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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1.19 17:13:17
  • 최종수정2017.01.19 17:13:17

한정호

충북대학교 내과 교수

어느 곤충학자가 벼룩의 생태를 연구하였다. 그는 벼룩에게 '뛰어'라고 말하면 뛰도록 훈련을 시켰고, 마침내 성공하였다. 그 벼룩은 "뛰어"라고 말할 때마다 반복하여 뛰었다. 어느 날 벼룩의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생겼다. 그 뒤로는 '뛰어'라고 말하여도, 벼룩은 뛰지 않았다. 곤충학자는 이 관찰을 토대로 실험논문을 작성하였다. 그 논문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벼룩은 다리에 귀가 있다.'

얄팍한 지식과 아전인수 식의 해석을 경계하도록 하는 뼈 있는 유머다. 종편 덕분에 각종 정보전달 프로그램, 토크쇼가 홍수다. 이중에 상당히 많은 프로그램에 의사(한의사)들이 출연하고 있는데, 대부분 몇 명의 의사들이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다. 이른바 쇼닥터.

뒷동산의 약수를 수천 명이 마시다보면, 말기암이 완치된 이유를 약수 덕분이라고 믿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사고는 약수를 그렇게 먹고도 암이 생긴 사람들은 보지 않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유아기적 사고일 뿐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항암치료 후에 병원 앞 분식집에서 오뎅'을 항상 먹은 환자'가 5년 뒤에 암이 완치되자, '오뎅으로 암을 완치했어요.'라고 오뎅공장 사장과 합동인터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 꺼낸 '벼룩 이야기'와 마찬가지 사고 방식인데, 어려운 말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도 많은 쇼닥터들이 언론에 나와서 이와 같은 수준의 주장을 아주 자연스럽게 하고 있지만, 별다른 지적이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헛소리를 더 강하게 할 수록 인기를 끌면서 여러 언론에 겹치기 출연을 한다. 대표적인 쇼닥터들의 주장으로는 있지도 않은 독을 치료한다는 '해독쥬스' 박사, '유산균으로 임신에 성공했어요.'라는 유산균 박사, '비타민은 만병통치약이에요.'라는 비타민 박사, 심지어 '오줌을 머리에 바르면 머리카락이 쑥쑥자라요'라는 오줌박사까지 있다. 매주 새로운 만병통치약과 음식의 광고 입간판이 된 TV 프로그램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암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이것저것 사느라 정신이 없다. 먹거리 프로그램에서도 어느 깊은 산속 옹달샘 옆의 식당에 가서 먹는 음식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나오니 대한민국의 케이블 TV의 돌리면 10여개의 방송에 의사와 쉐프들이 나와 의학교육을 하는 대단한 의학지식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들 중에는 자신의 책을 팔려는 쇼닥터부터 아예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사장님 쇼닥터까지 있지만, 언론을 통하여 만나는 일반 국민들이 그런 숨어있는 이해관계를 알 수가 없다. 이화여대 체육과 승마특기생이 타는 말이 삼성을 거쳐 대통령과도 연관이 있으리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시험을 한 기관과 옥시의 이해관계를 일반 국민은 알 수가 없다. 이런 문제가 옆집 숟가락 갯수처럼 몰라도 우리 삶에 상관이 없다면 모르겠는데, 정작 시간이 흘러 전 국민의 혈세와 건강으로 책임을 져 버리니 문제란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료와 관련 없는 성추행으로 벌금 만원만 내도 의료인은 8년의 면허정지란 거의 사회적 사형에 가까운 벌을 주지만, 정작 전문가로서 훨씬 비윤리적 행위인 쇼닥터는 방치되어 있다. 통제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우리 사회는 국민감정에 따라 혼동하거나 균형이 무너진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쇼닥터와 비슷한 쇼전문가들이 판치다보니 국민들이 전문가를 불신하는 것일 텐데, 사실 이면에는 전문가들이 제 잇속차리며 점잖빼고 있느라 사이비 전문가들이 활개를 친 것이다. 올 한해는 모이를 쪼는 닭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조목조목 옥석을 가려내보자. 자, 올해 저는 쇼닥터 잡으러 퇴근하면 즉시 TV 앞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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