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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총장,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유년시절 교과서도 없던 교육환경서 유엔 사무총장으로
반 전 총장 '글로벌 에듀케이션 퍼스트 이니셔티' 지론
교육으로 인한 대한민국 역사 극반전에 전 세계 '깜짝'
"앞으로는 세계를 아우르는 세계시민정신 교육이 필요"

  • 웹출고시간2023.05.14 16:27:09
  • 최종수정2023.05.14 16:27:09

'인재가 경쟁력이다'란 주제로 충북일보와 서원대학교가 공동주최하는 '충북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포럼'이 12일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에서 열린 가운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한민국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에서 열린 충북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포럼 '인재가 경쟁력이다'의 특별강연자로 나서 "젊은 학생들이 우리의 희망이고 우리의 미래"라며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로 운을 뗐다.

반 전 총장의 어린시절은 6.25 전쟁이 막 끝나 국내 정세가 어지러울 때였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6.25 직후였기 때문에 교과서도 없던 시절이었다"며 "당시 유엔 한국부흥지원단이 국내에 10만달러를 지원해 인쇄공장이 만들어졌고 교과서를 찍어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교과서 뒤에는 '유네스코와 유엔한국재건단에서 인쇄 기계를 기증받아 인쇄 공장에서 박은 것이다. 문교부장관'이라는 문구가 써있었다"며 "이 교과서를 통한 교육을 받아 지금의 내가 만들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용수기자
이어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이 이야기를 접한 유엔 한국위원회가 서울 청계천 고서점들을 돌며 그 문구가 적힌 옛 교과서 3권을 발견했고 현재 한 권은 음성 반기문기념관에 전시돼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이야기를 세계 각국을 돌며 소개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의 앞선 7명의 유엔 사무총장들은 대부분 유복한 집안에서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아 사무총장이 된 반면, 반 전 총장이 암울했던 대한민국의 상황 속에서도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것이 기적이라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이들을 살펴보니 대개는 유럽이나 부유한 나라에서 왔고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왔더라도 출신이 부유한 사람들이었다"며 "제가 제일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지론은 '글로벌 에듀케이션 퍼스트 이니셔티(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y)' 한마디로 정리된다.

반 전 총장은 "교육이야 말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최우선"이라며 유엔 사무총장 재임 당시의 일화들도 소개했다.

전 세계적인 교육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를 유엔 사무국 교육담당 특사로 임명했고 파키스탄에서 국민 계몽운동을 전개하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17살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특사로 임명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지난 2012년 당시 15살의 나이에 교육의 중요성과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며 파키스탄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했다가 통학버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2014년 역대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사례를 통해 교육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전부다 교육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전 속에서도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단적인 예로 반 전 총장은 "지난 1991년 한국이 북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을 했고 5년 뒤인 1996년 우리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 됐다. 또 5년 지나서 2001년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유엔 총회 의장이 됐고 또 5년 지난 2006년에는 제가 사무총장이 됐다"며 "15년 사이에 유엔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자리를 다 차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란 것은 당연했다"며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가 역사의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인재가 경쟁력이다'란 주제로 충북일보와 서원대학교가 공동주최하는 '충북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포럼'이 12일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에서 열린 가운데 포럼 참석자들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강연에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다.

ⓒ 김용수기자
반 전 총장의 이야기를 듣던 방청객들 사이에선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세계적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곳은 우리나라 뿐"이라며 "그것은 전부 우리가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반 전 총장만의 생각이 아니다.

유엔 사무총장 재임 당시 난민 구조 매뉴얼을 살펴본 반 전 총장은 유엔 역시도 교육에 중요성에 대해 일찌감치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유엔에서 피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피난민들이 생기면 유엔에서는 첫 번째로 텐트를 쳐서 잠자는 곳을 만들어주고 두 번째는 우물을 파거나 펌프를 통해 밥을 먹을 수 있는 취사장을 만들어준 뒤 그 다음에 세 번째로는 간이 텐트 학교를 만든다"며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를 제외하고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교육이다"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것이 유엔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원책"이라며 "피난민촌에 방문해 텐트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i was like you(나도 옛날엔 너와 같았다)'라고 말하며 열심히 공부해 큰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을 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도 제시했다.

