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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7.06 18:01:52
  • 최종수정2017.08.03 18:29:53
[충북일보] 나는 나무에 대한 환상이 있다. 유년시절부터 덩치 큰 나무를 보면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아마도 동화 '잭과 콩나무'란 책이 준 충격이리라. 잭은 시장에 팔려고 한 소와 맞바꾼 콩이 커다란 나무로 자라 구름 위 거인의 성에 도착하게 된다. 거인이 잠든 틈새를 타 황금알을 낳는 닭과 금은보화를 빼앗아 돌아온다. 잭의 과욕은 결국, 거인의 잠을 깨운다. 거인이 나무를 타고 잭을 뒤좇으니 콩나무을 도끼로 잘라 거인을 떨어 죽게 한다. 결말은 잭이 부자가 되어 어머니랑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나이에 맞지 않는 동화를 꿈꾼다고 흉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안에 감성을 유지하게 한 것은 소소한 이야기이고, 그 속에서 얻은 풍부한 상상력과 손안에 든 책이다.

책 속에서 걸어 나와 상상했던 그곳에 머무는 듯했다. 우뚝 선 압각수를 우러르며 구름 속을 뚫고 오른 콩나무의 모습을 떠올린다. 뿌리와 나뭇잎 모양이 오리발을 닮아 '압각수'이라니, 나무 이름이 재밌지 않는가. 무엇보다 나무가 수많은 사람을 살려냈다는 이야기는 전설 같은 기록이다. 무심천이 범람하여 순식간에 읍성을 뒤엎는 상상만 해도 겁이 더럭 난다. 사람들은 제일 높은 곳을 찾다 은행나무가 바로 신이 내린 배의 돛대처럼 보였으리라. 마음속에 그리던 대상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가웠으랴.
나무의 수령이 900년, 중앙공원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다. 터줏대감이라면, 옛이야기를 보따리로 안고 있으리라. 하지만, 나무에 관한 '이야기 문화유산'이 손꼽을 정도로 적어 아쉽다. 이곳을 스쳐 간 사람들의 삶의 문화 및 역사, 그 이면에 가려진 보고 들은 이야기. 고서적을 찾아보거나 나이 드신 어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더라면, 우리 지역 관련 설화 및 전설이 더욱 풍성하리라. 그것을 모아 청주문화유산으로 전파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세계문화유산 직지(直指)의 본향에 머무는 사람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나마 '동국여지승람'에 압각수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1390년 (고려 공양왕 2년) '이초의 난'에 연루된 선인들이 청주 옥사에 갇혔는데, 마침 큰 홍수를 만나 나무에 올라가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이색 등이 죄가 없음을 하늘이 증명하는 것이라 여겨 석방하였다고 하는 일화를 간직한 유서 깊은 나무이다.

청주척화비

어디 그뿐이랴. 압각수(충북 기념물 제5호)가 자리한 중앙공원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그곳은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자, 청주문화 전통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공원은 철당간과 동헌이 이웃하며 임진란 당시 청주성 탈환의 주역이었던 조헌과 영규대사, 박춘무의 3대 기적비와 흥선대원군이 서양 세력을 경계하고 세운 청주 척화비(충북 기념물 제23호)가 있다.

충청병마절도사영문

또한 청주읍성 안 병영출입문이었던 충청병마절도사영문(충북 유형문화재 제15호)이 있고, 옛 관아 터로 청주 역사의 산증인이자 야외박물관이다. 고려시대 관아 부속건물이었던 망선루(충북 유형문화재 제110호)가 복원되어 있다. 율곡이 청주 목사로(조선4년) 재직할 당시 제정한 서원향약을 기념하여 건립할 비와 의병장 한봉수 송공비 등 50여 비석들이 숲을 이룬다. 비림공원(碑林公園)이란 애칭도 생겨날 정도로 천년 고도의 숨결이 고스란한 곳이다.

망선루

현재 청주읍성은 사라지고 없지만, 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에 성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청주 문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 '성돌 모으기' 운동을 열어 공원 서편에 성곽을 복원해놓았다. 이곳에서 매년 청주성 탈환일에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청주문화원 주최로 여러 행사를 벌여 해를 더할수록 역사적 의미를 알고 청주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중앙공원은 서울 탑골공원처럼 노인들의 휴식처로 이름나 있다. 이십 년 전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을 찾았을 때와는 주변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은행나무와 비둘기, 참새가 사이좋게 노니는 풍경이다. 돌아보니 젊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노인들만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통행하는 길마다 윷놀이 판이 벌어지고, 심지어 바닥에 널브러져 자는 남자도 보인다. 그들은 놀이에 열중하여 행인은 안중에도 없는 듯싶어 참으로 아쉽다.
고목의 압각수는 청주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 산증인이다. 그런데 공원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의미와는 다르게 퇴색되어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 사람이 머무는 공원을 가보면, 그들의 삶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들었다. 압각수를 품은 중앙공원은 비림공원이라고 부릴 정도로 문화유적이 다수하다. 그의 품격에 어울리도록 조성해야만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압각수가 지닌 전설과 신화를 스토리텔링 하여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 및 외부에 우리 고장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하자. 무엇보다 어느 한 부류가 아닌 남녀노소 함께할 수 있는 문화 행사를 열어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청주 시민의 정체성을 찾고, 독특한 청주문화유산의 자긍심도 가져야 하리라.

청주의 문화유산인 압각수가 검푸른 산처럼 우뚝 서 있다. 유년시절 큰 산처럼 느껴졌던 아버지처럼 위엄이 서린 나무이다. 공원에는 다양한 수종에 오래 묵은 나무들이 짙은 녹음으로 수많은 사람을 품고 있다. 마침 두 꼬마가 망아지처럼 경계석을 기어올라 나무 곁을 강중거리는 걸 보니, 예전 아이들 키울 때가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늦가을이면 밤에도 전등을 켜 놓은 듯 운치가 넘친다. 바람결에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면 이곳을 스쳐 간 영혼도 머물리라. 누구라도 낭만이 서린 눈빛으로 가슴 한편의 그리움을 달래듯 압각수가 벗어 놓은 노란 낙엽 위를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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