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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0.19 15:17:58
  • 최종수정2017.10.19 15:17:58

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지난 추석에 '의사 없어요. 수술 못 받고 3시간 헤매…. 응급의료 구멍'이란 제목의 기사가 포털을 달구었다. 어느 시에서 깨진 유리에 오른손 인대와 신경을 다친 환자가 2곳의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손가락의 신경과 혈관을 잇는 미세접합수술을 할 의사가 없어서 옆 도시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형외과 의사에서도 일부만 할 수 있는 수술이라 24시간 당직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그 다음부터 기사의 말과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인터뷰가 오늘의 백미다. 기자는 '현행 응급의료센터에 10개 과목 전문의가 휴일과 야간에 근무하도록 규정하지만, 안과나 미세접합 수술 등 일부 전문 분야는 필수 근무에서 빠져 수술을 받기 어렵다'고 하였고,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떻게든 병원을 조이면서 일을 해라 하는데….'라고 하였다.

요즘 주당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다고 한다. 주 40시간 노동을 하여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정부는 홍보를 한다. 그런데 대학병원의 전공의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168시간 중에 120시간 가까이 일을 하고있다. 그나마 전공의 특별법이 만들어져, 전공의가 주당 8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지 못하도록 입법·발효되었지만, 대학병원교수가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형편에 전고의 특별법이 지켜질지 의문이 든다.

대부분의 지역 대학병원들은 수지접합 미세수술을 전공하여 수술하는 의사가 한명 정도다. 전국민이 외과의사가 부족하다고 20년전부터 알고 있다. 특수분야는 더 희귀하다. 이 의사에게 1년 동안 응급대기를 하라고 하는 것은 주당 168시간, 연간 8천760시간 일하라는 것과 같다. 얼마 전 버스 운전기사들이 연간 3천120시간을 운전하여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므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는데, 의사는 8천760시간 일을 해도 될까.

'할 줄 아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잘하는 사람도 피곤하면 잘 할 수 없다. 환자를 위하여 의사는 휴식을 취해야한다. 환자를 위하여 몇 시간이 걸려 이송해도 좋으니 모든 종합병원들이 모든 진료·수술 분야를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말고 '잘 하는' 의사에게 전원을 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 투자를 하면 모두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리고 공공의료체계는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권역에서 환자를 배분함으로 의료진의 피로를 줄이고 환자가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보건의료의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의 핵심인 보건소들은 동네의원이 할 진료하느라 바쁘고, 거꾸로 민간병원을 '조여서' 해결하려고 한다. 환자를 위하여 지속가능한 응급의료시스템을 만들지는 않는다.

십수년 간 이 분야를 어렵게 수련을 받아 수술을 시작하고 지방병원에서 외로이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이런 의사를 조이면, 그 의사는 그 병원을 그만두면 그만이다. 실제로 1~2명이 고난이도 수술을 해야하는 분야의 의사는 이런 '조임' 때문에 사직을 하고 서울로 이직하는 률이 상당하다. 그래서 지방에서는 더욱 유능한 의사를 구하기 힘들고, 피해는 지역민들이 본다. 지방 대학병원에 한명인 특수분야 의사에게 추석 연휴 내내 응급실 당직근무하라고 하면, 당신의 아들이고 남편이라면 당장 그만두고 서울로 이직하라고 하지 않을까·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도 국민이고 노동자고 사람이다. 조여서 강제로 노동을 시킨다고 하면 환자의 목숨을 위험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하루 빨리 대한민국에서도 다른 선진국 처럼 '환자 안전을 위한 의료인의 주당 근무시간과 연속 근무 제한에 대한 법'이 제정되기를 바란다. 환자 안전을 위하여 정부와 국회를 '조이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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