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9℃
  • 맑음강릉 1.0℃
  • 맑음서울 -1.6℃
  • 맑음충주 -3.3℃
  • 맑음서산 0.5℃
  • 맑음청주 -1.6℃
  • 맑음대전 0.7℃
  • 맑음추풍령 -2.5℃
  • 맑음대구 1.0℃
  • 맑음울산 3.6℃
  • 구름조금광주 1.6℃
  • 맑음부산 2.7℃
  • 구름많음고창 1.7℃
  • 맑음홍성(예) 0.4℃
  • 흐림제주 5.6℃
  • 흐림고산 5.6℃
  • 맑음강화 -1.9℃
  • 맑음제천 -4.2℃
  • 맑음보은 -1.6℃
  • 맑음천안 -1.1℃
  • 맑음보령 1.5℃
  • 맑음부여 1.2℃
  • 맑음금산 -0.6℃
  • 구름조금강진군 4.0℃
  • 맑음경주시 1.6℃
  • 맑음거제 3.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문신

우석대 교수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은 기말고사가 끝났다. 이제 대학생들은 긴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세 가지 과제를 내곤 한다. 대학생들에게 월동 날 준비를 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집에서 가까운 공공도서관의 회원 등록하기. 두 번째는 한 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산책코스 만들기. 세 번째는 가장 싫어하는 것 해보기.

도서관의 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도서관이야말로 유명 관광지보다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짬을 내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 세상에 없는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도서관은 이제껏 가보지 못한 세계로 나를 안내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새로운 나를 만난다. 나는 주로 문학작품이 꽂혀 있는 서가에 머물 테지만, 가끔은 과학 서적의 제목을 훑어보기도 한다. 책을 꺼내지 않아도 책등에 인쇄된 제목만으로도 신기한 세계를 경험한다. 이런 기분을 학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빌려서 나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도 알았으면 좋겠다.

산책은 그 유용함이 일찍이 검증된 인간 활동이다. 굳이 수려한 숲길이 아니어도 좋다. 보도블록 깔린 도심에서의 산책도 훌륭하다. 늘 다니던 길도 느리게 걷다 보면 다르게 보인다. 익숙했던 속도에서 벗어나는 순간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되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산책하는 순간에는 오롯이 나 자신이 되기도 한다. 내 걸음의 속도가 내 삶의 리듬이 되는 것이다. 그럴 때 나를 스쳐 가는 사람들과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이 작은 우주처럼 서로 얽혀든다. 산책하는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가 바람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스마트폰 녹음기능을 켜놓고 읊조린다. 나중에 그걸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멋진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싫어하는 일을 해보는 거다. 싫어하는 일은 온몸으로 하기 싫다. 생각만 해도 두렵고 걱정이 커진다. 하지만 싫어하는 일에 도전할 때 삶의 면역력이 높아진다. 알다시피 세상은 과거와 달리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 우리는 시시각각 적응해야 한다. 그게 사는 일이다. 변화가 빠르고 변화의 폭이 클수록 우리의 삶은 쉽게 지친다. 요즘 청년들이 어느 세대보다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유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일은 삶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싫어하는 일을 해보는 것보다 세상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게 있을까.

나는 대학생들이 겨울방학 동안 세 가지를 준비하고 실행했으면 좋겠다. 나도 거기에 힘껏 동참할 것이다. 오전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것이고, 오후에는 산책에 나설 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에도 용기를 내서 도전할 것이다. 혹시 그 일이 뭔지 궁금한가? 그건 여러분이 마음에서 꺼리는 수많은 일 가운에 하나다. 그 일을 해보기 위해 나는 작은 도전을 시작했다. 어제와는 다른 길을 걸어보는 것. 익숙했던 것과 결별하는 것.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2024년을 묵은 얼룩을 묻힌 채 출발하고 싶지 않다. 새해에는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보다 조금만 더 나은 삶을 말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