양질 교육, 인성 교육, 품성 교육이 그것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당시 향후 15년간 유엔이 추진해야할 계획을 세우며 17가지 계획을 마련했다"며 "빈곤타파, 식량문제해결, 건강 다음으로 네 번째 목표로 삼은 것이 '양질 교육'이었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모름직이 태어났으면 차별이 있으면 안되고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 인간이 태어나서 가난을 극복하고 먹을 것도 있고 병에도 안걸리면 그 다음엔 교육이 필수적인 항목이어서 교육 혁명을 최우선순위로 뒀다"고 소개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만큼 교육에 신경을 많이쓰는 곳도 드물다"며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동력은 결국 교육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반 전 총장은 교육이 닿아야하는 종착역을 '세계시민의식 함양'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것이 전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가 없었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은 판사, 검사, 기업 회장이 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세계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각의 범위를 키워 충북도민, 대한민국 국민의 개념에서 벗어나 '나는 세계 시민이다'라는 생각으로 전 인류를 다같이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데 골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부총리를 비롯해 전국 각 시·도의 교육감들을 만나 세계시민정신을 교과서에 넣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 전 총장이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고등학교 시절 때부터다.

충주고등학교 재학 시절 미국 적십자사가 전 세계 적십자 학생들을 미국으로 초대했고 우리 나라에서는 반 전 총장을 비롯해 4명의 학생들이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미국을 방문해 케네디 전 대통령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에게 질문을 했다.

'당신은 남을 위해서 얼마만큼 도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

그것이 반 전 총장의 가치관을 바꿔 외교관의 꿈을 가지게 됐고 지금의 본인을 만들 수 있던 계기가 됐다는 것이 반 전 총장의 설명이다.

"당시에는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지금에 와서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니 현재 전 세계적 상황과 딱 맞던 질문이었다"며 "앞으로 우리 학생들은 단순히 국내에만 국한된 시각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시각을 가진 세계 시민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시민으로서 세계적 이슈에도 앞장서서 나서야한다는 것이 반 전 총장의 생각이다.

반 전 총장은 주위 사람들이 유엔 사무총장 재임기간의 업적을 물을 때 "2가지 반의 업적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고 밝혔다.

먼저 2가지의 업적은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 계획 수립이다.

그는 "일부 과학자들은 앞으로 100년 내에 인류 대멸종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말한다"며 "이같은 위기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탄소중립을 실현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교육과정에 기후변화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을 강조해 어린 학생들에게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 교육해야한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재임시절부터 10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며 "비록 퇴임 이후 이뤄진 협약이지만 기후협약은 반기문의 업적이라고 동일선상에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업적인 지속가능한 발전 계획 수립 역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이루자는 취지에서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아주 빈곤에서 벗어나 교육도 잘 받고 인권도 보장받고 잘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계획을 제때 만들었다는 점이 업적이라고 할수 있다"고 자평했다.

2가지 업적과 더불어 '반'에 해당하는 업적은 여성인권 지위향상이다.전3가지 업적을 이뤘다고 말하고 싶지만 여성인권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완전한 업적이라 말할 수 없어 '반'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국 내에 여성 문제를 다루고 있는 각 부서를 통합해 유엔 사상 처음으로 유엔 가족부를 만들었고 칠레 대통령을 역임한 미셸 바첼레트 전 대통령을 유엔 가족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여성 경찰청장도 여성으로 임명했고 유엔 평화 유지군 사령관도 여성으로 임명했다.

반대도 많았지만 반 전 총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인재가 경쟁력이다'란 주제로 충북일보와 서원대학교가 공동주최하는 '충북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포럼'이 12일 서원대학교 미래창조관에서 열린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서원대학교 홍보단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용수기자
"전 세계 여성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고 사회적인 지위가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 2012년 대한민국 국회 연설에서도 '여기 여성 의원이 몇분이나 되느냐'라고 반문할 정도로 여성 의원의 비율은 현저히 적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인정을 못받고 있어 '반'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내 성도 '반'이긴한데"라는 농담으로 던져 청중들의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끝으로 반 전 총장은 "전 인류가 지구 사회를 위해 다같이 노력해달라"며 "21세기, 22세기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기후변화에 대한 시각, 참된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 등을 마음에 새겨달라"고 강조했다. / 김정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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