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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어찌 민족이 영원합니까? 20세기 초반에는 자유 국가나 공산 국가와 연방을 이루는 것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오랜 세월 시달린 우리가 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요? 지금은 소프트 파워보다는 하드 파워를 더 키워야 이웃 국가들이 우리를 우습게 여기지 않습니다. 윤봉길의 한인애국단도 그런 목적이 아니었나요?"

그는 민족주의자였다. 사상도 변하고 신앙도 변하지만 피와 역사를 같이하는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옛날 희랍 민족과 로마 민족이 그랬듯이 우리 민족도, 비록 해방된 지 2년이 되지 않았지만, 세계 역사의 무대에서 주연배우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인류에게 사해동포 의식을 심어주고 새로운 생활 원리를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 하늘이 우리 민족에게 준 사명이라고 외쳤다. 은나라의 현인 기자가 가고 싶어한 나라, 공자가 가고 싶어한 단군의 나라를 상기시키면서 지금이야말로 인류에게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상을 낳아야 한다고 젊은 교육자에게 외쳤다. 참으로 그 꿈이 모세나 예수보다 컸다.

상해로 가기 전부터 백범은 실천하는 사상가였고 교육자였다. 어린 창암은 공자의 도를, 18세의 창수는 동학의 도를, 23세의 원종은 석가의 도를, 28세의 구(龜)는 예수의 도를 배웠다. 동학군을 이끌어 해주성을 공격하였고 을미사변을 일으킨 일본군을 직접 살해하기까지 하였다. 고종 황제의 은혜로 사형을 면한 후에는 탈옥을 하였고 44세에 임시정부 경무국장을 맡기 전까지는 기독교를 통해 애국 계몽운동의 교육사업에 헌신한다.

문지기가 되고자 한 그의 눈에 공산혁명을 부르짖는 국무총리 이동휘와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대통령 이승만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싸우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양반 계급은 남경과 북경을 서울로 삼았고, 친일 세력은 동경을 서울로 삼더니 독립 투사는 워싱턴이나 모스크바를 서울로 삼으려고 하였다. 급기야 신채호에 의해 이승만이 탄핵되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국토가 빼앗겼을 때는 철학마저 없어서 존 로크나 칼 맑스의 철학만을 받아들이려고 하였다. 그는 맑스주의가 헤겔의 변증법, 포이어바하의 유물론, 그리고 아담 스미스의 노동 가치론 등 서양 사상의 정수를 융합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과학적인 방법론이라고 우기는 변증법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에 의해 인정되지 않고 있음도 알고 있었다. 맑스주의가 소련의 국가 권력에 의지하면서 사문난적을 양성하는 조선 주자학파보다 더 무섭게 민족 문화를 소멸시키고 국민을 속박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중경(충칭)에서 꿈에 그리던 고국에 돌아왔어도 사상의 철학은 여전히 독립을 하지 못한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백범이 꿈꾸는 나라는 '자신도 행복하게 하고 남도 행복하게 하는 문화'의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당시에는 미국이 그런 나라에 가장 가까워 보였다. 미국인은 서양의 위대한 가치인 언론의 자유, 투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이기적인 개인주의의 자유는 꽃을 심는 자유가 아니라 꽃을 꺾는 자유에 가까웠다. 남의 것을 빼앗는 문화도 아니고 남의 덕을 입으려는 문화도 아니고 남에게 주는 것을 낙으로 삼는 문화 국가는, 자유의 가치 외에도 추구해야 할 가치가 더 있다. 이것이 갖추어져야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문화 국가가 된다.

문화대혁명의 늪에 빠진 한족도, 탈아입구에 빠진 왜족도 인류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였다. 아메리칸 드림도 태평양을 넘지 못하였다. 백범 서거 후 70년이 지나 그의 꿈이 한류가 된 것인가· 한류가 지나가는 유행이라면 빈곤한 철학을 억지로 찾을 필요가 없지만, 유행이 아니라면 아름다운 문화 강국의 힘이 교육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하여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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