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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지난 편(맹장수술 하는 김에 담낭절제도 같이 하는 의사)에 이어서 한국에 흔한 돌팔이를 조금 더 살펴보자. 한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유행한 '최신 레이저를 이용한 혈관청소'가 있다. 긴 플라스틱 바늘과 같이 생긴 관의 끝에 레이저빔이 나오는 기구를 정맥에 꽂고 레이저를 쏘면 혈관에 돌아다니는 노폐물이 오뉴월에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같은 레이저침으로 어혈을 녹인다는 한의원도 있다.

'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라는 가수 송창식의 노랫말이 절로 떠오른다. 얼마나 대단한 첨단 기계란 말인가! 레이저를 혈관에 쏘면 혈관에 돌아다니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 각종 비타민과 세포들은 모두 그냥 두고, 오로지 어혈과 노폐물만 레이저가 뿅뿅 쏘아 없앤다니…….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훨씬 뛰어넘는 과학기술의 성과가 아니겠는가! 얼마나 대단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있기에, 레이저의 목표물과 출력을 조절하기에 깨끗한 담수도 아닌 흙탕물보다 더 진한 검붉은 혈액 안의 노폐물을 선별적으로 레이저가 쏘아 없앤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까지 읽고도 저런 레이저와 인공지능이 현재 인류에게 있다고 믿는 독자가 있다면, 그만 제 글을 읽으시고 신문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시기를 부탁드린다. 당연히 이런 기술은 없다. 대부분을 도교에 기반을 둔 한의학이나 중의학에서는 기가 알아서 슈퍼컴퓨터와 같은 지능을 가졌다고 믿을 수도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믿음의 영역일 뿐. 혈관의 노폐물을 줄이는 방법은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적당히 조절하고, 혈전이 잘 만들어지는 부정맥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질환에 따른 적절한 항응고제로 혈전의 생성을 막아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의 높은 압력이 지속적으로 온몸의 동맥에 상처를 주어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혈관 벽에 금이 가고 그것에 혈전이 눌어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심장이나 뇌혈관을 막는 혈관막힘(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막기 위해서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다. 수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고혈압 치료다.

지난 30년간 유행한 또 다른 한국에만 존재하는 중풍을 예방하는 절대 비방이 있으니, 이름하여 '중풍예방주사.' 상처가 나면 피딱지가 생겨 지혈을 하게 되는데, 중학교 생물책에 나오듯이 혈소판이 엉겨 붙어 지혈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몸의 혈관 안에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가 나면 피부와 마찬가지로 이것을 치료하느라 혈소판과 응고인자들이 엉겨 붙어 피딱지를 만들게 되는데, 이 피딱지가 혈관을 아예 막으면 심근경색이 생기고, 피딱지가 날아가서 뇌혈관을 막으면 이른바 중풍(뇌졸중)이다. 이 혈소판이 서로 붙는 것을 막는 약이 바로 항응고제인데, 거머리가 사람 피를 빨 때, 피의 응고 없이 쪽쪽 빨아먹으려고 분비하는 것이 헤파린이다. 자, 물이 수증기로 변하려면 100℃라는 임계점을 넘어야한다. 약이란 것도 시험관에서 효과가 있었어도, 인체에 들어와 수많은 대사경로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장기에 도달했을 때에 치료의 유효농도라는 임계점을 넘어야 효과가 있다. 쥐의 위암에 효과가 있는 항암제라도 동일한 농도로 인간의 위에 도달하지 못하면 효과가 없고, 같은 형태의 세포라고 하여도 췌장암 세포에 그 농도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췌장암에는 효과가 없다. 이런 이치를 잘 모르고 바이오주식으로 재산탕진한 분들이 주변에도 많다. 항응고제도 혈전을 예방하거나 녹이려면 혈관 내에서 유효한 농도를 넘어야한다. 그런데 헤파린이 앞서 설명한 어혈 레이저와 마찬가지로 해로운 혈전만 녹이는 인공지능이 없기 때문에 우리 몸의 지혈 또한 무력화되어 뇌출혈, 위궤양,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혈전에 의한 사망위험이 높을 때만 뇌출혈의 위험까지 감수하고 사용하는 헤파린을 일부 의료기관에서 유효용량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용량을 주사하여 정안수처럼 치료나 예방효과도 없는 가짜 중풍예방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합리적인 사고력이 부족한 분들은 다시 되묻는다. '레이저가 혈전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도 있고, 헤파린은 실제로 혈전을 녹이잖아. 그럼 작은 효과라도 있는 거 아니야?' 다시 처음부터 설명을 해봐야 이런 분들의 믿음의 체계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내일이면 맥반석이나 수소수를 찬양하며 나타난다. 그래 태산도 하늘 아래 뫼이니 한 삽씩 뜨다보면 언젠가는 평지가 되긴 할테니, 열심히 삽질을 하는 건 개인의 자유니 나 또한 나의 자유로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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