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조금동두천 7.6℃
  • 맑음강릉 8.0℃
  • 구름조금서울 9.7℃
  • 맑음충주 6.0℃
  • 구름많음서산 4.2℃
  • 구름조금청주 10.0℃
  • 구름조금대전 7.9℃
  • 맑음추풍령 4.4℃
  • 맑음대구 9.8℃
  • 맑음울산 8.0℃
  • 구름많음광주 9.7℃
  • 맑음부산 11.2℃
  • 구름많음고창 3.3℃
  • 구름조금홍성(예) 4.6℃
  • 구름조금제주 11.4℃
  • 구름많음고산 12.4℃
  • 구름많음강화 5.5℃
  • 맑음제천 4.0℃
  • 맑음보은 3.8℃
  • 구름많음천안 4.3℃
  • 구름많음보령 4.5℃
  • 구름많음부여 4.3℃
  • 맑음금산 4.7℃
  • 구름많음강진군 6.4℃
  • 맑음경주시 5.5℃
  • 맑음거제 9.3℃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9.08.07 17:55:54
  • 최종수정2019.08.07 18:31:58

윤기윤

작가

 '바둑 한 판에 묘수 세 번 나오면 진다.'

 바둑의 승부에 곧잘 비유되는 명언이다. 묘수(妙手)의 의미는 위기에 처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절묘한 해결책을 말한다. 그런데 묘수를 세 번이나 두었는데 진다는 말은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 묘수를 한 번만 두어도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을 터인데, 세 번을 두었음에도 진다는 말의 함의(含意)는 무엇일까.

 옛날 일본의 바둑 최고수인 명인 죠와(丈和)가 라이벌 가문의 제자 인데쓰를 이겼다. 명인이었던 죠와가 묘수를 두어 승리했다. 바둑에서 진 인데쓰는 얼마 후, 피를 토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만큼 당시의 바둑은 목숨을 거는 치열한 반상의 전투였다. 그때 남긴 바둑의 기보(棋譜)는 죠와의 제자들이 보물처럼 받들며 복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린 막내 제자가 스승 죠와가 둔 묘수를 보고 말했다.

 "스승님이 묘수를 두어 승리했지만, 애초에 잘 두셨으면 굳이 묘수를 두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제자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스승의 묘수를 두고 어린 제자가 비판을 한다는 것은 그 당시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스승인 죠와가 들어섰다.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고 제자들은 한순간 숨죽였다. 하지만 스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바둑판만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제자의 지적은 결코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스승 죠와는 무릎을 쳤다.

 '정수를 두면 굳이 묘수를 둘 상황은 오지 않는다.'

 바둑에서 정수(定手)란 상대방의 대응에 두는 최선의 착수를 말한다. 그런데 그동안 정수라고 여겨졌던 사람의 정석(定石)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으로 무너졌다. 인간이 오랫동안 연구해서 쌓아온 정석의 둑이 알파고의 폭우에 한순간 허물어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 인간의 바둑세상에서 '묘수'라고 불렸던 수들을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해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역사 속의 묘수가 실제로 바둑의 승패를 좌우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신(神)의 한 수로 칭송받던 묘수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그다지 승률이 높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는 것. 상대방이 묘수처럼 보이는 수에 놀라거나 당황해 바둑기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얼마 전,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일본이 자국의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기술과 전자부품 등을 다른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절차다. 흔히 안전보장 우호국이란 의미로'화이트리스트'라고도 부른다. 일본의 결정으로 한국의 경제는 지진 난 땅처럼 흔들렸다. 중재를 기대했던 미국은 슬쩍 발을 빼고 먼 산만 바라본다. 주변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과 관련한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어느 한 나라도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동안 공들였던 북한마저도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은 난국을 타계할 묘책 찾기에 분주하다.

 바둑의 승부에서 묘수가 필요한 국면은 분명 위기다. 명인 죠와의 묘수를 지적한 어린 제자의 말처럼 묘책보다 정수(定手)를 찾아야 한다. 묘수는 지금의 현상을 순간 모면하는 미봉책(彌縫策)일 뿐이다.

 꼬인 정국의 근본을 파고들면, 일본에 대한 적의(敵意)가 밀려든다. 금수조치의 빌미로 삼았던 위안부합의파기, 징용배상판결은 저급한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의 저의는 명백하다. 헌법에 억눌린 그들의 힘을 되살리고 싶은 욕망이며 경제력에 힘입은 군사대국의 위용을 획득하고 싶은 것이다. 거기에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의 힘을 견제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바둑을 다시 복기하듯 냉정하게 현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낮춰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필연적으로 닥칠 사안이었다. 우선 당장 상처를 도려내면 아프지만, 몇 년이 걸려도 참고 견뎌내야 한다. 사람의 운명도, 국가의 명운도 돌고 돌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는 다시 기회로 전환될 것이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은 우리에게 따끔한 회초리다. 이제는 일시적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할 묘수를 낼 것이 아니라, 다시는 묘수를 내야 할 위기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정수(定手)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더 나은 건강한 미래를 위해"

[충북일보]"설립 초기 바이오산업 기반 조성과 인력양성에 집중하고, 이후 창업과 경영지원, 연구개발, 글로벌 협력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지역 바이오산업 핵심 지원기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2011년 충북도가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산업과 인력을 연결하기 위해 설립한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 올해로 설립 14년을 맞아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의 사령탑 이장희 원장은 충북바이오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바이오산학융합원의 과거의 현재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야심찬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바이오 산업 산학협력과 연구개발 정보를 연결하는 허브기능을 수행하는 바이오통합정보플랫폼 '바이오션(BIOTION)'을 운영하며 청주 오송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며 "크게 기업지원과 인력양성 두 가지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산학융합원의 고유 목적인 산학융합촉진지원사업을 통해 오송바이오캠퍼스와 바이오기업간 협업을 위한 프로젝트LAB, 산학융합 R&D 지원, 시제품 제작지원 등 다양한 기업지원을 수행하고 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