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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30 15:38:03
  • 최종수정2023.07.30 15:38:03

신한서

전 옥천군 친환경 농축산과장

몇 해 전부터 농촌에는 우후죽순처럼 농막이 늘어나고 있다. 이동식주택, 컨테이너 형태는 물론, 비닐하우스에 차광막을 씌운 검은 농막이 급속히 늘고 있다. 빈집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데 조용한 마을 여기저기 어지럽게 농막이 들어서고 있다. 농막이란? 농지법 시행규칙 제3조의2에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한 시설로, 연면적 20㎡ 이하이고 주거의 목적이 아닌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농막은 농지에 설치하는 농축산물 생산시설로 농지의 이용행위로 보아 농지대장 신고 외 전용 허가 절차 없이 설치 가능하다.

이를 악용하여 전국적으로 무분별한 농막이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급기야 감사원에서 칼을 빼어들었다. 감사 결과 조사 대상의 약 36%가 무단 전용, 증축 등 불법으로 확인되었다. 별장은 물론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사용하는 곳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심지어 어느 곳에는 아예 불법으로 농막 단지를 조성하였다. 농지를 30㎡로 잘게 썰어 농막 400여 채를 분양한 곳도 있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지난 5월 다소 강화된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국민 참여 입법센터 홈페이지가 반대 민원으로 난리가 났다. 민원의 요지를 보면 "적막강산인 시골, 소멸 위기인 농촌에 도시민 유입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농막을 규제하는 것은 농촌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며 벌 떼처럼 들고일어났다. 일부 언론에서도 동조하고 결국은 대통령 검토지시 한마디에 6월 입법예고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농막의 수요가 급증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왜 도시민들이 그렇게 선호하고 있는가? 냉정하고 솔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시민들은 말은 농막이고, 마음속으론 별장이나 세컨하우스를 꿈꾸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첫째, 인·허가 대상이 아니라 절차도 간편하고 비용도 크게 절약된다. 둘째, 1가구 2주택에도 제외되어 세금도 절약된다. 셋째, 농업진흥지역, 개발제한구역, 도로에 접하지 않은 곳도 설치할 수 있다. 넷째, 도시민들은 농막을 값싼 별장이나 세컨하우스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하고 냉정한 전문가의 판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목소리 큰 일부 도시민들의 의견만 듣고 여론에 밀려 판단할 일은 아니다.

주말에 멀리 있는 농촌에 내려와 농작업을 한다. 배가 고프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취사 시설이 필요하다. 먹으면 배설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사는데 물, 전기는 기본이다. 농작업을 하고 나면 땀이 난다. 샤워 시설은 필수다. 밤이 되면 하늘에 별만 볼 수도 없다. TV도 보고 가끔 삼겹살도 구워 먹어야 한다. 요즘은 관리기 1대 정도는 있어야 한다. 간단한 농기계 보관창고가 필요하다. 진입로에 잡석과 실외에서 쉴 수 있는 데크나 테라스도 필요하다. 농막 면적을 20㎡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겉으론 농막, 속으론 값싼 세컨하우스를 원하는 도시민의 마음을 솔직히 꺼내놓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 활성화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농작업과 무관한 농막 단지, 별장, 세컨하우스 등을 농막으로 용인해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5도 2촌, 농촌인구 유입, 지방소멸 예방도 좋지만, 법치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노인들만 있는 적막강산 농촌에 무분별한 농막이 과연 도움이 되는지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헌법상 행복추구권도 중요하지만,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의 원칙도 지켜야 할 헌법정신이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곳곳에 약 18만 채의 농막이 무분별하게 뿌려져 있다. 도시민들은 값싼 별장이나 세컨하우스로 인식하고 시골에 농막 하나 갖는 것을 로망으로 인식하고 있다. "별장이라 쓰고 농막이라 읽는" 일부 도시민들의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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