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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0.20 14:25:54
  • 최종수정2019.10.20 14:25:54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우리 어머님은 바다를 보면 내장까지 뻥 뚫리는 것 같다며 좋아하신다. 게다가 예전에 해운대에서의 전복죽 맛을 이따금 회상하시기에 바다와 전복을 동시에 만족시켜 줄 완도를 구경시켜 드리려 마음먹은 것이 3년 전이었다. 마침 작은딸이 이번 휴가는 부모님과 여행을 하자기에 어머님도 모시고 싶은데 네가 엄마의 동의를 구해 보라하자 부부 문제는 부부가 알아서 하시란다. 미운 것! 다행히 아내도 어머님이 좋아하시면 그러지 뭐라고 선뜻 응낙한다. 참 고마운 사람! 이렇게 해서 어머님과 자식 내외 그리고 손녀딸까지 함께 하는 3대의 완도 유람이 2박3일의 여정으로 10월 12일에 시작되었다. 미루던 숙제를 하는 기분이다.

아내가 운전대를 잡은 덕에 나는 예상과 달리 어머님과 함께 뒷좌석에서 4시간 여를 편하게 간다. 딸과 이야기하느라 휴게소도 계속 패스하기에 피곤하지 않느냐 물으니 이상하게 힘들지 않단다. 막내딸이 저렇게 좋을까·

요즘 치료받는 어머님의 새 틀니가 편하여 단단한 음식도 씹을 수 있다 하신다니 전복 코스로 승격하여 저녁을 배불리 잡숫도록 해 드렸건만 여동생의 문안 전화를 받고는 오는 길에 잠시 들른 담양 죽녹원의 대나무 숲이 시원하더라는 말씀만 하시니 비싼 전복 코스 요리의 효과는 별로 없나보다.(그러고 보니 여행 동안 아들들은 모두 전화를 했건만 며느리는 전화를 안 했군)

완도는 30분 내외로 볼거리가 있어 정도리 구계등의 몽돌 해변, 땅 끝 마을, 미황사, 장보고 기념관과 청해진 유적지인 장도를 욕심껏 둘러봐도 시간이 여유롭다. 다만 어머님이 무릎때문에 걷기를 어려워하시니, 농암 이현보 선생이 愛日堂을 지어 부모님 살아계신 하루를 소중히 하셨던 마음이 이제 내 마음이다. 철 지난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인적이 드물어 피곤도 달랠 겸 3대가 모두 벤치에 벌러덩 드러누워 해송 사이의 뭉게구름을 눈 가득 담고 파도 소리를 귓전으로 들으며 온 몸으로 산들거리는 가을바람을 맞는데 이러다 잘하면 우화등선(羽化登仙)하겠다.

오는 길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인 강진 사의재에 들렀다. 서학 쟁이에게 집을 내 주는 사람이 없는데 주모의 선심으로 간신히 방 한 칸을 얻어 사의재라는 당호를 걸을 수 있었다. 사의재(四宜齋)는 '네 가지를 마땅히 해야 할 집'이라는 뜻이다. '생각은 마땅히 맑게, 외모는 마땅히 단정하게, 말은 마땅히 적게, 행동은 마땅히 무겁게'하며 여기서 평생 제자인 황상에게 '삶을 바꾼 만남'이 이루어졌고, 그때 제자에게 준 삼근계와 다산 선생의 과골삼천 사례로 딸의 삶에 지남(指南)이 되기를 바랐다. 보통 사람 같으면 진작 우울증이나 홧병으로 생을 마감했을 터이나 부단히 자신을 성찰한 덕분에 오히려 역작을 저술하였는데 금정찰방 재임 시에 퇴계를 사숙하여 『도산사숙록』을 지은 것이 도움 되었을 것이라는 부언도 함께. 당초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머님께는 바다를 실컷 안겨드리고, 딸에게는 부단히 성찰하는 삶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주려 했던 것이라. 시간이 남기에 다산초당과 동암까지 둘러보며 『여유당전서』의 집필 장소이고, 여기서 자산도에 유배중인 둘째 약전 형을 몹시도 그리워했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며 형제간 우애를 바라는 속내를 풀었다. 청주에 다다르자 어렸을 때처럼 아빠의 역사 유적 설명을 들어 기뻤다며, 다음에는 섬진강 둘레 길을 다시 할머니와 같이 가 보잔다. 출가한 여식이 이렇게 부모와 여행하자니 얼마나 좋은고!

수목원 펜션의 복층 계단을 내려오는 손녀의 모습이 며칠간 아른아른하겠다는 어머님의 혼자 말씀과, 긴 여행을 한 것 같다며 행복해 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숙제를 잘 마친 듯 여겨지는 3대의 완도 유람이었다. 여행 후 며칠 뒤에 '엄마 아빠 사랑해요!'란 말과 함께 작은 딸이 국화꽃 한 다발을 보내왔다. 그런데 아빠는 왜 항상 후순위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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