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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서구적 외모의 박칼린이 등장하여 넬라판타지아 합창을 감독하던 순간에는 남자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시간을 벗어나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보는 '사람의 자격' 시간으로 변화되었다.

늦은 밤에 걸려온 민원 전화로 힘들어 하는 교사를 만났다. 칭찬이 부족하여 교사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내 학부모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격려가 없어도 행동이 변화되면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도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칭찬보다는 격려를 한다. 아낌없이 정직하게 사용하는 칭찬만이 가르치는 맛을 깊어지게 한다고 믿었다.

마음씨가 고운 교사였다. 발표를 주저하는 아이의 한 마디에도 칭찬을 해주었고 지각하던 아이가 일찍 오는 날에도 칭찬을 하였다. 교과서만 가지고 와도 칭찬을 해주었다. 기회를 주어도 망설일 경우 무조건적으로 칭찬을 하지 않는 것은 나와 같았다. 위선의 칭찬은 처음만 사용했다고 한다. 공개적인 칭찬은 위선적이지 않아야 효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린 환자에게 항생제를 쓰는 정도가 의사마다 다른 것처럼, 자기도 칭찬의 명약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하였다. 하지만 자녀의 말만을 믿는 학부모를 당할 수는 없어서 한발 물러나 버렸다. 다른 아이들에게 계속 명약을 처방하는 힘을 얻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쓴 웃음 짓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지난날을 회상했다. 삼일절을 지나 개학을 하자마자 진단평가를 하던 때였다. 모두가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데 이름을 쓰기 무섭게 엎드리는 아이가 있었다. 최선을 다해 끝까지 하라고 독려했다. 직접 허리도 펴주었다. 하루가 지나 토요일에 전화가 왔다. "당신 때문에 우리 아이가 힘들어 합니다." 공개된 교실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 후로도 책상에 앉는 자세 문제로 그 아이와 씨름을 해야 했다. 다시 전화가 오지 않았으나 이런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신 아이 때문에 저는 여전히 힘들어 합니다."

학년이 바뀌어 우연히 다른 교실에 들렀다. 급우들 사이의 대화에 주력하는 담임의 맘을 헤아리지 않고 담임하고만 말하려는 아이가 눈이 띄었다. 발표 기회를 주지 않아도 혼자 떠들고 선생님의 질문이 끝나기 전에 혼자 계속 중얼거리거나 말을 건다. 납득할 수 없는 그의 큰 소리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었다. 그 아이의 상태를 기록하여 동석한 동료에게 주었더니 읽고 웃는다. "그 아이가 그 아이입니다"

교원도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잘 가르치고 민원 전화를 친절하게 대했더라도, 그리고 업무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책임자로 소문이 났더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직원과 협력하는 자세를 위해서는 별도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료를 향해 던진 비난의 고성이 회의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 부당한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에게 협조를 요구하기 전에, 태만하고 자기중심적인 학생들에게 먼저 인간이 되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에게도 교편을 들 줄도 알아야 한다.

학부모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본다. "우리 아이가 남을 배려하나요? 자기 혼자 잘난 척만 하고 혹시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는 않나요? 친구 말을 경청하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고 꾸준히 노력하나요?" 현재의 교육과정은 불교·유교가 추구하는 이념에 착안하여 인간의 자격에 해당되는 두 가지 원리를 새겨놓았다. 자기에 대한 성실(誠實)과 남에 대한 배려(配慮)가 그것이다. 학부모의 배려와 교직원의 성실이 학생의 미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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