채 뒷면에 악보를 붙여 사알짝 보는 팀도 있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치자.

매번 지도위원 연찬회에 참석하시는 퇴계 16세 종손 이근필 옹이 앞으로 퇴계 불천위 제사에 도산십이곡을 헌창하며, 금년은 제사에 참례하는 지도위원들이 올리기를 바라신다. 불천위 제사는 만고의 사표가 되는 훌륭한 어른은 4대 봉사 후에도 계속 제사를 지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갓이나 유건과 도포로 의관을 갖춘 지도위원 100여명이 종택의 추월한수정에서 도산십이곡을 헌창하였다. 퇴계선생이 듣고 계실 터, 한겨울 매섭게 시린 밤바람이 귀와 볼을 얼리는데도 우리의 입김은 서리서리 올라갔고 노래 소리는 깊고도 힘차게 도산 고을에 울려 퍼졌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께서도 마루에서 당하로 내려와 같이 부르시는데 마침 황포를 입어 행렬 맨 앞줄에 선 덕에 원장님 뺨에 흐르는 눈물이 보인다. 작곡자인 퇴계 16세 외손 김종성 교수는 오전 강의 중 제창 고유로 수강 지도위원들이 노래하는 중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도산십이곡 제창대회를 제안한 이사장님은 겨울 밤바람에 차가울 눈물도 닦지 못하시고. 마당에서 노래 드리는 우리의 발은 시려 와도 뜨거운 감동으로 코가 찡하고.

1565년 3월 16일(음)에 후인이 나의 가사에 곡을 붙인 뒤 이 노래가 세상 사람들에게 익혀 불러지면 좋겠다는 선생의 바람이 2020년 1월 2일에 이루어졌구나. 그것도 도산십이곡이 고비합사(考妣合祀)로 처음 지내는 선생의 제사에서 영전에 헌창되었다. 세상을 착하게 하려는 노력으로 이 땅에 크게 울려 퍼지는 도산십이곡 고고지성(呱呱之聲)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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