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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우석대 교수

3월이 바쁘다. 당장은 신입생들의 얼굴을 익히느라 바쁘다. 새 학기를 맞이해서 강의 준비로 바쁘고, 겨울방학에 사다 놓은 책을 뒤늦게 읽어내느라 바쁘다. 이렇게 바빠진 것은 성격이 단정하지 못하고, 생활이 영민하지 못해서다. 그래서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도 3월에야 깨닫는다.

바쁜 와중에 중요한 일이 하나씩 끼어들면 두 손 들고 만다. 급한 일은 급한 대로, 중요한 일은 중요한 대로 마음만 앞선다. 벌여놓은 일이 얼른 갈피 잡히지 않아 조바심 내다가는 기껏 해놓은 일도 뒤죽박죽이 된다. 그러고 나면 뒤늦게 은사의 말을 떠올린다. '급한 불은 일단 끄고 보는 거야. 중요한 일은 그다음이지.' 당장 앞서 달리자고 운동화 속 모래알 하나를 내버려 둔 마라토너의 사정이 이럴까? 처음에는 사소한 불편이었을 모래알이 마라토너의 기록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깐 짬을 냈다. 3월이니까. 새해 첫날보다는 3월이라는 말에서 역동적인 생명 충동을 느낀다. 3이라는 숫자에서 연유한 힘이다. 그래서인지 숫자 3에는 묘한 즐거움이 있다. 함께 걷기에도 둘보다는 셋이 든든하다. 한 명쯤 덧붙으면 어딘가 모르게 어수선해진다. 그리고 3은 역동적이다. 셋이 뭉치면 뭔가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삼국지의 도원결의도 3명이었다. 알렉상드 뒤마의 소설 <삼총사>가 그렇고, 영화 <미녀 삼총사>도 마찬가지다. 삼고초려, 삼위일체, 3판 2선승제, 삼세번, 색의 3요소, 3권분립, 삼각편대 같은 말이 숫자 3에 기대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건 삼각관계다. 그건 상상만 해도 이미 긴박하다. 그뿐인가? 우리는 그런 관계가 어떻게 파국으로 가는지 훔쳐보고 싶다. 그럴 때 영락없이 우리는 작은 악마가 된다. 그런 바람과는 별개로 삼각관계는 역동적이고 창조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는 대개 삼각관계를 다룬다. 사랑의 서사도 마찬가지다. 약한 선과 강한 악, 그리고 약한 선을 도와주는 조력자. 흥미진진한 이야기에는 이런 관계가 깔려 있다.

나는 봄이 시작하는 3월에서 삼각관계를 본다. 봄으로 이끄는 힘이 있고, 봄을 늦추려는 겨울이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다. 3월 하순에도 한 번씩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그 충돌이다. 여기에 우리 인간이 참여하면 마침내 삼각관계가 된다. 봄을 향한 인간의 열망 내지 봄을 기다리는 우리 마음이 마지막 삼각형의 꼭지를 이룬다. 그래서 시인들은 노래하곤 했다. 봄은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기필코 온다고. 그런 열망의 힘으로 봄은 마침내 겨울의 무겁고 칙칙한 색을 벗어던진다.

그래서 3월은 바쁘다. 바쁘다 못해 성급해서 연두보다 희고 노란 꽃망울을 먼저 터뜨린다. 목련 가지마다 흰 물감을 짜놓은 듯하고, 개나리 울타리에는 노란 물감을 쏟아버린 듯하다. 바쁜 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탈밭에도 벌써 곱게 고랑을 파 봄 농사를 준비해 두었다.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바쁘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눈을 두는 곳마다 3월에는 만물이 경쟁하듯 바쁘게 솟는다.

나는 저만치 멀어진 겨울을 본다. 이내 눈을 돌려 코앞에 들이닥친 봄을 느낀다. 겨울과 봄 사이에 내가 서 있다. 마무리하지 못한 겨울 일이 남았고, 봄날에 계획했던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바쁜 일도 있고 중요한 일도 있다. 그러나 만사를 제쳐두고 꼭 3월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신입생의 이름을 외우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때때로 불러주는 것. 그건 순서대로 피어나는 봄꽃 이름을 부르는 일보다 세 배쯤 중요하다. 저마다의 표정과 미소로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신입생이 있어 새로운 3월이니까.

4월이 오기까지는 3월의 이름들이 자기의 표정으로 봄의 캠퍼스에서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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