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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27 16:02:5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네 집 옆 밭에는 고추가 옹골지게 달렸다. 마님은 턱을 괴고 앉아 고추를 들여다보다가 삼돌씨를 호들갑스럽게 부른다.

"삼돌씨! 빨리 와 봐."

삼돌씨가 웃음을 입가에 달고 다가오며 묻는다.

"마님, 또 무슨 장난을 쳐서 날 골탕 먹이려고 불러?"

"이리 와서 요것 좀 봐. 고추가 어쩜 요렇게 옹골지게 달렸지? 참, 이상해. 우리 밭 고추모도 이장님이 주신 거고, 이장님네 거름 줄 때 우리도 따라 주고,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물주고 관심도 주었는데……."

마님은 삼돌씨를 올려다보며 따지듯 묻는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데?"

"우리도 정성을 들일만큼 들였는데 이장님네 고추하고 다르잖아. 저게 뭐야? 삼돌씨는 농사를 저렇게 밖에 못 지어?"

마님이 하는 일에는 무조건 편을 들어주던 삼돌씨 얼굴이 순간 일그러진다.

"마님, 당신 말 다했어? 내가 땀 흘리며 일할 때 마님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입만 가지고 농사를 짓더니만, 이제는 그 책임을 나한테 다 돌려?"

마님은 아차 싶었는지 고개까지 숙이고 고추를 들여다보는 척 한다.

작년에도 이장님이 준 배추 모종을 심어놓고 시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큰 소리를 탕탕 쳤다.

"삼촌, 올해는 김장배추 사지 마세요. 지금 사십 포기나 자라고 있거든요."

"에이, 형수님 그거 믿어도 돼요. 해마다 큰소리만 치지 가을되면 영 먹을 게 없던데……."

그렇게 큰 소리를 치고 나서 이장님이 하는 대로 따라서 했지만 마님네 배추는 김장배추로 도저히 쓸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 마님은 결국 이장님이 준 배추로 김장을 담갔다.

그때 마님네 배추를 보고 지나가던 샛별이 할머니가 배꼽을 잡고 웃으며 놀렸다.

"이게 무신 김장 배추여· 나생이지. 나생이도 이 보다는 낫겄는디."

"할머니, 그래도 열심히 풀 뽑고, 거름 주며 농사짓는 방법을 커닝까지 해가며 지은 건데요."

쌍둥이 할아버지가 마님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마디 했다.

"들여다본다고 다 사랑이 아녀. 땅도 사람을 알아보는 겨. 저 눔이 진짜 농사꾼인지, 입으로만 농사를 짓는 가짜 농사꾼인지."

"아, 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커닝은 아~무나~하~나♪"

마님은 콧노래를 흥얼대며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인다.

"삼돌씨, 마을 분들은 수십 년간 땅과 생사를 같이하며 이룬 사랑을 우리가 너무 급하게 얻으려 했나 봐."

삼돌씨는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마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아직 땅의 마음을 얻지 못한 풋내기 농사꾼 마님이지만 삼돌씨 사랑이 어깨에 고스란히 얹히는 걸 느낀다.

오랜 시간 땀과 열정을 주어야 겨우 마음을 여는 더딘 사랑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사랑이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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