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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작가

영화 <링컨>을 보았다. 우리가 알던 위인(偉人) 링컨과 다소 거리가 있는, 불편한 민낯을 마주해야 했다. 그동안 링컨은 흑인 노예의 해방을 이룬 인물로 그의 결단과 철학은 존경받아왔다. 하지만 영화에서 링컨의 위업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결단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흑인 인권에 대한 인간적 측은지심이 아니라, '노예해방'이라는 정치적 카드가 필요했던 상황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18세기 후반, 미국 북부 쪽은 급격한 산업의 발달로 공장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때 눈을 돌린 곳이 남부의 막강한 노동력, 거대한 목화농장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였다. 북부의 공장주들은 노예해방을 통해 노동력을 얻어내려 정치인 링컨을 압박했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그들의 요구를 정치인 링컨은 외면할 수 없었다.

영화는 남북전쟁이 거의 끝나갈 무렵, 노예제도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수정헌법 13조>가 하원을 통과하는 한 달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링컨은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삼국지>에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여 주변국과 신하들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던 <조조>라는 인물과 링컨이 겹쳐지는 것은 우연이었을까. 영화 속 링컨은 결코 도덕적이거나 이상주의자가 아니었다. 협상과 타협을 통해 목표를 이루어간 현실적 정치인이었다. 링컨은 당의 노예제 폐지 반대자였던 스티븐스 의원에게 말한다.

"학창시절 나침반에 대해 배웠지요. 나침판은 원하는 방향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는 길에 있는 늪이나 사막, 계곡 등을 보여줄 수는 없죠. 장애물은 신경 쓰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늪 속에 빠져버리게 되면, 위치를 아는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전쟁이 끝나, 노예제도 폐지법안이 사라진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전쟁 뒤에 감추어진 이익집단의 욕망과 관계없이 시대적 흐름이었던 노예제도의 폐지는 적어도 링컨의 의지가 담긴 위대한 유산이었다.

지난 주말, 전공의협의회에서는 집단 휴진을 결정했다. 국민은 이런 모습에 불안해하고 안타까워한다. 그 와중에 파업을 반대하는 한 전공의(專攻醫)의 의견이 가슴에 와닿았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 의사는 의료 환경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이자 이해 당사자입니다. 의사가 의료정책에 대해 국민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의사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 동의할까요?"

나라의 공공정책은 대다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다. 모든 정책을 이와 관련된 이익단체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면, 단 한 건도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100년 전, 인력거꾼이 택시가 들어오자 데모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그들의 바람대로 택시가 도입되지 못하고 인력거꾼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 했는가.

10년 전, 정부에서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도했지만, 실현은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이 또한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각 나라의 우수한 의료진을 영입해 원격의료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하면서 향후, 원격의료제도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될 것이다.

"의견이 다른 이들을 모으려면 그들이 결심할 때까지 느리게 가야 한다."

링컨이 반대파의 표를 얻기 위한 참모와의 회의 중, 한 말이다. 그는 때론 유머로, 때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소통했다. 전쟁 중인 흑인 말단 병사를 찾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대척점에 섰던 반대파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심지어 법안에 반대하던 민주당 의원의 집을 홀로 찾아가 늦게까지 밀담을 이어갔다. 생각이 다른 집단의 벽은 완고하다. 하지만 은근하지만 단호한 시대의 흐름은 조금씩 그 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간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는 누구라도 외면할 수 없다. 현 정부 역시 갈등과 합의 속에서 느리지만 서서히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전공의들의 파업은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정부도 한꺼번에 벽을 허물기보다는, 링컨처럼 느리지만, 꾸준한 인내심으로 공공의 정책을 실현시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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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설립 초기 바이오산업 기반 조성과 인력양성에 집중하고, 이후 창업과 경영지원, 연구개발, 글로벌 협력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지역 바이오산업 핵심 지원기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2011년 충북도가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산업과 인력을 연결하기 위해 설립한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 올해로 설립 14년을 맞아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의 사령탑 이장희 원장은 충북바이오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바이오산학융합원의 과거의 현재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야심찬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바이오 산업 산학협력과 연구개발 정보를 연결하는 허브기능을 수행하는 바이오통합정보플랫폼 '바이오션(BIOTION)'을 운영하며 청주 오송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며 "크게 기업지원과 인력양성 두 가지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산학융합원의 고유 목적인 산학융합촉진지원사업을 통해 오송바이오캠퍼스와 바이오기업간 협업을 위한 프로젝트LAB, 산학융합 R&D 지원, 시제품 제작지원 등 다양한 기업지원을 수행하고 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