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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작가

'너무 욕심을 내면 진다. 적의 세계에 들어갈 때는 누그러뜨려야 한다. 적을 공격하기 전에 자기의 결함을 돌아보라. 폐석(廢石)을 버리고 선수(先手)를 장악하라. 작은 이익은 버리고 대국적인 착점을 찾아라. 달아나도 효과가 없으면 버려라. 경솔하고 졸속하게 움직이지 말라. 적의 완급을 보아 응수하라. 적이 강할 때는 오로지 자신의 보전에 힘쓰라. 고립된 형세에서는 적과 화평을 시도해라.'

바둑의 고수들이 만들어 놓은 바둑의 열 가지 공격법이다. 이른바 위기십결(圍棋十訣)이다. 위기십결을 강조하는 선배들에게 바둑을 배우는 하수는 흔히 이렇게 말했다.

"그걸 다 지키면 바둑의 신(神)이게요?"

그런데 위기십결을 다시 살펴보면 인간의 욕망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불교의 반야심경 앞부분에 나오는 경구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은 색(色)이란 모든 질량을 가지고 있는 물질을 포괄적으로 말한다. 반면 공(空)이란 일체 물질이 없고 비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러한 물질이 알고 보면 공이요,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공이 곧 물질이라는 말로써 물질과 비어 있는 공의 세계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이다. 즉 색과 공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다.

바둑에서 마음이 없는 무심한 상태, 비어 있는 상태의 공(空)을 실현한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AI(인공지능)일지도 모른다. 모든 인간의 바둑을 평정하고 바야흐로 바둑의 신(神)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AI는 일체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다. 욕심 없이 승부에서 이기는 길만 제시한다. 마치 부처님이 무심한 손길로 극락(極樂)의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등장한 AI의 바둑을 보노라면, 인간이 설파한 위기십결(圍棋十訣)을 완벽하게 이루는, 이른바 바둑의 신(神)이 현세에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간이 그토록 열망했던 바둑의 신은 인간 세상의 낭만과 풍류는 깨끗하게 걷어내고 냉혹한 승부사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바둑을 비약적으로 발달시킨 나라는 일본이었다. 일본 바둑이 발달한 것은 에도시대였다.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대장군이 되어 에도(江戶)에 막부를 개설한 때부터 15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정권을 일왕에게 반환한 1867년까지 일본의 봉건사회가 확립되었다. 쇼군(將軍)이 권력을 장악하고 전국을 지배하면서 지역의 영주들은 전쟁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전쟁 대신,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 중 하나가 바둑경기였다. 그런 이유로 봉건영주의 휘하에 있는 바둑기사가 바둑에서 지는 것은 전쟁에서 지는 장수와 같았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

한때 우리나라의 바둑기사 조치훈의 투혼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사실 에도시대의 바둑기사들에게 패배는 곧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죽을 각오로 만들어져 온 기보(棋譜)는 돈독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만들어냈다. 자신들의 경험은 기보를 통해 축적되고 후배들은 이 기보와 스승의 지도 대국을 통해 실력을 쌓아갔다. 그 바둑의 정석을 터득한 뒤, 스승을 통해 바둑에서의 전투와 세력, 실리 그리고 철학을 배우면서 성장의 계단에 오르며 제자들은 스승을 존경하고 따랐다. 스승이 일갈하는 말은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였으며, 훗날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었어도 그가 이룬 성과의 바탕에는 스승의 가르침이 스며있기에 언제나 스승과 선배를 존경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낭만과 풍류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회자 되어 가슴을 따뜻하게 데우기도 했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스승과 선배, 제자를 돌풍처럼 쓸어가 버렸다. 총명한 어린 기사들은 AI로 몰려가 실력을 연마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오물의 신(神)'가오나시'는 탐욕스럽고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가오나시의 몸은 갈수록 거대하게 팽창한다. AI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먹어버린'가오나시'는 아닐까. 그리고 AI는 바둑의 낭만과 풍류, 스승과 선배의 가르침마저 삼켜버린 '가오나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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