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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청산면장

군화 끈을 졸라매듯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졸라맨다. 공익직불 조끼를 입고 철모 대신 모자를 쓰고 턱끈을 조절한다. 얼굴에는 자외선 방지용 선크림을 짙게 바른다. 태블릿 pc를 목에 걸고 우려필지 조사야장을 챙긴다. 조그마한 생수병과 허기를 때울 간식도 챙긴다. 차량에 기름은 충분한지, 마지막으로 호신용 스틱은 옆에 있는지 확인하면 공익직불 특공대 출동 준비 완료다. 안전에 주의하라는 팀장님의 당부가 이어진다. 2인이 1조가 되어 호흡을 맞춘다. 번갈아 가며 하루는 운전을 전담하고 하루는 농지 형상과 기능 유지 여부를 판단한다. 오늘은 관내에서도 가장 최전선에 속하는 막지리와 답양리로 공격 목표를 정했다. 직선거리로 가면 불과 10여㎞ 남짓하다. 그러나 대청호 때문에 돌고 돌아 40여㎞에 달한다. 이제 막 솜털에서 깨어난 노란 산수유가 삐약 거리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 옆에서 살며시 얼굴을 내미는 미선나무가 분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오늘따라 생소한 산골 마을과 골짜기들이 나를 서먹하게 한다. 차량 뒷바퀴가 빠질 것 같은 좁다란 농로 길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지난해는 농수로에 차량이 빠져 보험사 랙카차 신세를 졌다. 또 한 번은 논둑에 차량이 빠져 문이 열리지 않았다.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119에 구조 요청을 했다. 휴대폰에는 위치추적을 한다는 문자가 들어온다. 금방 구조차가 달려오고 다행히 큰 사고 없이 구조된 적도 있다. 공익직불 최전선에는 항상 뱀, 벌, 맹견 등의 위험이 상존한다. 까다로운 민원도 천태만상이다. 어떤 경우는 무단으로 농장에 침입했다며 시비를 걸고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 무단 방치한 불경지를 지적하면 칡을 재배하여 칡즙 판매로 소득을 올린다고 생떼를 쓰는 사람, 웅덩이를 지적하면 연꽃과 연근을 재배한다고 둘러대는 사람, 뽕나무는 오디를, 정원 잔디는 판매할 계획이라며 억지를 쓰는 여러 사람들과 공익직불 최전선에서는 매일 밀고 밀리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다.

농지의 형상과 기능은 유지하고 있는지,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세심하게 확인한다. 농지의 형상은 농작물 생산이 가능하도록 토양을 유지 관리해야 한다. 농지의 기능은 둑이나 이랑, 표지석 등으로 경계는 설치되었는지, 용 배수로는 정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가급적 농민의 입장에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비록 기간제 신분이지만 대한민국 정부를 대신하고, 소장님이나 팀장님을 대신하여 공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의 신뢰, 소장님이나 팀장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사소한 언행에도 항상 조심하고 신중을 기한다. 농업인들은 내가 기간제인지 정규직인지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그냥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산하 소속 직원으로 여긴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고 신중한 언행이 요구된다.

공익직불이란, 농촌에서 농업 활동을 통하여 환경의 보전, 농촌의 유지, 식품 안전 등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이다. 2000년부터 6년째 정부에서 시행하는 핵심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전액 국비로 2025년 한 해 예산 만해도 약 2조6천억 원이 소요된다. 단군 이래 단일 농정사업으로는 전무후무한 대단위 사업이다. 기본 직불과 선택 직불이 있다. 기본 직불에는 소농과 면적직불이 있다. 선택 직불에는 전략 작물 직불, 친환경 직불, 경관 작물 직불 등이 있다. 소농 직불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130만 원을 지급하고 면적직불은 경작면적에 따라 지급한다. 대략 1㏊ 당 200만 원 내외가 현금으로 연말에 지급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할 곳이 있다. 사무실에 나오면 나에게 책상이 있고 컴퓨터가 있고 전화기 1대가 나를 반겨준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 있고 모닝커피 향기가 삶의 의욕과 의미를 부여한다. 가벼운 토스 타임으로 직원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짭짤한 부수입도 챙긴다. 사람이 어느 단체나 기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무언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 끝에 서보지 않는 사람은 잘 알지 못한다. 오늘도 만 보 이상 걸었다. 하루가 다르게 다리가 튼튼해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오늘도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봄볕에 노출시키며 논밭을 누비고 있다. 공익직불 최전선 특공대의 힘찬 발자국 소리가 대한민국의 농업 발전과 농심을 조금이나마 넉넉하게 하는 풍년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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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KLJC 대선 주자 공동인터뷰 ④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충북일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첫 대통령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이념을 넘어 서로 감옥 보내려고 하는 정치는 이제 멈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계 추세인 글로벌 마인드·이공계 출신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도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이번 탄핵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최근 3~4년 동안의 기간을 보면 여야는 정책이나 이념의 대립보다는 서로를 감옥 보내려고 하고 방탄하려고 하는, 정치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발 경제 위기, 중국의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부상 등에 대처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국제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이후에 자라온 세대의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글로벌 마인드가 있고 이공계 출신인 저 이준석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극화 문제와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이 굉장히 안 좋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100조원대 재정 적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가 고착화됐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