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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재수생이 30%에 육박하는 올해 수능은 유난히도 춥지 않았다. 입학하면서부터 비대면 수업하느라 수학여행을 못 간 이들도 어김없이 수학능력시험은 봤다. 언젠가 초등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었다. "수학능력시험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수학여행은 수학과 상관이 없지 않나요·"

김광석의 솔로곡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아날로그 테이프에 녹음된 것은 1992년이다. 정인은 14년 후에 자신의 디지털 음원과 합성한다. 김광석과 음역대도 달랐고 음색은 얼핏 보기에도 조화롭지 않았다. 동시에 부르는 느낌을 갖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만 했다. 리코더 이중주와 달리 목소리 듀엣은 학생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동요의 아랫성부와 윗성부를 따로 부른 후 합성하면, CG를 활용한 영화처럼 멋진 듀엣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수학(修學)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연주되는 학력과 인성의 이중주는 비동시적 합성 연주였다.

교육학 문외한들이 객관적 상대평가 능력만을 학력이라고 규정할 때, 인성(人性)이 처박혀 있던 쓰레기통에는 미래학력도 함께 있었다. 누구도 학력과 인성을 비동시적으로 교육하자고 주장하지 않았지만, 학력이 논란이 될 때는 인성이 없었고 인성을 강화할 때는 학력이 없었다. 공교육 정상화가 선행교육 금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좌우 눈치를 본 뒤에 인성교육이나 독서교육을 학교의 대표 브랜드로 내세운다. 인성과 학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알지도 못하고 잡을 능력도 없으면서 동시에 잡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인성과 학력이 한 마리 토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을 시작할 때부터 인성과 학력이 정합적으로 설계되어야 실천할 수 있다. 학력은 학원과 과외에 맡기고 인성은 서원과 사원에 맡기려고 한다면, 그리고 학교가 하는 일은 내신과 생기부 관리밖에 없다면,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차라리 인증기관이라고 불러야 한다. 청어람의 순자는, 배움의 시작이 지식의 암송과 독서에서 시작하고 배움의 끝은 예(禮)를 존중하는 것에 있다고 하였다. 교과를 진보적으로 구성하였던 시카고의 프래그머티스트는, 학생 경험의 성장을 통하여 사회 진보를 기대하였다. 학력이 지식의 축적이 아니듯이, 인성은 개인의 수양이 아니다. 학력과 인성의 동시적 연주는 사회적 시민 활동과 연결될 때 자연스러워진다.

학생과 교사도 시민이다. 유초중고 14년의 배움 중에 시민사회에 가지고 갈 경험이 많으면 좋으련만. 삶과 배움이 유리될수록 기말고사와 수능이 끝난 시점에는 해방감과 함께 허탈감도 찾아온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의 네비게이션이 갑자기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 학생만큼 교사도 방황한다. 교사의 일터도 사회의 축소판이 아니라 고귀한 섬이다. 교사의 학력은 세계를 수동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었고 환경을 능동적으로 변형하는 역량이 아니었다. 교사의 인성은 집단과의 조화에만 초점이 모아져 있고 집단의 가치를 의심하는 용기를 교육학 교수들로부터 배우지 못했다. 교사의 옷은 여름일지라도 가볍지 않다. 안쪽은 위선(僞善)의 옷감, 겉은 무용(無用)의 옷감으로 되어 있다.

학교가 추구해야 할 본연의 수학(修學)이 부재하면 쪽팔린 것을 알기 때문에, 두 마리를 사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한다. 실상은 얼마나 무기력했던가! 그나마 잡으려고 했던 학력의 토끼도 제대로 뛰지 못하고 절뚝거린다. 십 년 전의 혁신학교에도 두 마리의 토끼가 뛰어다녔다. 경기도와 대구에서는 IB 학교로 두 마리를 잡겠다고 한다. 학교의 자율과 교육청의 장학, 아동의 흥미와 교과의 형식이 대립적이지 않고 조직 내의 업무가 협력적이기를 기대해본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해야 할 14년의 무대는 여전히 활기 없는 뒷골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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