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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2.02 17:36:42
  • 최종수정2017.02.02 17:58:46

한정호

충북대병원 내과교수

2015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50만 명의 장애인이 등록되어있으며, 장애의 원인이 후천적인 경우가 90%로 우리는 살면서 언제 신체적 또는 지적인 장애를 안게 될지 모른다. 큰 사고에는 전 국민이 슬퍼하고 놀라지만, 한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한국이 5000명에 이르는 것을 보면, 일상적인 사고에 우리가 너무 무딘 것은 아닌가 돌아봐야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 자료를 보면, 33개 회원국 중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10.8명으로 불명예스러운 1위였다. 영국이 0.7명이니 자그마치 6배나 높은 것이니,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다. 남의 말이 아니란 말씀.

정초부터 교통사고니 장애니 하는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서 미안하지만, 현실의 문제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 교통사고 줄이기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고 이는 의사인 내가 아니어도 많은 전문가들이 잘 말씀해주시라고 믿고, 의사로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재활치료병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5년 보건복지부에서 재활전문병원으로 지정한 재활병원만 111개로 지난 몇 년간 전국적으로 재활병원이 상당히 많이 설립되었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뇌졸중 등의 질환에서 다시 가족과 사회로 복귀하기 위하여 제대로 된 재활치료는 필수적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심사하여 재활전문병원으로 인정하는 제도는 잘 도입된 것이며, 앞으로 더욱 장려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활병원의 대부분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드는 뇌성마비 어린이나 중증 장애인 재활에는 적합하지 않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한 고난도 재활치료는 할수록 병원이 적자를 떠 앉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는 중증질환을 치료할수록 수익이 많이 나도록 건강보험 급여체계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많은 지적이 있어왔지만, 요원한 것 같다. 최근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를 봐도, 중증치료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그리고 정부에서 보장하는 의료수가가 얼마나 적자를 유발하는지 잘 보여줬다.

정공법은 아니지만, 그나마 중증 재활치료를 보장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권역 공공재활병원 사업을 2010년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하였다. 적자를 보는 재활병원을 공공의 영역에서 끌어안기 위한 노력으로 이후 강원, 대전, 광주, 영남, 제주에도 센터가 설립되어 중증장애인이나 어려운 재활치료를 하여 지역민에게 큰 혜택을 주게 되었다. 문제는 엄청난 운영적자! 인천에 설립된 경인공공재활선터는 해마다 10억씩의 적자를 내고 있다. 착한 적자이지만, 운영을 해야 하는 병원은 '나쁜 공공기관'으로 정부의 압박을 받고, 지자체들도 골치 아픈 존재로 바라보게 되었다. 덕분에 충북에 공공재활병원을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매일 대전으로 서울로 재활치료를 받으러 다녀야하는 장애어린이를 가진 부모들을 보고 있자면, 아무리 적자를 보더라도 우리 지역에도 번듯한 공공재활병원이 있어야할 지 않을까·

4% 밖에 안 되는 충북 경제이고, 경기 악화로 올해 모두 힘들 것은 예상된다. 도로와 같은 각종 토목공사라도 없으면, 지역경제는 더욱 힘들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몇 천억을 들이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많은 지역민이 치료받아 행복해질 수 있고, 지속적인 고용을 창출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병원을 유치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일까? 길이란 사람이 살고 사람이 다니다보면 필요에 따라 만들면 된다. 충북에 많은 길이 건설되었지만, 이는 충북을 거쳐 가는 것이 태반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올해에는 사람들이 머물러 살고 싶은 터전을 만드는데 더 많은 세금이 사용되었으면 바란다. 대선 공약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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