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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18 16:04:26
  • 최종수정2019.09.18 18:26:56

윤기윤

작가

 이즈음, 뇌리에 소환되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촛불정국의 혼란이 가라앉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보좌진들이 간편한 노타이 차림으로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었다. 그 따스한 장면은 언론매체를 넘어서 보는 이들의 마음에까지 온기를 전했다. 그 사진에 마음이 훈훈해졌던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믿음 때문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의 자유로우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에 대통령의 취임 일성이 겹쳐진 까닭이었다.

 '기회는 균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이미지에 실린 말의 힘은 놀라웠다. 그들의 모습과 그들의 말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이전과는 정말 다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지난 현재의 정국은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봄이 오는 청와대에서 산책하던 처음의 그 풍경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현재의 '조국'도 달라질 수 있을까.

 과거 그의 말들은 정확히 '현재의 조국'을 정조준하여 가차 없는 사격을 퍼붓고 있다. 이미 언론에 많이 거론되어 그의 과거 언술과 현재의 상황을 장황하게 비교 서술할 필요는 없겠다. 딸의 논문 1저자 문제에서부터 장학금, 장관 임명 문제에까지 과거의 그가 아주 골고루 맹공격을 가했던 부분이 섬뜩할 정도로 그대로 그에게서 튀어나왔다.

 이름에서부터 결기가 담긴 조국이라는 사람이 상징하는 바, 컸다. 그는 말과 언어에서 그를 거인(巨人) 조국으로 만들었다. 그는 책과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그의 말은 통렬하고 냉철했다.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아픔을 집어내어 시원하게 해법을 제시했다. 그런 까닭에 그와 길을 달리하는 보수진영의 한 인사는 "우리에게는 왜 조국 같은 인물이 없는가?"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소신을 세상에 공표할 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였고, 동조했다. 탁월한 식견과 공평함을 표현하는 말의 힘에 지지자들이 결집했다. 심지어는 '조국어록'도 등장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무려 1만5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하루 평균 4건씩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올려야 가능한 숫자다.

 새로운 희망의 정부에서, 그의 말이 쌓아온 힘은 균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나라로 가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그런데 말에 진정한 힘이 붙으려면 우선 언행일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언행의 불일치는 금세 믿음을 깨버린다. 포장된 말의 알맹이가 거짓으로 판명되었을 때, 그 말은 힘을 잃기 시작한다.

 지난 2013년 10월에 조국 장관은 트위터에 동료교수가 쓴 '범죄자들의 변명기법'을 동조하며 리트윗해 올렸다.

 '다들 익숙하지요? 범죄자들의 변명기법 첫 번째, 절대 안했다고 잡아뗀다. 두 번째, 한 증거가 나오면 별 거 아니라 한다. 세 번째, 별 것 같으면 너도 비슷하게 안했냐며 물고 늘어진다. 네 번째, 그것도 안 되면 꼬리 자르기 한다.'

 그의 이 말은 다시 자신에게 아프게 꽂혔다. 또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에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고 환호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딸이 모든 이들과 균등하게 쌓지 않은 스펙의 과정에 분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상식적이지 않아서다. 조국 장관의 임명에 담긴 함의는 '큰 정의'를 내세워 인간사를 촘촘히 메우는 '일상의 정의'를 무시하고 외면한 것은 아닐까. 진정 위대한 정의는 작은 정의의 돌들이 촘촘히 쌓여 이룬 탑과 같다. 그런 정의(正義)의 탑이야말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조선 시대 언관(言官)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

 지난 2015년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성경의 잠언에서 '혀에 죽음과 삶이 달려 있으니 혀를 사랑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는다.'라고 했다. 그의 말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다시 그에게 묻는다. 본인의 신념이 담긴 그 말에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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