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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동료 교사의 워크맨으로 수제천을 듣자마자 국악이 좋아져 김중섭 선생의 카세트테이프가 너덜해지도록 단소를 독학하곤 고불 맹사성께서 평생 즐겼던 대금을 잡게 되었다. 이후 기회 될 때마다 국악 공연을 보러 다녔고 혹 서울에 1박2일 출장이라도 있으면 국립국악원 공연 일정을 살펴 예술의 전당을 기웃거렸다. 전문역량 강화 1주일 연수는 국악원의 입맛 당기는 프로그램과 일정을 조율하여 다른 연수생들은 저녁에 술잔 기울일 때 나는 연주회 관람석에서 정신을 모았다. 한번은 국악원 가는 시내버스에서 지갑에 차비 천 원짜리가 한 장도 없다. 기사가 문을 안 열어주어 승객들에게 천 원짜리 열장 있는 분계시냐 다급히 묻자 마음씨 착한 어느 아주머니가 한 장을 주어 간신히 내린 일도 있었다.

국악의 한 분야에 최고의 경지를 이룬 사람에게 명인·명창이라 부르며 관람 능력이 뛰어난 아마추어를 귀명창이라고 한다. 열심히 공연장을 드나들다보니 나도 어느새 국악기의 음색 구분을 넘어서 악사의 연주 기량까지 살피고 있다. 어느 악사가 박을 잘못 짚어 조금 일찍 나오는지 아니면 뒤늦게 허겁지겁 판을 따라가는지도 보인다. 이게 오히려 음악 흐름에 몰두를 방해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들리고 보이니 바야흐로 귀 명창 지근에는 들어섰다보다.

국악에는 '시나위'라는 즉흥 기악합주곡 양식의 연주가 있다. 가야금·거문고·해금·아쟁·피리·대금 등의 악기들이 육자배기 장단 안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데도 산만하거나 불협화음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에 시나위를 "부조화 속의 조화", "혼돈 속의 질서"라고도 한다. 대개 시나위 무악권(巫樂圈)으로 불리는 경기 남부·충청 서부·전라·경상도 서남부 지방의 무가(巫歌) 반주 또는 무당의 춤 반주의 남도 계면조 음악에서 유래를 찾는데 육자배기토리 허튼가락과 육자배기 태평소 허튼가락도 시나위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무의식(巫儀式)의 음악이 무대화된 기악 합주곡을 시나위라 하며, 원래는 각 분야의 고수가 즉흥 연주로 앙상블을 이루는 것인데 지금은 정형화된 시나위를 연주하고 있어 예전의 즉흥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명인도 귀하거니와 40대 초반 약관의 연주자들이 마련된 악곡을 연습하여 무늬만 시나위로 무대에 올리는 용기를 보기도 한다.

시나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연주자의 기량과 즉흥성이다. 국악에서 충분한 내공을 쌓은 뒤에 기량이 원숙해진 사람을 득음(得音)하였다고 평한다. 평생 한 길에 정진하여 가히 득음의 경지에 오른 어르신들이 악기를 잡고는 떠오르는 대로 손이 가는대로 연주를 한다. 처음에는 화합이 어려우나 연주가 이어짐에 따라 점차 아름다운 조화가 어우러져 관객을 감동시킨다. 탄탄한 기량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연주에 휘둘리지 않으며, 만약 흔들리게 되면 좌중까지 불안해진다. 감흥을 충분히 녹여낸 바탕에 다른 연주자의 음악을 들으며 즉석에서 연주 내용을 뭉쳐가는 것이니 기량이 우선이요, 동반 악사를 존중하는 마음이 따라야 한다. 정해진 박이 없어 일러도 되고 늦어도 상관없다. 음악을 들을수록 사전 협의 없이 다른 악기와 연주자가 살갑게 맞아 들어가는 과정이 신비롭다. 지휘자가 버티고 끌어가는 서양 음악가들이 보기엔 혀를 내 두를 일이다.

시나위는 같이하는 악사의 기량을 존중하며 판에 깔리는 음악 흐름에 맞춰가는 것이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상대가 변하는 것을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변하면 상대도 따라오듯이 시나위 마당에서는 더 높은 수준을 향한 상호 변화가 관건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의 인격과 수준을 인정하며 특히 전문가를 존중하면 덩달아 자기도 발전한다. 전문가는 치열한 자기 수련으로 이룩되므로 아이들을 전문가로 키워주도록 사회 배경이 탄탄하고 안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각 분야에서 전문가에 노력을 들이는 사람 숫자와 부분 선진국에서 온전한 선진국에의 도달시간은 분명 반비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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