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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2.02 15:43:40
  • 최종수정2018.12.02 15:43:40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교육학박사

 정석종 교수의 '조선 후기의 정치와 사상' 서문에, 지인 명진 스님이 준 '이 무엇고?'란 화두를 작고한 은사 김철준 교수가 꿈에 나타나 '언어도단'이라 가르침을 줬다는 내용이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이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논문 읽느라 두 시간 반 정도로 수면 시간을 줄인지 여러 해가 되니 종당에는 꿈속에서도 책장이 넘어가고, 이따금 책의 내용을 지도교수님이 설명을 해 주셔도 미둔한지라 잠에서 깨면 가르침을 베푼 꿈만 기억나고 정작 그 내용은 흐릿한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생각나는 것을 메모했는데 '새벽에 일어나 구절을 얻는' 효기득구와 유사하다. 며칠 전의 차담을 효기득구로 정리해 봤다.

 몇 년 전에 부강에 차를 아시는 스님이 있다기에 지인과 함께 찾아간 적이 있었다. 처음 뵙는 자리임에도 스님이 쓰신 '향기로 장엄한 세계'를 받고, 답례를 미루던 차 이번에야 비로소 뵙고 해 지난 나의 문집을 드릴 수 있었다. 초겨울 기찻길 옆 오두막 산방에서 은제 주전자 안의 물은 끓어 백비탕으로 변해 가고 창 너머 산자락에 비치는 오후 볕은 따사롭다. 서쪽 창틀 너머로는 기와로 켜를 쌓은 담장 위에 자그마한 소나무 분재가 앙증맞게 들여다보고 있고, 스님 뒤편 남쪽 창으로는 소나무 가지 한 자락이 휘영청 늘어져 있다. 스님은 연신 찻물을 다관에 부으며 법문을 여는데 그 내용이 자못 심오하다.

 이승이 무언가? 현 시간 바로 지금이 이승인데 지금이 지나면 저승이요, 앞으로 다가올 순간이 극락이라. 지금을 잘 살면 지금 여기가 바로 극락이 될 수도 있으니 마음을 잘 가져야 한단다. 그 마음을 수양하는 삼매에는 정중일여(靜中一如), 동정일여(動靜一如), 몽중일여(夢中一如), 오매일여(寤寐一如), 생사일여(生死一如) 등의 단계를 거쳐서 다시 이 한 생각(一念子)을 확 터뜨려 버린 폭지일파(爆地一破)가 있다. 내가 불자도 아니요, 불교 이론도 몰라서 다시 뜻을 살펴보니 고요히 좌선하는 가운데 의심덩어리(疑團)가 드러나서(獨露) 하나가 된 뒤에(일여) 다시 활동하는 가운데서, 나아가서 꿈을 꾸는 가운데서 일여가 되고, 마지막으로 깊이 잠이 들었을 때에도 화두가 한가지로 된 뒤에 다시 큰 깨달음을 경험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침 심리학을 전공한 집사람이 곁에서 스님의 말을 거들자 깊이가 더 해진다.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의식이 주관해 육감이 된다. 의식은 취사선택을 정하며 여기서부터 업(業)의 단계로 7감이 돼 8감으로 가는 통로가 되는데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는 능력인 말라야식(末那耶識)이다. 8감은 아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도 불리며 함장식(含藏識), 잠재의식으로서 사람이 죽으면 8감 가운데 잠재의식만 남는 때문에 죽어서도 잠재의식이 좋게 남아 있으려면 평소에 의식 갈무리를 잘해 극락처럼 살아야 한다는 요지였다.

 의식을 깨어 놓고 지금에 최선을 다해 의미 있게 순간을 유지하면 그것이 좋은 이승이요, 극락이라는 말뜻인 거 같은데 그렇다면 순간에 최선을 다 하라는 말이나 현재에 충실하라는 까르페 디엠(Carpe diem)과 다를 바 없겠다. 현재가 제일 중요하고 그러므로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잘 대해야 하고 지금 하는 것을 잘 하라는 뜻인가.

 그러면서 이즉돈제를 덧붙이신다. 다시 물어보니 이즉돈오사비돈제(理卽頓悟事非頓除), 즉 이치로는 단박 깨달을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 쉽게 제거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란다.

 어느덧 해는 뉘엿 넘어가는데 도도한 말씀은 그칠 줄 모른다. 인성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현세 개탄에서 시작한 말이 의식으로 진행됐다. 얼결에 들은 법문이나 문외한에게도 고개를 끄떡이게 하고, 여러 가지로 내 놓은 차와 다과가 보기에도 좋고 맛있어 입과 눈 그리고 마음과 귀가 호강한 따사로운 찻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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