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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29 15:21:03
  • 최종수정2023.10.29 15:21:03

신한서

전 옥천군 친환경 농축산과장

필자의 모교, 능월초등학교가 지구상에서 소멸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칠순을 바라보는 중년의 가을!, 유년을 그리며 그 추억을 찾아 나섰다. 지루하던 장맛비가 그치고 가마솥 같은 폭염이 거세다. 매미울음 소리마저 오래된 유성기판처럼 늘어지고 있다. 청성초등학교에 들어섰다. 방학 기간이라 텅 빈 교정에 중장비 소리가 분주하고 인부들의 땀 냄새가 무겁다. 방학 기간임에도 교감 선생님 혼자 교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자상하고 친절한 선생님 덕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능월초등학교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1945년 7월 7일 청성초등학교 능월 분교가 문을 열었다. 6학년 14명으로 개교를 하여 2009년 2월 28일 마침내 폐교의 운명을 맞이하였다. 65년 동안 3천18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정성스럽게 잘 정리된 청성초등학교 홈페이지 추억의 학교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청성면 도장리 469번지로 모교를 신축 이전할 당시 학교 부지를 기증한 분들의 명단에 필자의 시선이 멈췄다. 1954년 4월 양임석, 신한용, 양병욱, 육종혁 등 4명이다. 300~1천 평까지 부지 매입비를 기부한 것이다. 먹고살기도 힘든 어려운 시절에 자녀교육을 위하여 거금을 쾌척한 분들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2010년 필자가 도청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농정과 주무 팀장을 할 때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신문화 공간조성 공모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청산 예곡초등학교에 2009년부터 3년간 13억 원을 투자하여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예곡초등학교 부지가 교육청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농림부에 공모사업을 신청하기 전 부지매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듣고 추진하였다. 막상 공모사업이 선정되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니 매매는 곤란하다, 옥천군 소유 토지와 맞교환하자며 강한 태클이 들어온다. 사실상 부지를 매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문화 공간조성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2010년 8월 우여곡절 끝에 옥천고등학교 옆에 있는 옥천군 소유 땅과 교환하는 데 합의하여 어렵게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옥천고등학교 옆 군유지 3천476㎡와 예곡폐교 1만5천52㎡와 맞교환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와 같은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 필자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시커먼 옹이 하나가 깊이 박혀있다.

현재 옥천군내에는 폐교가 15개 있다. 청성면만 해도 3개나 된다. 능월초와 신서초는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와 내수면 연구소에서 이용하고 있고 묘금초는 아직도 방치되고 있다. 대부분의 폐교들이 능월초와 마찬가지로 먹고살기도 어려운 시절에 주민들이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학교가 설립될 수 있었다. 주민들의 헌신적이 참여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농촌의 현실은 어떠한가? 초 고령화 사회로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어진 지 오래됐다. 마을마다 빈집이 늘어나고 노인들만 사는 거대한 요양원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없으니, 학교가 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농촌 폐교는 그냥 방치하지 말고 무상 제공한 주민들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활용계획도 없는 폐교를 무조건 도 교육청에서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지자체에서 어렵게 공모사업을 따와 주민을 위하여 사용하겠다는데 매매 하겠다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더구나 군 유지와 맞교환을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다. 그렇다고 당장 기증한 주민에게 직접 돌려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해당 지자체에 관리 전환하면 될 일이다. 지자체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로 활용하면 된다. 특히, 평생을 같이 살아온 지역 어른들이 함께 생활하다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공동생활 홈' 같은 노인복지시설로 활용하면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방치된 농촌 폐교는 도 교육청에서 무조건 가지고 있지 말고 즉시 지자체에 관리전환 하여 주민의 품으로 다시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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