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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얼마 전 공직에 있는 후배와 저녁을 함께 했다. 한참 취기가 오르자, 그 친구가 화두를 던졌다. '선배, 능력이 없어도 같은 사람인데 인정을 해줘야하는 거 아니야. 왜 능력이 없다고 승진을 안 시키고, 다른 업무로 변경시키고, 난 이런 것이 당연하다는 선배가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봐'그래서 나는 '수술을 못하는 의사가 있는데, 네 말 대로면 같은 사람이니 계속 수술을 하게 하고, 승진시켜서 관리자가 되는 것이 경쟁 없는 아름다운 병원일까. 그 환자가 너희 아버지라면 어때'. '의사는 결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니까 능력이 없으면 퇴출되어야하지만, 다른 직종은 그렇지 않지'라고 답하였다.

필자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 왔는데, 대부분 공무원이나 공기업, 교사나 교수, 정치인과 같은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이다.

전인교육을 하는 초등교사는 아이에게는 하늘이다. 초등학교 교사가 무능하고 학생에게 무관심하면 30년 동안 그 교사를 만나는 수천 명의 어린이의 미래는 어찌해야할까. 수학교수가 미적분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가르치면, 대학을 가기 위해 부잣집 아이는 학원이라도 다니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어찌하여야할까.

저수지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무능하거나 게으르면 어떨까. 가뭄과 수해로 농민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병원의 전산관리자가 무능하면? 환자정보가 일시적 접근만 안되어도 수술장에서는 배를 열어 놓고 수술 받는 환자의 어느 부위를 절제할지 알 수 없게 된다. 벽에 그림을 걸려고 못을 박는 직원이 동축선의 위치를 제대로 확인 안하면 중환자실의 수십 명의 환자의 인공호흡기가 정지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사고는 국내외에서 여러번 발생해왔다. 수술 중에 전기가 끊어지고, UPS(무정전전원장치)에도 충전이 안 되어 있어, 전기로 작동하는 인공호흡기가 모두 정지해버려서, 수십 명의 전공의와 간호사들이 손으로 환자의 인공호흡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라. 원인은 간단하다, 벽에 드릴로 구멍 하나 잘못내면 이런 사태가 생긴다.

홀로 산골 작업실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는 작업대에 어떤 실수를 괜찮다. 하지만 이런 독립된 작가의 작품도 그 내용이 과도하게 선정적이거나 충격적이라면 이것이 인터넷에 여과 없이 유포되어, 수많은 청소년의 세계관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혼자 거울을 보며 폰카로 찍은 자신의 누드가 핸드폰 수리하다 세계로 유포된 여배우도 있지 않은가. 병원이나 자동차회사나 누구 하나의 실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누구 하나 무능하거나 게으르게 작업을 해서는 안전사고로 직결되고, 생명을 위협하게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원인은 모르지만 매번 수술할 때마다 혈관이 터지던 상처가 안 아물던 결과가 안 좋아 재수술과 사망을 발생시키는 의사는 퇴출해야하고, 수십 년 동안 수만 명의 어린이들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드는 교사나 공무원, 교수는 정년에 연금까지 보장하고, 다른 보직으로 변경하는 것도 안된다는 것이 누구를 위한 '더불어 삶'일까. '너는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같구나. 변화와 기득권 타파를 왜치던 네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내가 보기에 너는 10여 년 동안 너무도 아름다운 '성 안에만 살다'왔구나. 너의 아름다운 주장은 실제로 한국에서는 '높은 성 안'에서 경쟁없이 평화롭게 사는 분들의 시각이구나, 그런데 너와 내가 사는 성안에 들어오지 못한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생각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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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