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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03 15:30:48
  • 최종수정2016.11.03 15:30:48

김선 작가의 도자기 '꿰다, 엮다'.

공예페어전을 돌다가 그냥 스칠 작품이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대상은 벽을 장식한 독특한 도자기 그릇이다.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 감도는 청색이라 걸음을 멈추게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도자기 안에 뱅글뱅글 돌아가는 듯 무늬를 놓은 오색실선 덕분인지도 모르리라. 보기 좋은 장식품쯤으로 여기며 도자기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요모조모 뜯어본다. 하지만, 도자기를 보면 볼수록 무엇인가 다른 느낌이 든다.

벽에 붙은 '꿰다, 엮다'란 작품 제목을 보고 더욱 의문이 일어난다. 흙으로 만든 도자기를 어떻게 꿰고 엮는단 말인가. 안쪽 실선을 만지니 무명실 느낌이다. 뒷면을 보니 매듭진 실과 무수한 작은 구멍에 실을 엮은 것이 보인다. 그렇다면, 도자기를 실로 꿰맨 작품은 어떤 것일까. 겉면이 매끈한 도자기에 꿰맨 흔적이 전혀 없다. 진흙이 굳기 전 별도로 흙을 가늘게 고리를 만들어 구멍에 일일이 꿰맨 듯 박음질처럼 무늬를 넣었다고 작가가 의문을 풀어준다.

'내 마음의 집 귀가'를 주제로 열린 2016 청주공예페어.

도자기를 엮고 꿰맨 작가의 발상이 참으로 남다르다. 도자기를 빚으며 작은 구멍들을 뚫고 도자기가 마른 뒤 실을 엮는 것도 신선한데, 그 구멍에 마르지 않은 아주 작은 진흙 고리를 구멍에 일일이 꿰맸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작디작은 고리를 도자기 구멍에 손으로 꿰었을, 혼신을 다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가에 감탄사가 절로 흐른다.

달항아리

공예페어전에는 대부분 실생활에 필요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전통한복과 달항아리, 화려한 꽃 조명과 소나무 탁자와 의자 등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자기까지 많은 소품이 관람객을 유혹한다. 난 전시 작품 중에 엮고 꿰맨 독특한 도자기가 마음에 들었으나 망설이다가 돌아선다. 결국 실로 엮고 꿰맨 도자기는 실용성에서 약간 떨어져서다. 마음에는 독특한 도자기를, 두 손에는 손수 원단을 잘라 날염한 꽃무늬 손수건 여러 장 들고 돌아온다.

목공예 수납장 화훼탈.

젊은 작가는 아마도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나 보다. 요즘 부엌에 변화의 바람을 읽고 만든 작품인 것 같다. 그녀의 도자기 작품은, 벽 장식으로 활용하거나 구멍이 뚫려 건식 생활 자기로 가능하다. 아파트 공동주택도 북유럽식 부엌 구조로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개방형보단 수납공간을 많이 만들어 살림에 필요한 집기용품을 찬장 안에 수납하는 형이다. 나 또한 아직 살림이 전면에 드러나도록 배치하는 개방형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러나 그릇이나 집기의 효용성에서는 두 배의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기계가 아닌 손수 만든 작품을 좋아한다. 오늘처럼 열리는 공예전이나 상설로 열리는 한국공예전을 즐겨 찾는 편이다. 공예가에게 전통방법을 고수하는 건 힘든 작업이지만, 기계로 뽑아낸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작가의 숨결과 정신, 작품을 만드는데 들인 정성과 열정이 전해져서다. 면면히 이어온 전통의 공예품을 생활에서 즐기고, 호흡하고자 애써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최근 어느 잡지에서 '다시 쓰는 공예지도'를 보고 충북 도민으로서 마음이 썩 좋지를 않았다. 한반도 지도 위에는 팔도 표기와 지역을 대표하는 공예품이 그림으로 표기되어 있다. 강화 완초 공예와 서울·경기 매듭, 가평 한지와 안성 유기, 원주 옻칠과 한산 모시, 전주 한지와 전주 조선 한식 가구, 담양 죽공예와 나주 쪽 염색, 곡성 낙죽장도와 통영 나전칠기이다. 그 지역을 일부러 가지 않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지역 특산품이다. 정녕 내 고장에는 내세울 공예품이 없었던 것일까.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2016청주공예페어에 전시된 조명.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 잡기까지 숨은 노력이 필요함을 누구나 알리라. 공예품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역만이 갖는 오랜 역사와 문화, 작가만의 손기술 등이 더해져 지역 특유의 공예로 발전된 것이다. 옛것을 고수한다고, 현대의 물상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고리타분'하다는 인식도 옛말이다. 젊은 사람들도 현대문명에 지쳤는지 역발상으로 치닫는 현상이 일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자연 친화적 제품을 원한다. 생활 또한 '미니멀 라이프'을 주장하며 적게 소유하고 간편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의 편리성을 위하여 만든 물질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옛것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닌단다.

진정한 공예품은 전통문화와 정신을 이어 온 생활 명품이라고 생각한다. 생활 속에서 즐겨 애용하는 공예품이 진정한 가치를 더한다. 수입 개방으로 국적도 모르는 소비제품들이 생활 속에 물밀 듯 파고들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편리성 위주에 집기들을 사용하는 일은 결국 정체성을 흐트러뜨리는 일이다. 때마침 청주에서는 전통문화와 공예품을 향유와 교감하는 자리인 '젓가락 페스티벌'이 11월 청주 첨단문화산업단지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두 번째 이어지는 젓가락 페스티벌을 3국의 공동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고자 애를 쓰고 있다. 한국 사람에게 젓가락은 식생활에 필수 공예품이다. 유년시절 부모님께서 내 손을 잡고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쳐주시던 모습이 오롯이 떠오른다. 부디 젓가락 행사가 내 고장에 다양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계되는 공방은 물론이고, 청주 시민 모두가 스스로 홍보 요원이 되어야 하리라. 무엇보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독특한 발상의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에게 관심 어린 응원과 지원이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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