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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2.17 16:48:18
  • 최종수정2020.12.17 19:40:03

한정호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고조 유방이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황제에 등극하자, 제국을 세우는데 목숨을 바쳐 싸운 개국공신들을 하나, 둘 숙청했고, 마침내 최고의 공신이자 명장인 한신마저 역적으로 몰아 죽이게 되자, 이를 한탄하며 토사구팽을 말한 것은 초한지를 통해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이 토사구팽의 유래는 월나라의 공신인 범려가 그의 동지인 문종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둘이 힘을 합쳐 월나라를 위협하는 오나라를 멸망시키자 월나라의 왕, 구천이 국민들의 영웅이 된 공신들을 죽이려하는 것을 깨닫고 먼저 다른 나라로 도망간 범려가 동지인 문종에게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춰지고, 교활한 토끼를 다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라고 미래를 예측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문종은 왕을 믿고 도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종은 왕과 그 측근들의 계략에 의해 역적으로 몰려 자결을 하게 된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역사를 관통하는 권력의 속성인 듯하다.

 왜적의 침략으로 도성을 버리고 의주까지 피난을 간 선조는 그 전란의 와중에도 해군의 수장인 이순신 장군을 역적으로 몰아 고문하고 감옥에 가뒀다. 하지만 원균이 이끈 수군이 괴멸되자 죽을 날을 기다리던 이순신 장군을 일개 사병으로 강등해 바다로 돌려보냈다. 사냥개를 삶는 물에 넣었다가 잡아 놓은 토끼가 담을 넘어 도망가니,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사냥개를 꺼내어 다시 토끼를 쫒으라는 것 같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목숨 걸고 환자를 지킨 의료진을 칭송하다가, 잠깐 역병이 잦아드니 10년 뒤에나 배출될 의과대학을 인구 8만의 소도시인 남원에 지어 역병에 대비한다고 하니, 이를 반대하는 의사들을 역적이라 하니 토사구팽이 떠올랐고, 이제 다시 역병이 창궐하니 강제로 민간병원과 의료진을 징발하려는 것을 보니 끓이다만 솥에서 다시 끌려 나온 사냥개의 심정이 들지 않을까?

 정녕 지금 같은 상황이 의사들이 이기적인 역적이라 생긴 것일까?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뭔가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첫째, 다음 달이면 전문의 시험을 보아 해당 분야의 전문의가 되는 4년차 전공의를 감염병지정병원으로 차출하겠다는 복지부. 4년차 전공의가 3천500명 가량이니 상당히 많은 인력처럼 말하지만, 외과, 피부과, 안과, 핵의학과 전공의 등 대부분이 현 상황과 연관이 없으니, 실제 관련있는 인력은 내과 1천 명 뿐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코로나 환자 진료 중이며, 내년 3월부터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중환자내과 등의 세부전문을 수련 받으며 다시 코로나환자를 치료할 인력이다. 오히려 간신히 유지되는 현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둘째, 몇달전 국립 남원의대 건립에 반대하던 의과대학 4학년들이 내년에 의사면허시험을 볼 기회를 막은 정부에서는 충분히 현재 의료인력으로 그 공백을 메꿀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10년 뒤에나 연 50명을 배출할 남원의대를 못지으면 공공의료 무너질 듯 의정협상도 뒤집고 내년 설계 예산까지 국회를 통과시킨 정부와 여당은 몇 달 뒤에 3천500명의 신규 의사가 이 코로나 정국에 필요없다고 한다. 한 술 더 떠 지난주에 총리는 목포에 방문해 전남에 의대가 한 개도 없다며 신설하겠다고 했다. 목포나 남원의대 신설 대신 바로 옆 전남의대나 전북의대에 정원을 늘리면 혈세 투입 없이도 당장 양질의 의사를 증원할 수 있는 의료계의 해법을 묵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셋째, 갑자기 대학병원과 인력을 코로나전담병원으로 징발하고 급하지 않은 수술은 연기하자고 한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서 급하지 않은 수술은 암수술 말고는 없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에서 암수술을 언제까지 연기하란 말인가. 지난 1년간 군병원과 공공병원의 의료인력을 코로나 중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교육·대비해야한다는 충고는 묵살하다가, 이제야 의료인력이 없다며 '급하지 않은' 암치료를 해야 할 의료진을 징발하자고 한다. 의주에 앉아 있는 선조가 남해의 이순신에게 칠천량에 가서 싸우라는 격이다. 사냥이 끝나도, 활을 부러트려 아궁이에 넣고, 개를 솥에 넣어 삶지 말아야한다. 평화로울수록 전쟁을 대비해야하듯이, 세계적 감염병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전투에서도 칠천량으로 의료진을 내몰지 말고, 전문가와 충신의 고견을 경청해 뱃머리를 명량으로 돌리기를 간곡히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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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