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2℃
  • 맑음강릉 19.4℃
  • 맑음서울 20.1℃
  • 맑음충주 21.6℃
  • 맑음서산 18.5℃
  • 맑음청주 22.5℃
  • 맑음대전 21.7℃
  • 맑음추풍령 21.1℃
  • 맑음대구 23.6℃
  • 맑음울산 15.8℃
  • 맑음광주 22.5℃
  • 구름조금부산 15.5℃
  • 맑음고창 20.5℃
  • 맑음홍성(예) 19.4℃
  • 맑음제주 17.2℃
  • 구름많음고산 16.9℃
  • 맑음강화 16.5℃
  • 맑음제천 20.0℃
  • 맑음보은 21.2℃
  • 맑음천안 21.6℃
  • 맑음보령 16.2℃
  • 맑음부여 20.0℃
  • 맑음금산 21.1℃
  • 맑음강진군 20.0℃
  • 맑음경주시 21.3℃
  • 맑음거제 15.8℃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9.10.06 15:54:14
  • 최종수정2019.10.06 15:54:14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차곡차곡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가지런히 겹쳐 쌓거나 포개는 모양이다. 세간에서 차곡차곡은 차와 곡식을 잘 준비해 놓은 모습이거나 차와 곡차를 더불어 즐기는 정경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 가을에 차곡차곡이 차와 곡식이 넉넉한 풍요롭고 여유 있는 정경으로 연상된다.

차 생활이 어느덧 20년을 넘어가면서 보이차는 물론 자사호 관련 서적도 읽어가며 차에 대한 상식이 깊어가는 만큼 방에는 마실 차가 쌓여갔다. 차 가격이 천차만별이요 좋은 차의 값은 천정부지이다. 지갑형편을 고려하여 보관하여 후일을 기약하는 속내로 중저가의 차를 익어가는 순으로 마시고 차맛을 아는 우리 딸들에게도 농익은 차를 주겠다하니 따라다니며 물건 못 사게 잔소리하는 아내도 막을 핑계가 없다. 집안에 쌓여가는 차만큼 마음도 풍족해갔다. 차라는 것이 환경에 워낙 민감하므로 건창과 습창의 맛이 다를 뿐더러 같은 차일지라도 중국과 한국에서 보관한 차 맛이 확연히 다르다. 이토록 냄새에 민감하다.

그런데 금년 초 있었던 집안의 작은 화재로 연기와 그을음이 가구와 옷가지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으니 그동안 고이고이 모셔두었던 차도 그을음 폭탄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혹시 랩으로 잘 둘렀던 차는 어떨까 하여 조심스레 시음해 보니 이도 역시 혀를 톡 쏘는 맛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홍수 때문에 시뻘겋게 변해버린 물 천지 속에서 마실 물이 없어 애 타는 사람처럼 사방 물 천지인 바다 한 복판에서 마실 물이 없어 입술 타들어가는 사람처럼 나는 차 덩이 속에서도 마실 차가 없어 목이 마르다. 차가 없으니 마음에도 궁기가 도는지 매일 저녁에 일상처럼 감미롭게 듣던 세상의 모든 음악마저 싱거운 느낌이다. 어디 그뿐이랴! 하루에 평균 3번 이상 마시던 차를 못 대하니 허전하고 아쉬워 자꾸 주위를 서성이게 된다. 그런 중에 매년 「추석맞이 세일」하는 카페의 공지가 뜨기를 기다리는데 마치 설빔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아이의 마음이라. 드디어 구매한 차를 예상보다 일찍 받았을 때의 기쁨이란! 고작 병차 몇 편인데도 찻자리 옆에 벌려두고 보니 이리 좋을 수가 없다. 왼쪽에는 마실 차가 있고, 오른 옆에는 먹을 곡식이 있으니 볼 때마다 흐뭇하고 넉넉한 느낌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듯하다. 이렇게 여유가 생기자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아끼던 차를 덜어주어 갈증을 풀 수 있게 해 준 분에게 감사를 표할 생각도 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이런 심정일 텐데 주위의 형편을 잘 헤아려 준 사람이 경주 최부자이다. 흉년에는 굶주리는 이웃을 보살폈고, 임정을 위한 독립자금까지 지원한 행적을 보면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과는 전혀 다르다. 최부자 집안 철학인 육연(六然)은 자처초연(自處超然), 대인애연(對人靄然), 무사징연(無事澄然), 유사감연(有事敢然), 득의담연(得意淡然), 실의태연(失意泰然)이라.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는데 12대 300년간이나 만석꾼으로 부를 유지한 노하우가 이 같은 가내 철학 덕분이다. 어디 최부자댁 뿐이겠는가. 다른 부자들도 끼니를 잇기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곳간의 외부 문을 열어서 이들이 필요할 때 퍼갈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모두 차곡차곡의 여유를 가진 때문이라.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 거개가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과정을 무시하고 박기후인(薄己厚人-자기에게 엄하고 남에게 너그러움)의 정반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식 자랑은 하되 이를 지혜로 가꾸지 못하니 차곡차곡의 여유는 물론 철학마저 없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자기를 살피지 않으니 주위를 배려할 줄도 모르고 베풀 줄도 모를 뿐더러 배운 대로 행하지 않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우리의 옛 선비들이 알면 통탄할 일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