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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증평군청 행정과

마님은 운전을 하며 차창가로 보이는 황금색 들판을 흘금거린다.

"역시 하늘님은 의리가 있으셔. 내 말을 다 들어주시고. 히히."

마님은 올봄 내내 산불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여름부터는 태풍이 불지 않게 해달라고 날마다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올해는 산불이 나지 않았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빠짐없이 쳐들어오던 태풍도 비껴갔다.

"이정도 기도빨이면 복권 당첨해달라고 기도해도 승산이 있겠는데. 히히."

마님은 히히거리다 갑자기 얼굴을 찡그린다.

"에이 참, 남들은 다 괜찮은데……."

조금 전까지 룰루랄라 하던 마님 얼굴이 시무룩해진다.

지난 팔월에 잠깐 비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몇 시간 쏟아졌을 때 지역의 어느 이장님네 벼만 쓰러졌다. 마님은 이장님과 함께 쓰러진 벼를 보고 와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장님과 사모님이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 있는 바람에 밭농사도 몽땅 망쳤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벼농사까지 그 모양이 됐으니 얼마나 애가 탈까 싶었다.

마님이 사무실로 들어가다 말고 우뚝 멈춘다. 마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든 바로 그 이장님이 마님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어? 이장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웬일이세요· 혹시, 저 출근 늦게 하나 안하나 감시하러 오신 건 아니죠?"

"허허허. 나 바쁜 사람이유. 그럴 시간이 어딨슈."

마님은 이장님과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면서도 불안한 눈빛으로 이장님 얼굴을 자꾸 살핀다.

"허허허. 왜 그런 눈으로 봐유. 햅쌀 좀 직원들 하고 나눠먹으려고 가져 왔는디……."

이장님은 차에서 햅쌀봉지를 가져다 사무실에 내려놓는다. 얼마 전에 수술한 다리가 아직도 완쾌되지 않아 절뚝거리는 이장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님이 후다닥 달려가 가슴 가득 쌀봉지를 안고 들어온다.

"아이고, 그러다 넘어지겄슈. 조금씩 들어유. 허허허."

직원 수만큼 쌓인 햅쌀봉지 위로 마님 눈길보다 아침 햇살이 먼저 와서 앉아버린다. 마님이 갑자기 눈가를 비비면서 소리를 버럭 지른다.

"이장님! 쌀은 왜 가져 오셨어요?"

마님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까 이장님이 당황한다.

"남들 다 괜찮은데 이장님네 벼만 다 쓰러뜨려 놓고……. 피, 농사도 쥐뿔도 못 지었으면서 이런 건 왜 가져 오셨느냐고요?"

그때서야 이장님은 마님이 왜 그러는지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는다.

"뭐가 좋아서 웃으세요. 가뜩이나 이장님만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은데, 우리보고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마님 눈이 벌게진다. 마님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밖으로 나온다. 이장님이 얼른 따라 나오며 마님을 달랜다.

"한 해 농사 망쳤다고 나 기 안 죽어유. 내년에 잘 지면 될 걸 뭘 걱정이유. 허허허."

"그래도 그렇죠. 다 쓰러진 벼에서 겨우 조금 건진 걸 우리까지 나눠주면 어떡해요·" 이장님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문다.

"허허허. 인생사 그렇게 계산하고 살면 못써유. 나쁠 때도 있구 좋을 때도 있는 기 인생이어유."

이장님이 담배 연기를 하늘에 대고 훅 내뿜는다. 마님은 담배 연기에 묻어서 하늘로 올라가는 이장님의 한숨을 바라본다.

"너무 마음 쓰지 말어유. 내년엔 잘 헐게유. 허허허."

마님이 그런 이장님에게 눈을 흘기며 웃는다.

"거름을 너무 많이 주니까 키만 커서 쓰러지잖아요. 피, 무슨 농사 전문가가 그런 것도 몰라요?"

방금 전에 햅쌀봉지에 내려앉았던 아침햇살이 슬며시 나와 두 사람 눈치를 보다말고 줄행랑을 친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농민의 마음이 풍년을 부른다.

- 천방지축 마님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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