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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찌릉, 찌릉, 찌르르."

새들이 떠드는 소리에 아침 이슬이 푸르르 옷깃을 털어낸다. 덩달아 마님도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뜬다.

"쯧쯧……. 올해는 모과가 몇 개 안 달렸구먼. 저걸 누구 코에 붙인디아."

궁시랑 대는 소리에 마님이 벌떡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창문을 연다. 샛별이 할머니가 뒷짐을 지고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고 막 나가는 참이다.

"할머니!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세요"

"아니여. 차는 무신……. 피곤헐틴디 어여 더 자."

"할머니! 모처럼 오셨다 그냥 가시면 섭섭하잖아요."

마님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할머니를 부른다.

"아니여. 어제 김장을 혀서 한포기 가져왔는디, 늙으니까 입맛두 손맛두 다 떨어지는구먼. 맛이 있을런지 몰르겄어."

할머니가 허적허적 나가시는 모습을 잠깐 눈에 담고 발밑을 내려다보던 마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이고, 뭘 이리 많이 가지고 오셨담."

김치통이 자그마치 세 개나 있고 그 위에 어렸을 적에 보았던 손때 묻은 소쿠리에 군고구마와 노란 알전구 같은 홍시가 수북하게 담겨있다.

마님은 김치통과 소쿠리를 식탁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어본다. 하나는 배추김치, 하나는 알타리, 하나는 깍두기다.

"어휴, 할머니는 손도 크시지만 정도 크시네. 헤헤."

마님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소쿠리를 요리조리 살펴본다.

"와! 이거 손때가 반질반질한 게 엄청 오래된 소쿠리네."

마님은 김치보다 소쿠리가 탐이 나는 모양이다. 소쿠리를 만지고 또 만지며 군고구마 껍질을 벗겨 우물우물 먹는다. 마침 삼돌씨가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고 나온다.

"마님! 꼭두새벽부터 혼자 뭐 먹어?"

"삼돌씨, 이거 봐. 이런 소쿠리 요즘 보기 힘들잖아!"

삼돌씨가 소쿠리를 요리조리 살피더니 입맛을 쩍쩍 다신다.

"이걸 보니까 저절로 군침이 도네."

"왜? 군고구마가 맛나보여서?"

"아니, 소쿠리가."

"흥, 먹을 것도 아닌 소쿠리를 보고 군침을 흘린단 말이야?"

마님이 콧방귀를 뀌며 핀잔을 준다.

"이건 그냥 소쿠리가 아니고 간식 담아놓고 먹는 소쿠리야. 그래서 우리 어릴 적에는 군입 소쿠리라고 불렀어."

"정말? 난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허, 거참 오랜만에 보니 옛 친구 만난 것처럼 반갑네."

삼돌씨가 연신 입맛을 다시며 소쿠리를 요리조리 돌려본다.

"어머, 자꾸만 들으니까 정감 있고 맛있는 느낌이 나네."

삼돌씨가 그렇지· 하는 눈빛을 보내며 어깨를 으쓱댄다.

"김치통만 돌려주고 이 소쿠리는 우리 달라고 할까?"

"이 손때가 샛별이 할머니 삶의 흔적일 텐데, 그걸 빼앗는 건 강도짓이나 다름없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삼돌씨가 머리까지 흔들며 단호하게 마님 말을 잘라버린다.

"그래도 갖고 싶은데……."

마님은 할머니네 빈 김치통을 씻어 물기를 닦고, 군고구마와 홍시도 쟁반에 옮겨 담아 소쿠리를 비운다음 마당으로 쪼르르 나가 몇 개 달린 모과를 따온다.

"마님, 모과는 뭐 하려고?"

"응, 군입 소쿠리를 빈 걸로 돌려드릴 수는 없잖아. 모과 담아 드리려고."

"마님, 그러지 말고 아예 모과차를 만들어서 드리지 그래."

"모과차는 소쿠리에 닮을 수 없잖아. 모과를 이렇게 예쁘게 담아서 드릴래."

"핑계대지 마. 모과차 만드는 게 자신 없으니까 그러는 거지?"

마님이 군입 소쿠리를 가슴에 앉고 후다닥 뛰어나가며 삼돌씨를 보고 혀를 쏙 내민다.

마음 소쿠리에 정을 가득 담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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