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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손녀가 밥 먹는 것을 보면 거의 전쟁 수준에 버금가는 식사 장면이다. 아빠는 달래고 엄마는 아이 입에 밥을 퍼 주며 공갈 반 협박 반이고 아이는 눈물 반 콧물 반으로 안 먹으려 기를 쓴다. 이렇게 커서야 밥에 대한 고마움을 알까나. 흔하디흔한 먹거리 중의 하나이며 오히려 다이어트를 하도록 유도하는 적대적 대상으로 인식하게 될까 염려된다. 사실 요즘 어른들도 밥이 하느님이다 라던가 밥심으로 산다 내지 먹성 좋은 머슴이 일도 잘 한다는 옛 속담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렸을 적에는 쌀밥 한번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음력 6월이 생일인 동생이 부러웠던 것도 생일 맞은 동생만 하얀 쌀밥을 받기 때문이었다. 요즘 아주 어쩌다 보리밥 집에 갔을 때 '그래 이 맛이야'하며 어릴 적 보리밥 먹던 추억을 새기는 친구들은 딴 나라 사람이다. 허구한 날 주야장창 보리밥만 먹어보라. 지금도 보리밥 생각만 하면 진저리가 쳐지는데 추억 어린 음식 운운할 마음조차 생길리 만무하다.

대학시절 축제 때에는 같은 과 여학생들에게 얻은 구멍 난 스타킹으로 다리에 들러붙는 거머리를 막으며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김도 매고 피사리도 하며 논농사를 하였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했던가. 가을 녘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는 한 가족이요, 내 발길을 반기는 듯 보여 자식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니 탈곡할 때는 한 톨이라도 땅에 떨구지 않으려 애를 쓰게 되고, 어릴 때 아버님께서 밥톨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한다고 꾸짖으셨던 것도 이해가 되었다.

요즘에는 온갖 먹방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개중에는 「누들로드」처럼 문화인류학적 견지에서 국수가 인간에게 끼친 영향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있지만 거개가 시청률에 목숨 건 개그맨 등 출연진들을 먹이고 살찌우는 프로그램들이다. PD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절제하지 못하여 배가 동산만한 사람들을 불렀으며, 도대체 먹다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저리 먹지 못해 안달일까. 쌀 한 톨 만들고자 흘린 농부의 땀에 대한 감사도 모르고 맛에 탐닉하여 와구 먹어대는 모양을 보면서 아귀가 저런 모습이겠거니 여긴다. 모 개그우먼에 의해 소떡이라는 메뉴까지 유행하는데, 자제심 없는 사람들은 이들 출연자의 먹는 모습으로 대리 만족을 하거나 주문 음식으로 배를 채우게 되겠거니. 먹방 프로그램은 절제를 기본으로 여겨야 하는 인간에게 참을성도 없고 아낄 줄은 더더욱 모르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니 식량이 천지간의 정령에서 나온 것이며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함을 어찌 살필 수 있으랴.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지척의 시드볼트-씨앗저장고를 보면서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사물을 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장고에는 인류 최후의 위기가 닥칠 경우를 대비하여 종자를 장기 보존하여 보다 오랫동안 활성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요즘 일본과의 경제 전쟁에서 보듯 전쟁도 과거의 총칼로 싸우는 시대에서 경제적 보복으로 상대를 궤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식량을 무기로 한다면 더 참혹한 전쟁이 되리라 여겨 씨앗 저장고가 눈에 들어온다.

하룻밤에 노예 한 가족의 1년 치 식량을 먹어 치우던 로마 말기의 파티 같은 퇴폐 문화는 나라 말기적 증상임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다. 먹는 데에 대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젊은 세대이기에 헬조선이란 말도 나오고, 먹방들은 음식이 내게 베풀어 주는 생존의 기회 부여임을 살피지 못하고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한 먹거리로만 여기도록 만들고 있는 듯하여 소름 돋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 끼 밥상에 올라온 음식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해야겠다. 모름지기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면 사람도 아니거니와 부족함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사람은 있는 것에 대하여 감사할 줄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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