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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4.25 15:12:16
  • 최종수정2024.04.25 15:12:21

신한서

전 옥천군 친환경 농축산과장

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제1야당 대표는 유세장에서 사과와 오렌지를 흔들며 당국의 부실한 물가 대책에 날을 세웠다. 어떤 후보자는 대파를 손에 들고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대파가 문제라며 목청을 높이기도 하였다. 요즘같이 사과가 국민의 관심을 받는 적이 있었는지 평생을 지역 농정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요즘 사과를 비롯한 과일값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겨울에 부담 없이 먹던 감귤 값도 덩달아 뛰었다.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사과, 배 등 주요 과일의 생산 량 감소로 감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이를 두고 주요 언론에서는 '금값'이란 제목을 뽑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가지수 가중치를 보면 사과는 불과 2.3으로 사실상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총 가계 지출비가 1천 원이라면 2.3원에 불과하다. 다른 주요 품목 가중치를 살펴보면, 휴대전화 29.8, 반려동물 5.9, 해외여행 5.5이다. 농산물 가격이 밥상 물가와 밀접한 것은 맞지만, 구매 단위당 금액도 높지 않고 소비자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좀 비싸도 사과나 과일은 쌀처럼 꼭 먹어야 하는 필수 농산물도 아니다.

농사는 장기 투자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과 다르다. 작물을 선택하고, 심고, 키우고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이 최소 몇 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사과 같은 경우는 묘목을 심고 수확하기까지 4년이 지나야 한다. 이런 고질적인 가격 불안정은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수입한다면 생산 기반이 무너진다. 한번 무너진 생산 기반은 회생이 불가하고 시간이 오래 걸릭 때문이다.

사과 주산지 현장에서 느끼는 사과값 폭등에 대한 재배 농민의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작년 봄, 냉해로 착과량이 감소했다. 기후변화가 주원인이다. 착과량이 적음으로 나무 세력이 강한 상태에서 성장기 잦은 강우로 탄저병 피해가 심각하였다. 아무리 방제해도 속수무책이었다. 농약값도 건지지 못한 농가가 대략 20~30%나 된다. 소득은 고사하고 들어간 인건비나 농약값도 못 건진 농가가 많았다. 이러한 농촌의 현실을 무시하고 마치 사과값이 폭등하여 농민들은 떼돈을 버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물가만 조금 들썩이면 물가 상승의 주범이 농산물인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물가 당국과 매스컴의 태도에 농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산물, 특히 과일 가격이 이렇게 불안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상이변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과의 경우 봄철 이상고온으로 꽃이 일찍 핀 뒤 한파가 몰아치는 바람에 꽃이 얼어 죽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과 생산량은 총 39만4천t으로 지난해(56만6천t)보다 30.3% 줄었다. 사과값이 폭등했다는 것은, 결국 그해 농사를 망친 농부가 많다는 뜻이다. 재해를 비껴간 소수 농민이 반짝 재미를 봤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 농민은 결국 농산물값 폭등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가장 피해 본 사람이 생산 농민들이다.

정부나 매스컴에서도 일시적으로 사과값이 오를 때만 난리를 피우지 말고, 가격이 떨어졌을 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체 인구의 5%도 되지 않는 216만 농민들은 지금 생존 위기에 처해있다. 2022년도 연간 농가소득이 1천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후변화와 지역소멸이라는 위기에 놓여있다. 설상가상 농촌소득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쌀과, 한우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한 가격안정도 중요하지만, 식량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생산 농민의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는 가격안정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작물 재해보험 같은 현실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마치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뛰면 물가 상승의 주범인 양, 사과값 폭등으로 생산 농민들은 떼돈을 버는 것으로 오해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한 관심과 정교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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