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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0.13 18:15:37
  • 최종수정2016.10.13 18:15:37

권영이

증평군 문화체육과장

여자가 넘어지면서 발목 인대가 늘어났다고 한다.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여자를 지켜보던 동방과 나는 동시에 여자에게로 달려갔다. 여자의 몸에서 붉은 핏덩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자는 모든 걸 포기한 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 어찌 이런 일이…."

동방은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차마 여자를 내려다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렸다. 우리가 그렇게 안타까워하고 있는 사이에 응급실 안에서 서성이던 사자가 슬며시 다가와서 태아의 혼을 낚아채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동방과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사자님! 저러면 안 되잖아요. 이 구역 담당 사자가 있을 텐데…."

나는 동방의 묻는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혼잣말을 입안에 물고 우물거렸다.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저승세계 종말도 멀지않았군."

동방과 나는 여자를 더 보고 있기가 민망해서 밖으로 나왔다. 저만치 그자가 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사자님. 우리 저이를 쫒아가 볼까요?"

"쫒아가서 뭘 하게?"

"태아 혼을 훔쳐가서 뭘 하려는지 보려고요."

동방이 내 팔을 붙잡고 끌어서 마지못해 끌려갔다. 그자는 병원 지하 기계실로 들어가더니 방금 훔쳐온 태아의 혼을 바닥에 놓고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휘저었다.

"뭐야 이거. 아직 덜 여물어서 써먹을 수가 없겠네. 에이, 몇 그램만 더 채우면 이달 목표치는 채울 수 있을 텐데."

그자는 태아의 혼을 손안에 움켜쥐더니 휙 던졌다. 동방이 롤러보드를 타듯 빠르게 미끄러지며 달려가서 태아의 혼을 두 손으로 받았다. 그자는 그런 동방을 보고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며 물었다.

"너, 너. 언제부터 나를 쫒아온 거냐?"

동방이 태아의 혼을 손으로 감싼 채 말갛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자님을 쫒아온 게 아니고요. 이 태아의 혼을 따라왔을 뿐이에요."

"뭐?"

"이 아기의 혼이 사자님에게는 그저 실적 올리는데 보탬이 되겠지만 누구에게는 자신보다 더 소중한 존재일 수 있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

"이놈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그자가 동방의 귀싸대기를 내리치려고 손을 들어올렸다. 나는 그자의 뒤에서 그가 올린 손목을 잡았다. 그자가 얼굴을 돌려 나를 보고는 코를 벌름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어, 어. 언제 오셨습니까?"

나는 그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대답했다.

"우리,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동방처럼 어린 후배들한테 부끄럽지 않게 삽시다."

그자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목덜미가 붉게 물들고 있는 게 보였다.

"저도 뭐 이러고 싶어 이러나요. 다 아시면서…."

나는 그의 어깨를 감았던 팔을 내려놓았다. 조금 전에 그에게 한 말을 걷어 들이고 싶었다. 나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다른 사자를 훈계한 게 몹시 부끄러웠다.

"미안하오. 주제넘은 짓을 해서."

"휴, 아닙니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제 본분을 잊고 그만…."

그와 내가 어색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동방이 우리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분위기를 돌리려고 애를 썼다.

"헤헤. 사자님. 이 아기의 혼은 제가 저승으로 안내해도 되죠? 너무 여리고 여려서 다른 혼하고 섞이면 깨질 것 같아서 불안하거든요."

그자는 동방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며 고개만 끄떡거렸다.

"아가야. 저승까지 가려면 좀 멀거든.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동방의 들뜬 목소리가 지하실의 눅눅한 공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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