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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의 '결' - 솔밭공원

솔숲에서 하나의 풍경으로

  • 웹출고시간2016.03.10 19:05:19
  • 최종수정2016.03.10 20:11:30
창가에 봄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날이다. 찬란한 빛살에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고 눈을 자꾸 껌벅거린다. 동장군이 제아무리 가지 끝 꽃망울을 훼사 놓아도 어쩔 수 없나 보다. 결국, 이렇듯 봄빛에 자리를 내주고 있지 않은가. 오늘처럼 햇살이 따사로운 날은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린다. 양지바른 곳에 개불알풀이 마중을 나와 있을 것만 같다.
이맘때면 내가 즐겨 찾는 아지트가 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줄곧 한 곳을 설렘과 기쁨으로 찾는다. 아마도 산업공단 내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처럼 그곳을 누리리라. 점심을 빨리 먹고 버릇처럼 찾는 이도 있을 테고, 아니면 일부러 바람을 쐬러 온 이도 있으리라. 어떤 이유에서든 솔숲을 든 사람은 가슴에 따스한 정서를 품고 사는 이가 분명하다.

일상의 답답한 숨통을 트고 감성 지수를 높일 수 있는 곳, 바로 소나무 군락지인 솔밭공원이다. 아직은 소나무 발치에 잡풀들이 사위어 나무의 자태가 전신으로 드러나는 해토머리다. 공원의 소나무는 곧은 나무는 드물고 굽은 나무들이 더 많다. 공장 건물들이 빽빽한 곳에 공원이 존재하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공원 안에 그림 같은 울창한 솔숲이 건재하니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공원에 각종 편의시설이 보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친환경 쉼터로 거듭나려면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파헤쳐진 보도블록과 낡은 시설물의 빠른 보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송의 개수가 해마다 줄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전문가의 손길이 시급한 상황인 것 같다. 공원에는 기념탑들이 많다. 올림픽을 유치하던 해에 조성되어선지 올림픽 기념탑도 있고, 월남참전기념탑과 망향탑, 그리고 애향비와 공적비 등이 세워져 있다. 공원 북서쪽에는 청소년 수련관도 자리한다.
점심 무렵에는 직장 유니폼을 입은 근로자들이 많이 보인다.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김밥을 먹는 사람에 소나무 숲길을 걷는 이들도 종종 만난다. 청주시민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봄과 가을 소풍으로 솔밭공원을 다녀간 적이 있으리라. 세월도 흐르고 세대도 바꿔 지금은 어린이집 행사장으로 애용되는 것 같다. 찬바람이 불면 공원에 인적도 뜸해진다. 사계절을 찾는 이는 정녕 공원을 사랑하는 분이다. 눈꽃이 핀 소나무의 자태를 상상만 해도 운치가 넘친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달려가 눈꽃 핀 솔숲을 감상하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봄을 맞는다. 아쉽지만 솔숲의 설경은 다음 해로 미루고, 봄을 맞은 공원의 정경을 그리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오늘처럼 봄빛이 완연해지면 양지바른 곳에 앉은뱅이 들꽃들이 진을 치리라. 솔숲으로 가는 길목에는 몸을 낮춰야만 눈에 보이는 들꽃들, 개불알풀과 제비꽃, 황새냉이와 봄맞이꽃, 민들레 등속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이어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나고 벚꽃이 눈꽃처럼 하늘을 하얗게 덮으면 공원은 봄의 절정에 이른다.

내 마음은 벌써 봄꽃이 핀 공원에 가 있는 듯하다. 지난해 봄, 어느 날 특별한 이벤트가 떠오른다. 여동생들이 나를 공원으로 불러내 생일 축하를 해주던 살뜰한 정을 어찌 잊으랴. 벚꽃 핀 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손수 만든 김밥과 케이크와 과일을 내놓던 동생의 마음과 손길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봄빛에 공장 숲과 연둣빛 신록이 흔들리고, 벚꽃이 주위를 환하게 밝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 날이다.

지금도 한 폭의 그림 같은 봄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동생들의 마음이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지고, 자연과 들꽃을 좋아하는 내 마음을 읽은 동생들의 이벤트에 나의 하루가 빛난 날이다. 녹록하지 않은 일상에 싱그러운 기운을 불어넣은 동생들이 대견스럽다. 공원에서 나만을 위한 봄날 이벤트는 오롯이 남아 두고두고 회상되리라.
벚꽃이 사위고 솔숲엔 새로운 꽃불이 일어난다. 푸른 소나무 숲 둘레에 진분홍빛 철쭉이 무더기로 피어나면 녹색의 소나무와 어우러져 빛깔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그 정취를 한눈에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는 팔각정이 있어 좋다. 정녕 혼자 보기 아쉬운 경치가 펼쳐져 직장 동료와 어른의 손을 잡고 소풍을 나선다. 더불어 어른이 즐기는 하모니카까지 준비한다. 향기로운 꽃 덤불과 솔바람 속에서 점심을 먹고 음악을 즐기니 부러울 게 무엇이랴. 세상을 다 얻은 듯 넉넉하고 평온한 하루가 선물로 주어진다.

솔밭공원은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을 품고 있다. 공원의 주인은 따로 없다. 그 누구라도 게의 치 않는다. 숲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향기롭고 든든하다고 할까. 일상에서 잠시 힘겨운 마음으로 걸어 들어온 뭇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독인다. 아무 말 없이 솔숲을 거닐고 있으면 소나무 향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온몸에 독소가 정제되어 피돌기가 순해진다. 숲은 생색내지 않고 자기 일인 양 사람들의 복잡한 심상을 달래 세상으로 돌려보낸다. 시민의 정서를 높이고 문화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아니 솔숲과 영원히 상생할 수 있도록 우리도 아낌없이 주어야만 한다.

솔숲은 생활 속 빠트릴 수 없는 묘미를 주는 장소이다. 틈을 내 그곳에서 가슴 떨리는 느낌을 간직하고 싶다. 머지않아 공원에 향기로운 꽃 사태가 일리라. 진분홍빛 철쭉이 한 무더기로 핀 소나무 숲길을 다정히 걸어가는 동료와 내가 보인다. 솔숲에서 우리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시(詩)가 되어 하나의 풍경으로 존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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