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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이

성과보고회장이 시끌시끌했다. 여기저기서 쑥덕거리고, 끼리끼리 희희낙락하고, 몇몇은 입술을 비죽대며 툴툴대고, 몇몇은 목소리를 높여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저쪽에서 허접 사자가 나를 보고 기다란 다리를 휘적거리며 다가왔다.

"이 봐. 김 사자. 그동안 잘 지냈나?"

"그냥저냥 지냈지. 자네는?"

"나도 늘 그렇지. 우리들에게 뭐 특별할 일이 있어야지. 그나저나 자네 무슨 말 못 들었나?"

"…?"

"진짜 모르는 눈치군. 그게 말이지. 이번 성과보고회를 마치고나면 우리 중에 10%는 퇴출시킨다네."

"누가 그러던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자네만 깜깜하게 모르고 있군."

내가 시큰둥하게 대하자 그 자는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자네도 저승세계 돌아가는 일에 관심 좀 가지게. 쯧쯧. 그러니 매번 이놈 저놈에게 당하지. 그러다가 인간들한테도 당한다고."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속마음을 내비췄다. 요즘 들어 도통 내 안에서 저승세계 일에 대한 에너지가 발동하지 않았다. 허접 사자는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니 다른 저승사자에게로 가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때마침 강림이 등장했다. 조금 전까지 왁자지껄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옷자락이 펄럭였고 싸늘한 바람이 장내를 덮었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음.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조각처럼 반듯하고 흰 얼굴의 강림이 인사를 했다. 그의 눈에서 강렬하고 싸늘한 빛이 우리에게 꽂혔다. 일순간 모두의 숨이 멎었다.

강림의 입가에 웃음이 슬쩍 묻었다가 이내 사라졌다.

"여러분들이 고생하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생만한다고 저승과 이승의 질서가 잡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의 목소리가 온 몸의 세포를 통해 내장을 뚫고 들어왔다. 냉기가 퍼지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굳는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이번 성과보고회를 시작으로 여러분들을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우리 모두가 살기위한 수단이니 불만을 하지 마십시오."

저승사자들의 체념과 분노의 소리가 숨죽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승에 사는 인간들은 퇴출을 당한다고 해도 최악이 죽음이다. 그 죽음 또한 끝이 아니다. 영혼이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되기 위한 휴식의 시간이니 오히려 축복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승에 사는 자들의 퇴출은 이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퇴출이란 단어가 이승의 인간들이 느끼는 그런 느낌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평가결과를 보고 우리 중에 10% 정도는 퇴출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헉!"

여기저기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저를 원망하지는 마십시오. 저승세계도 예전과 달라 환경이 아주 열악해졌습니다. 저승으로 오는 인간들이 많아지다 보니 그들을 관리할 비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관리시스템도 효율성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내장에 이어 등뼈를 뚫고나가는 소리가 웅웅 울렸다.

"여러분 중에 우리 저승세계에 쓰임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평가 전에 말씀해주십시오. 그렇다면 수고롭게 평가를 하지 않고 퇴출자 명단에 넣겠습니다.

"미친놈!"

나도 모르게 욕이 툭 튀어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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