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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4월 20일, 카메라 앞에 선 유은혜 장관이 현재의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배경과 추진 방향이 담긴 원고를 읽어나갔다. 유 장관이 낭독한 문장들은 다수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바쁜 학부모라면 분명 바꾸어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일단 수긍을 하더라도, 변화되는 교육 향방에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연설 영상을 몇 번이나 뒤로 돌려보는 현직 교사도 왜 또 바꾸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IMF시절 6차 교육과정이 완전히 도입되었고 이제까지 여섯 번의 교육과정 변화를 겪었다. 5, 6년마다 바뀐 셈이다. 우리 동네 보도블럭보다 더 자주 갈았다. 보도블럭은 느닷없이 갈아치워지고 그냥 그대로 있어도 불편함이 없지만, 교육과정을 제때 바꾸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유 장관의 목소리에도 깔려 있다. 5.16쿠데타 정부도 그랬다. 1954년 제1차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이후 거의 10년 만에 2차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60년 뒤 미래에도 미친 듯이 회자될 명언을 한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교육과정은 운영에 있어서도 단편적인 지식 주입에 편중한 나머지 인격의 도야에 소홀하였고, 학습 활동도 표방하는 경험주의와는 멀리 실생활과의 유리가 심하여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았다."

교육과정의 철학은 빈곤해도 제시된 비전은 강렬했다. 전두환은 '정의 사회의 건설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국민'을 목표로 삼았다.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목표이다. 문민정부는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인'을 꿈꾸었다. 그 비전을 선포하던 해에 불행하게도 IMF사태가 터졌다. 경제성장보다 학력성장에 자신 있었던 이명박 정부는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설계했다. 4년간 치러진 일제고사 때문에 63년 쿠데타 정부도 비웃을 만한 업적을 쌓았다.

현재의 교육과정을 디자인한 박근혜 정부는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를 제시했다. 문과와 이과는 여전히 갈라져 있고 국제 및 국내 문제는 해결의 숨통이 막혀 버렸다. 유 장관이 낭독한 지향점은 '미래역량을 갖춘 자기주도적 혁신 인재'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름에도 교육의 방향은 다르지 않았다. 2022년 이후에도 여전히 학교와 학원은 지식 주입에 집중하느라 교육기본법에 나와 있는 인격도야는 소홀히 할 것이고 실생활과 유리된 학습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60년 동안 그런 비판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런 비판을 하면서 데자뷰를 느낄 것이다.

미래 시대를 대비하는 만큼 철학도 있어야 한다. 지난달 여당의 의원들이 교육이념을 홍익인간에서 민주시민으로 바꾸려는 소동이 있던 터에 이번에도 민주시민교육은 다시 강조되었다. 교총은 민주시민교육을 통하여 여당과 정부가 특정 정파와 단체의 주장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의심한다. 전교조는 민주시민교육을 더욱 전면에 내세우자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이 문서로만 이루어지고 있고 교사회-학부모회-학생회의 조직은 자율적이지 못한 상황인데 어쩌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홍익인간의 이념은 교육과정의 출발점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위해 기후 생태, 디지털 소양은 언급하면서 빈부격차를 야기하는 경쟁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는다. 빈부격차는 경쟁뿐만 아니라 공정성을 강조하는 사회의 불가피한 산물이 되어 버렸다. 불확실한 미래 사회에서 각자도생을 위한 미래역량을 갖추는 것이 학교 교육이라면, 교육과정에 대해 희망을 말한 사람은 오직 유은혜 장관만이다. 환웅의 홍익인간을 학생들 마음에 담으려는 교육과정은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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