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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5.06 17:02:59
  • 최종수정2020.05.06 17:03:01

윤기윤

작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이던 때 화마는 연이어 찾아왔다.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안동과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 수천 배의 면적이 잿더미가 되었다.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안도현 시인의 시 <간격>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는 나무들 삶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검게 그을린 나목들이 그간 살아온 삶의 지혜를 또렷이 드러냈을 것이다. 자신들의 몸을 불태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인간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숲을 이루며 살아가는 나무의 간격은 마음의 거리가 아니라 사랑의 거리다. 나무들은 이 간격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한다. 그것이 바로 균형의 절대공간이다. 그 공간은 생명의 영역인 것이다. 너무 촘촘하면 영양분도 부족하며 광합성작용에 필요한 햇살도 나누기 어렵다. 또한 통기를 위한 바람의 길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들이 개체성을 무시하면서 나와 똑같은 나무가 되라고 옆에 바짝 붙어서 한 몸이 되기를 종용했다면 울창한 숲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함께 말라죽고 말 것이다. 기타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의 줄이 모두 하나로 붙어 있다면 그토록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을까.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진영의 갈등은 있어왔지만 지난해부터 유독 좌와 우가 더욱 극명하게 갈려 버렸다. 서로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다고 헐뜯고 싸웠다. 그래도 세상은 다시 돌고 돈다. 지구가 도는 것도 바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진보와 보수의 순환은 끊임없이 공전된다.

국회에서 최초로 공중부양이란 말을 유행시킨 사람은 바로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이었다. 공중부양이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그 당시 농성 중이던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을 강제 해산하려 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국회사무실에서 온 몸을 던져 시위를 하다 얻게 된 별명이었다. 최근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공중부양'에 대해 담담하게 회고했다.

"국회에서 책상을 두드리고 엎어버리고 고함친 것은 거기에서 나왔다. 17~18대 국회폭력의 원조는 바로 나였다.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은 국민에게 엄청난 혐오감을 줬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었다."

사람의 생각이 바뀐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투쟁의 이미지가 선명했던 그가 변한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 농사를 다시 지으면서다. 그의 생각이 바뀐 이유는 놀라웠다.

"농사를 짓기 위해 미생물을 연구하다보니, 신기한 것을 알게 되었다. 미생물은 절대로 한쪽만 있어서는 진화를 못 한다. 몸 안에서 나쁜 미생물만 싹 제거하면, 좋은 미생물이 진화를 못 하고 약해지게 되고 숙주(宿主)를 지킬 수가 없다. 보수와 진보도 마찬가지다. 진보가 좋고 보수가 나쁘다고 여기는데, 결코 보수가 나쁜 게 아니다. 우리 마음 안에도 보수와 진보가 같이 있다. 결국 같이 가야 할 대상인 것이다. 내가 내 기득권을 지니고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진보를 위해 보수를 다 버릴 수는 없다."

불교에서 계율(戒律)이라는 말이 있다. 계율이라면 먼저 울타리와 같은 금(禁)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 안에는 조화를 위한 리듬이 담겨 있다. 바로 율(律)이다. 음악과 같은 선율이다. 그 율(律)안에는 따뜻함이 배어있고 그 따뜻함은 공감(共感)을 부른다. 이제 농사꾼으로 돌아간 전 국회의원 강기갑의 말은 상생이며, 공명(共鳴)이었다. 계절의 순환에는 강한 자연의 인력(引力)이 작용한다. 불탄 숲에도 더 화사한 상춘(賞春)의 시대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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