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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업百 매각 끝내 불발… 매입자 ㈜건동 연락두절

LS네트웍스 비난론 확산… 이상한 매각 과정
직원 해고 위한 우회매각 등 각종 의혹 제기
청주시의 실체 확인 요청에도 묵묵부답 일관

  • 웹출고시간2015.09.23 19:41:11
  • 최종수정2015.09.23 20:47:10
[충북일보=청주]속보=청주 흥업백화점 매각이 끝내 불발됐다. 22일까지 LS네트웍스에 잔금을 치르기로 한 매입자 ㈜건동은 약속 시한까지 돈을 입금하지 않았다. 건동은 이미 한 차례 납기일을 늦춘 터여서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 이제 남은 건 사실상 흥업백화점 재매각뿐이다. <3월6일자 1면, 4월6일자 2면·5면, 4월7일자 1면, 4월10일자 1면, 4월13일자 2면, 4월29일자 2면, 7월1일자 5면, 7월22일자 3면, 8월21일자 1면, 9월2일자 3면, 9월15일자 1면, 9월17일자 3면, 9월22일자 1면, 9월23일자 2면>

매각 불발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건동은 실체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유령법인'이나 다름없었고, LS네트웍스는 오랜 법정관리 아픔을 겪은 지역의 마지막 향토백화점을 검증되지도 않은 업체에 무책임하게 떠넘겼다.

건동은 결국 아무런 자금 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 과정에서 LS네트웍스는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나 진배없는 신설 법인을 내세워 '우회 매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건동, 도대체 어떤 회사?

청주에 연고를 둔 ㈜건동이란 업체는 순전히 흥업백화점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신설 법인이다. 이 업체는 성안길 상인 2명과 대구지역 상인 2명이 지분 25%씩을 투자해 설립했으며, 흥업백화점 매각 발표 5일 전에 관계당국에 '의류판매유통업'으로 법인 등록을 했다.

당시 신고 자본금은 6억원이었고, 주소지는 '청주시 상당구 성안로 19-2', 즉 현재의 흥업백화점 주소를 사용했다. 다시 말해 별도의 사무실도 없는 업체였단 얘기다.

도무지 실체를 알 수 없는 건동은 언론을 통해 대표자가 30대 후반의 성안길 상인 구모씨로 밝혀졌고, 이후 대구지역에 연고를 둔 프렌차이즈 업체 대표 조모씨로 대표자가 바뀌었다.

계약 당시 LS네트웍스는 건동과의 거래 내용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130억원의 매매 대금 역시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후 건동 측은 본보 취재진과 만나 "8월 말까지 잔금을 모두 지불할 것이며, 9월10일께부터 2월 말까지 서울의 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아웃렛 매장으로 임시 운영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그들은 백화점 리모델링 조감도까지 보여주며 "내년 2월 말~3월 초 사이 20여억원을 추가로 들여 외관 리모델링을 한 뒤 대기업에 임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8월 말 잔금이 미납된 뒤 그들은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끊었다.

◇ LS네트웍스, 정말 꼼수 없었나

건동은 애초부터 재정능력이 없는 업체였다. 계약 당시 계약금 10%를 지불한 뒤 117억원에 달하는 잔금 대부분을 은행 대출로 메우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자본금도 부실한데다 향후 운영계획이 투명하지 않은 신설 업체에 100억원대의 대출을 해줄 제1금융권은 없었다.

이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신설 법인에 LS네트웍스가 선뜻 백화점을 매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LS네트웍스는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청주를 위해 청주지역 상인들에게 백화점을 매각했다는 거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LS네트웍스가 실체도 확인되지도 않은 '유령법인'을 내세워 '우회매각'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역 사회에선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황 증거도 많다. 일단 LS네트웍스 입장에선 백화점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 2011년 11월 법정관리 인수 조건으로 받은 '고용승계'와 '입점업체 영업활동 보장'을 털어내야 하는 입장. 대기업 등 유수업체와 매매계약을 한다면 이 부분이 가장 걸리는데, 페이퍼 컴퍼니 같은 곳과 계약한 뒤 다시 재매각을 한다면 이 책임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다. LS네트웍스 입장에선 "우리가 기존 직원을 해고한 것이 아니라 중간 매도자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재매각 상대가 대기업이라면 이런 시나리오는 더욱 현실과 가까워진다. 곧바로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경우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재우고, 고용 승계도 털어내기 위해선 지역 상인 출신에게 백화점을 '우회 매각'하는 방법이 최선인 셈이다. 누구의 의도인지는 정확히 모르나 결국 흥업백화점 직원 130여명은 6월 말일을 끝으로 모두 해고됐다.

일각에선 더 한 의혹도 나온다. 건동이 처음 신고한 자본금 6억원과 계약금으로 지불한 13억원의 출처가 건동이 아닌 LS네트웍스라는 내용이다. 억측 같은 얘기이긴 하나 현재까지 모든 흐름을 놓고 볼 때 100% 배제할 수만은 없는 풍문이라는 게 지역 경제계의 중론이다.

◇ 흥업백화점의 앞날은?

LS네트웍스는 일단 계약 파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담당 부서 회의를 거쳐 이르면 24일, 늦으면 추석 이후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건동이 선지불한 계약금 13억원의 처리 여부도 고려 대상으로 알려졌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모든 방향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면서도 "재매각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그러면서 "추후 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주시 경제계를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트려놓고선 끝까지 기업 실리만 챙기겠단 얘기나 다름없어 보인다. LS네트웍스는 현재 흥업백화점을 관할하는 청주시 측의 사실 확인조차도 제대로 응해주지 않고 있다.

다수의 흥업백화점 해고 직원과 지역 경제계 관계자들은 "투명하지 않은 매각 과정과 각종 의혹에 대해 LS네트웍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더 이상 청주시민을 우롱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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