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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20 17:52:30
  • 최종수정2019.03.20 17:52:30

윤기윤

작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 <봄> 中에서

경이로운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 목련나무에 맺힌 꽃망울을 들여다보노라니 위의 시구가 절로 떠오른다. 계절의 순환은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기다림과는 관계없이 봄은 기어이 온다. 인간이 알지 못하는 우주의 비의로 해마다 태동하는 봄이야말로'먼데서 이기고 돌아오는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앞으로 내가 몇 번의 봄을 더 볼 수 있을까·"

100세 가까이 천수를 누렸던 수필가 피천득은 생전에 삶의 소망을 봄에 빗대어 이렇게 피력했다. 위의 말에 봄이 아니라 다른 계절을 넣는다면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는다. 왜일까. 나이 듦과 신생의 계절은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약동하는 만물 가운데 노구를 이끌고 있음이 가슴 벅차기 때문이다.

이제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이르고 보니 해마다 봄이 새롭다. 올해도 성급한 봄맞이 기분에 도심을 벗어나 야외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던 길, 옆 좌석의 친구가 말을 잇는다.

"산과 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 좋아지면 나이 먹은 증거라네. 젊은 시절에는 산으로 바다로 가도 함께 간 여인들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기니 풍경이 들어 올 까닭이 없었지. 이제 그 열정이 시들해지고 나니 풍경이 눈에 들어와."

젊음이 바로 꽃이기에 항용 젊은이들은 자연 풍경보다 인간의 세계에 더 몰입되어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적 환경이나 첨단 문물, 인간관계 등에 그들의 관심도는 치중되어 있다. 해당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라면 노인이나 장년층만큼 젊은이들은 자연 그 자체에는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은퇴자들의 여가 생활로 많이 손꼽히는 것이 등산이나 야생화 동호회 활동 등이다. 왜 나이 들수록 그토록 미미하게 작은 꽃을 들여다보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자연에 점차 동화되어 가는 방증인지 모르겠다.

인간의 필멸은 죽음이고, 죽음은 육체의 소멸일진대 결국 인간은 흙으로 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나이 들어가며 자연에 친화력을 느끼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인간의 세계에서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지워가며 자연으로 서서히 몸을 옮기는 일인 것이다.

예전 에스키모족의 노인들은 나이가 너무 많아 식구들의 짐이 된다고 생각되면 집을 나서 끝없는 눈길을 하염없이 홀로 걸어갔다고 한다. 부모의 모습이 설원 속에 한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물질문명이 발달한 현시대라고 해서 노인들이 처한 상황이 훨씬 더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전에는 교외 한적한 곳에 간간히 눈에 띄던 노인요양원이 이제는 도심 곳곳에 우후죽순 부쩍 많이 들어섰다. 아예 건물 자체가 요양타운인 곳도 많다. 그 요양원의 노인들은 과연 행복할까. 어쩌면 그들은 이 시대의 강아지나 고양이만도 못한 신세인지 모른다. 반려견, 반려묘 천만 시대인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스콧 니어링은 100세가 되자 스스로 단식하여 생을 멈추었다. 그것은 자살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존엄사(尊嚴死)였다. 그의 죽음을 보며'자신을 잘 버리고 잘 지워가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래도 그 해답은 자연을 궁구하며 배워가야 할 것 같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처럼, 이 새봄에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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